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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법칙 - 개정완역판 ㅣ 로버트 그린의 권력술 시리즈 2
로버트 그린 외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이책은 마키아벨리와 한비자를 합한 것 같은 책이다. 마키아벨리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말로 유명하다.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그만큼 오해되고 있는 말이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상대는 집안의 가장이나 누구의 친구가 아니라 나라를 이끄는 정치지도자이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행동방식, 즉 윤리는 개인에게 요구되는 윤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요구하는 행동방식은 궁정사회란 특수한 환경에서 요구되는 처세법이다. 시대와 지역이 다르더라도 환경이 비슷하면 행동도 비슷해지기 마련이고 왕을 상대로 말하는 마키아벨리와 한비자의 말이 거의 비슷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참고로 내가 읽은 것은 원서이기 때문에 이책이 번역이 제대로 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 리뷰는 번역이 충실하게 되었다는 전제에서 쓰는 것이다.)
왕이 없는 지금 그들의 말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궁정과 비슷한 환경은 지금도 잇다. 청와대의 생리는 고대궁정과 그리 다르지 않다. 돈의 논리, 효율성의 논리가 지배하는 기업의 중역들 역시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사내정치란 말은 결코 낮설지 않다. 저자는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처세해야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처세의 핵심은 이미지 관리이다.
“이미지는 화이트칼라의 모든 것이다.” 익히 잘 알려진 말이다. 흔히 주머니의 송곳은 드러나게 마련이라 위로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알려지지 않으면 끝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실제 당신의 능력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 물론 사람들이 당신에게서 알고 싶은 것은 당신이 실제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당신이 성실한지 양심적인지를 알려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알려면 비용이 들고 비용을 들이더라도 실제 그런지 확신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가면을 쓰는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평가되는 것은 당신이 쓴 가면 즉 당신이 만든 이미지이다. 그리고 이책은 그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상의 가면을 뚫고 실제 내용을 보는 법도 말하고 있다.
저자는 보스보다 잘나게 보이지 마라. 명분이 아니라 이익으로 설득하라. 친구를 믿지 마라와 같은 48개의 처세술을 나열하면서 역사적 사례를 들며 설명한다. 저자의 독서량이 부럽다. 사례는 동서양과 고금을 넘나들며 아주 생생하게 묘사되며 각각의 처세술 마다 동원되는 사례의 양도 방대하기 기 때문에 설득력이 풍부하다. 원칙을 지켜서 성공한 사례만 말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사례까지 말한다. 그리고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예외없는 원칙은 없기에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까지 고려하여 반대로 행동해야 하는 경우까지 설명한다.
삼국지를 읽는 이유가 바로 저자가 제시하는 원칙들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가? 아주 유용하다. 물론 이책의 교훈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리고 상황에 맞게 적용하기는 더 어렵다. 그러나 조심할 것은 이책을 당신이 읽었으면 다른 사람도 읽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은 어두운 면이다. 그 의도가 읽힌다면 더 나쁜 결과를 불러온다. 간파된 책략은 더 이상 책략이 아니며 당신의 약점이 된다. 어쨌든 이책의 원칙들을 당신이 실천하건 안하건 남들의 책략을 알아보고 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이책은 읽어두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