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판교의 바보경 (문고판)
정판교 지음, 스성 엮음, 한정은 옮김 / 파라북스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이책이 대상으로 하는 독자는 직장인들이다. 특히 저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첫발을 디딘 신입사원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들에게 절대 튀려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조직이란 어디든 정치판이다. 머리회전이 빠르고 말주변이 좋고 능력있게 보이면 어떻게 두각을 나타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조직은 어디나 정치판이다. 누가 적인지 동지인지 확신할 수 없는 곳이며 모두가 잠재적인 경쟁자이다. 정치란 무대는 어디나 위험하다. 저자가 생각하는 조직이란 위험한 정글로 보인다. 그리고 살아남으려면 바라쿠다가 되라는 것같다.

특이하게 항온동물인 바라쿠다는 청새치라 불리는 어종이다. 대양에 사는 바라쿠다는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바다를 떠돈다. 결코 흐름을 거슬러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없이 죽은듯 가만히 있는다. 그러다 먹이감이 지나가면 육지의 치타가 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먹이를 꽤뚫어 잡는다. 먹이감은 자신이 죽는 순간에도 영문을 모른다.  

저자는 주머니의 송곳이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큰일이 있을 때만 튀어나오도록 자신을 다스려야 살아남아 성공한다고 권한다. 사람은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는 없다. 완벽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모호함으로 어수룩하게 보이도록 보호색을 띄고 바라쿠다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최고의 속도로 기회를 채라고 권한다. 

이책이 그리는 조직의 이미지와 처세법은 거의 노자와 한비자의 논리를 원용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처세는 조직에서 유도를 하라는 것이다. 노자의 유연함이 강함을 제압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발전한 유도는 어리숙함으로 총명함을 이길 수 있다는 논리로 발전한다. 조직생활의 유도를 하라는 것이다. 자신을 지나치게 드러내려 하지 마라. 강하게 보이려 하지 마라. 성공하기 전에 부러진다. 이런 말이다. 

이상으로 이책이 말하려는 것을 요약해 보았다. 사실 이책의 말로 이책의 내용을 요약해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본인의 언어로 요약할 수 밖에 없엇던 이유는 이책이 모래알같이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편저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스성이란 저자는 수많은 고사와 요즘의 사례들을 동원하면서 처세의 교훈을 알려준다. 하나 하나는 매우 알차고 배울 것이 많다. 그러나 모아놓으면 전체적으로 무슨 그림이 그려지는지 모호하다. 모호하게 처세하라고 하더니 글도 모호하게 써놓은 것이다. 이책을 읽으려면 책 전체로 그림을 그리려 하지 말아야 한다. 한번 통독하고 나서 두고 두고 생각날 때 마음이 가는 부분을 읽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럴 때 이책의 효용을 120% 뽑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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