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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조직을 살리는 실패학의 법칙
하타무라 요타로 지음, 윤정원 옮김 / 들녘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이책은 실패학의 입문서이다. 실패학이 무슨 말인가 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책이 말하는 실패학은 간단한 것이다.
지금까지 많이 팔린 경영학 서적들의 포커스는 성공에 두어졌다.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 또는 기업에게서 배워 자신도 성공하기를 원한다. 성공하기를 원하니 없는 시간을 쪼개 책을 사서 읽는 것이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는 도쿄대 기계공학과의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성공한 케이스보다 실패한 케이스들에 주목한 경우에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성공이나 실패나 확률은 같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공만큼이나 실패도 드문 현상이라 말한다. 지금까지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서 성공할 확률은 0.3%이다. 어떤 새로운 기술을 기초로 제품을 만들려는 회사를 차린다고 하자. 회사가 성공하려면 자금, 사람, 설비, 고객 등 10가지 요소가 필요하고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질 뿐더러 서로 상승작용을 해야 성공을 한다. 드물 수 밖에 없다.
실패도 드물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산업재해보험사의 조사관이었던 하인리히는 하나의 사고가 나기 전엔 29건의 사소한 사고가 있었고 300건의 아차할 뻔한 불발사고가 있었다고 말한다. 사고 즉 실패가 나올 확율은 0.3% 이하이다.
저자는 실패가 일어나는 것은 메커니즘 또는 프로세스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사고를 막으려면 28건과 300건의 불발사고가 났을 때 메커니즘을 고치면 실패를 막을 수 잇다는 것이다.
메커니즘은 이런 것이다. 자동차 세일즈맨이 자동차를 팔지 못한다고 하자. 그런데 다른 동료는 잘 판다. 왜 그는 되고 나는 안되는 것일까? 고객은 싸야 살 것이라 생각하면서 고객을 다루는 그의 메커니즘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었다. 동료는 오히려 고가 정책을 펴고 있었다. 그의 실패와 성공을 가른 것은 고객의 필요가 저가가 아니라 승차감이나 안전같은 것을 더 우선시 한다는 것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즉 고객의 필요란 요인을 처리하는 세일즈맨의 프로세스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실패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제 고치면 실적부진으로 잘리지는 않을 것이다. 즉 큰 실패는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상식적인 접근이다. 그러면 왜 실패학이란 거창한 이름까지 달고 이런 책이 주목을 받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은 실패를 재수없는 것이라며 두려워할 뿐더러 남에게 숨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며 인간은 오만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실패에 가혹한 조직이나 상하간의 관계가 권위주의적이라 정보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 경우 실패는 숨겨지거나 엉뚱한 희생양이 나오게 된다. 물론 조직의 일에서 실패의 책임소재는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거대한 자금이 투입된 프라젝트가 실패했다면 그것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에 투자하기로 의사결정한 사장의 책임인가? 돈을 더 부었어야 하는가? 시장이 포화상태였기 때문인가? 원인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거의 대부분의 의사결정의 결과는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책임이 분명하게 찾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거기다 보신주의가 겹쳐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저자는 작은 실패들의 원인을 찾아 시스템을 고쳐가다 보면 큰 실패의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실패학 즉 성공보다는 실패에 포커스를 돌리는 관점의 이동의 가치는 바로 그것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상이 이책의 주제이다. 물론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만 전체적으로 유용한 시각이다. 알면서도 뭐 알고 잇는거지 뭐 할 뿐 그냥 지나치는 것들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책이 다양한 경영사례들에서 보여주는 것이 당연한 공자님 말씀을 환기하는 것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 이책을 쓰기 전에 저자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기계공학의 체험을 바탕으로 시스템 설계에서의 실패학에 관한 저서를 여러권 냈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경영서적으로 쓰여진 이책에선 왜 일본에서 그의 논점이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알기가 어렵다. 주장이 맥아리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실패가 조직의 정보흐름에서 어떻게 누적되는지 그리고 그런 정보흐름을 열기 위해 리더가 가져야 할 자세를 무엇인지, 산업이 맹아기 발전기 성장기를 거쳐 왜 쇠퇴기로 들어가는지를 실패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부분은 상당히 참신하고 힘이 잇다. 그 부분들만으로도 이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