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쟁 - 헤지펀드 사람들의 영광과 좌절
바턴 빅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책의 주제는 헤지펀드이다. 그러나 이책은 헤지펀드를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한다거나 헤지펀드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지침서와는 거리가 멀다. 이책에 등장하는 헤지펀드는 헤지펀드 자체가 아니라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헤지펀드의 풍속도이다.

 

모건 스탠리의 핵심이사 5인으로 30년간 재직한 저자만큼 월스트리트의 사정에 밝은 사람도 드물다. 이책의 시작은 월스트리트의 유명인사들의 정기친목모임의 풍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비행기를 생일선물로 사달라는 딸의 사연(늘 타고 다니는 자가용 비행기가 아니라 학급친구들이 다 타본 평범한 여객기를 타보고 싶다는), 업계 동업자를 등쳐먹고 매장당하는 사기꾼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은행가집안에 태어나 아이비리그를 나와 60년대 월스트리트에서 경력을 시작한 저자의 시선에 잡힌 월스트리트의 모습에서 우리는 월스트리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돈을 버는가하는 방법을 읽을 수는 없다.  그의 시선이 보여주는 것은 그런 구체적인 방법이나 금융의 논리가 아니다.

 

엘리트들이 움직이는 미국에서도 최고의엘리트들이 모인 월스트리트의 모습은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른 어디보다도 큰돈을 벌지만 그들은 야망과 실적에 대한 압박감, 고객들의 변덕과 탐욕에 짓눌려 살며 새벽부터 잠자기 전까지 읽어야 할 보고서들에 깔려지낸다. 그리고 그 보답으로 큰돈을 벌지만 좋은 실적을 선물해도 한번의 나쁜 실적으로도 고객들은 등을 돌리고 해고당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따스하다. 오랜 세월 윌스트리의 주류에 속했던 그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다른 책에선 얻기 힘든 월스트리트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그들의 생리이다.

 

이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실제 투자를 어떻게 하는가라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들에선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실제 투자가 이뤄지는 현장의 사람들이 어떤 심리를 가지고 어떤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보는가를 이책에서 읽을 수 있다.

 

이책의 구성은 산만하다. 일종의 회고록의 성격으로 쓰여진 이책은 어떤 시간적 순서에 따라 쓰여진 것도 아니고 무엇에 대해 쓰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쓰여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나서 이렇다 하게 요점이 남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책에서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런 것들을 뛰어넘는 어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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