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다니느라 근 한달을 바쁘게 보내고 있다.
놀라운 건, 낯선 사람들 틈에서 제법 잘 버티고 있다는 사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이런 내가 별로 달갑지 않다는 거다.
나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수줍음이 많았다. 공상이 많았고, 말도 잘 못했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선생님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으나, 실은 그닥 모범생 스탈일은 아니었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국민학교 때 우리 반에 조손 가정의 명순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키는 나보다 크고 얼굴이 작고 하얬던 앤데 눈이 작으면서도 겁이 많았던 것 같다. 그애는 그닥 말이 없이 뒤쪽에 앉아있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애였다.
그애가 읍내로 가려면 우리 동네를 지나야 했다. 그런 애의 길을 막고 못가게 겁을 준 기억이 몇 번 있다.
말은 없지만 두려움이 깃든 눈빛...
(명순아 미안,지금이라도 사과할게..받아줘.)
이후 나는 아무탈 없이 공부잘하고 말잘듣는 모범생으로 보이는 삶을 살았다. 물론 항상 그랬던 건 아니지만, 모범생이라는 단어를 보면 어린 시절 내가 저질렀던 몇 번의 그 비행이 떠오른다.
인간이란 그런 거다. 마음속을 살피면 어떤 것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근데 왜 느닷없이 이런 이야기가 나왔더라....음....아무튼 내가 요즘 생각보다 타인들 틈에서 잘 지내는 게 영 본성에 안어울린다는 느낌이 들며, 불편하다는 거다..잘지내는 자신이 영 낯설다고나 할까...내가 원래 이랬나?엉? 나 이런 여자였어?
뭐 이런 심정....
자신을 알아보는데 몇 년이 더 있어야 할까...어떤 아는 이가 쓴 에세이를 우연히 읽었다. 뭐 딴 건 모르겠고, 읽었던 책도 여러번 다시 읽으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자신도 여러번 보고 또 돌이켜 보면, 새로운 구석을 발견한다 뭐 그런 요지였던 것 같은데...."여러번 읽으면" 이란 말에, 문득 숨이 멈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