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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 제주도로 떠난 디지털 유목민, 희망제작소 희망신서 1
김수종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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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경쟁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경쟁은 더 이상 국가간의 경쟁이 아니라 도시간의 경쟁이다. 런던, 뉴욕, 도쿄, 상하이, 그리고 서울. 글로벌 도시들은 세계를 무대로 서로간에 경쟁을 한다. 대한민국에서 세계를 무대로 경쟁할 수 있는 도시는 서울이 유일하다. 글로벌 경쟁에 필요한 자원인 인력, 자본, 인프라가 모두 갖춰진 도시는 서울이 유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균형발전이란 대의를 내세운 수도권규제를 풀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서울이란 도시를 이용하기 위해선 비용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도시답게 글로벌 수준인 임대료, 임금은 기업의 목을 죈다. 그것만이 아니다. 출퇴근에 2-3시간이 걸리는 열악한 환경은 노동생산성을 떨어트린다. 서울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이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내용

이책에서 다루는 것은 인터넷 시대에 과연 서울이 제공하는 자원을 서울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서울에서 치뤄야 할 비용 없이 그런 자원을 얻을 수는 없는 것인가이다.

다음은 반드시 서울에서만 사업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본사를 제주도로 옮겼다. 다들 미쳤다고 했다. 또라이짓이라 했다. 2004년 이전 이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책은 제주도 이전의 손익을 따져보는 것이다.

다음이 제주도 이전으로 얻은 것은 노동생산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10분에서 30분이면 충분한 출퇴근시간만으로도 업무 집중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구글이나 MS,  애플이 본사건물을 대학캠퍼스처럼 지어 대학의 자유분방한 문화를 회사에 구현했듯이 다음도 제주도의 사옥을 캠퍼스처럼 구축해 일하기 편하고 일과 생활이 구분되지 않는 환경을 만든 것 역시 한몫했다.

그러나 다음의 제주도 이전은 성공만이라 할 수는 없다. 노동생산성이 올라간 것은 일 이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는 주변환경 덕분이기도 하다. 애인도 만들 수 없고 백화점이 없어 쇼핑도 할 수 없고 화장할 이유도 없고 공연도 볼 수 없는 달리 할 게 없는 환경 덕분이기도 했다. 다음이 서울 순환근무라는 옵션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직원들이 회사에 남았을까 의심스럽다. 강남과 홍대앞의 사무실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생각하면 비용이 내려갔다고 보기는 힘들다. 물론 비용보다 생산성을 생각한 이전이었다는 점에선 목적을 달성한 것이지만...

평가

이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상의 내용이다. 풀컬러로 많은 사진을 담은 이책은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 있는 다음 본사의 환상적인 건물을 잘 보여준다. 그런 환경이라면 생산성이 올라갈 수 밖에  없겠다는 것을 가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심층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책은 직원들의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다. 이책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앞에서 요약한 내용 정도가 아니다. 저널리스트들이 쓴 책은 잘 쓰여지면 아주 뛰어난 디테일이 살아있는 깊이 있는 책이 된다. 그러나 보통 또는 수준 이하의 책들은 그냥 디테일만 나열되어 있고 그 디테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요점이 없는 책이 된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저자가 보여줄 요점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내용부분에서 설명한 것은 필자의 관점이다. 저자는 그런 손익계산을 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 실험이 성공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손실부분을 얼버무린다. 물론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명료하게 논점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이런 얼버무림은 대개 취재자와 취재대상의 관계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책이 나오기 위해선 그런 관계를 희생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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