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경영 - 탁월한 경영자가 되려면 먼저 유능한 정치가가 되라
제프리 페퍼 지음, 배현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이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내 정치에 관한 책이다. 스탠포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자신이 맡고 있는 ‘조직내 정치와 권력’이란 ‘정규’ 과목의 교과서로 집필한 것이다.

MBA용 교과서로 만들어진 책들이 거의 다 그렇듯이 이책의 내용은 강의를 위해 만들어진 학술적 내용이 아니라 실제 기업의 현실에 맞춰진 실용적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책이 보여주려는 것은 사내 정치에서 이기는 방법이다. 그러나 단순히 승리를 위한 승리가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내 정치를 말한다.

이책의 챕터 제목마다 달려있는 초상화의 주인공인 마키아벨리는 리더가 갖춰야 할 3가지 조건으로 능력, 운, 비전을 말했다.

리더가 되기 위해선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리더의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선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그리고 리더의 위치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이책이 말하는 것은 리더의 자리에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수단이 있어야 하고 그 수단은 사내 정치라는 것이다. 기업에서 비전은 변화와 혁신과 같은 것이 된다. 아무리 좋은 비전이 있더라도 그 비전을 실현할 수단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책에도 자주 인용되지만 경영사에 자주 등장하는 사례로 제록스 팔로 알토 연구소가 자주 언급된다.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워드 프로세서, 마우스를 처음으로 구현한 것은 애플 컴퓨터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처음 발명한 것은 팔로 알토 연구소였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팔로 알토 연구소를 방문한 후 그 아이디어를 훔쳐 세기의 총아가 된 것이다. 그러면 제록스사는 컴퓨터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은 보물을 만들어 놓고도 스스로 발로 차버린 것일까?

저자는 팔로 알토 연구소가 제록스사 내의 정치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그것을 회사내에서 밀어붙일 정치력이 없으면 사장된다는 것이다. 복사기를 만들어 성공한 제록스사 자체도 다니던 회사에서 자신의 발명을 제품화할 수 없었던 기술자가 뛰쳐나와 만든 회사에서 시작되었다. 실제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들이 그런식으로 출발했다.

그러면 회사내에서 정치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책은 우선 회사내 정치지도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기업이든 조직내 분파가 있게 마련이다. 그 분파는 지연, 학연을 기반으로한 인맥일 수도 있고 재무부서, 기술부서 등 기능적 구분에 따른 분파일 수있도 잇다. 분파가 형성된다는 것은 분파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다르면 갈등이 있게 마련이고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이다.

정치력은 자신의 권력기반이 되어줄 조직내 분파와 그 분파의 동맹관계 또는 적대관계를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조직전체를 포괄하는 정치에선 힘있는 자리를 차지할 필요가 있다. 권력은 공식적인 자리가 주는 권위에서 나온다. 비공식 네트워크를 따라 흐르는 정보와 동맹관계도 중요하지만 대개 이런 네트워크의 위치는 공식적 지위에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리가 주어진다고 모두가 권력을 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그것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이책은 그런 사람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어떤 전술을 구사하는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책은 사내정치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조직의 구조적 분석을 통해 하드웨어적 성격을 그려주고 그 구조 위에서 개인들이 어떤 소프트웨어적인 전술을 구사하는가를 그리고 있다.

이책에서 얻을 것은 개인적으로 하드웨어적 구조분석이라 생각된다. 소프트웨어적 분석도 잘 되어 있지만 그 내용은 다른 책들이 더 잘되어 있다. 가령 이책에도 자주 인용되는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라든가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 전쟁이 기술이 더 유용하다. 그러나 로버트 그린이나 치알디니와 같은 경우는 그런 소프트웨어가 어디서 구동되는지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다. 이책만의 가치는 그런 전술들이 구사되는 지형을 그리는데 있다고 하겠다.

부언하자면 이책의 번역은 그리 잘되었다고 하기는 힘들다. 재학시절 사회과학 서적은 원서를 그냥 읽는 것을 선호했었다. 이유는 영어번역이 매끄러운 책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번역이 잘못된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영어 자체로 읽으면 더 이해가 빠르다. 번역어들이 한국어로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책 역시 별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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