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다.

점심 때 근처 유로고메에 가서 샌드위치와 연어샐러드와 라쟈냐를 시켜 먹었다. 먹고 나니, 체했다. 대체로 찬 음식을 찬 날씨에 먹으면, 자주 체한다.


사실, 그닥 밖에서 먹고 싶지 않았으나, 또 도시락을 싸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거절하는게 나의 본심에 합당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거절하지 못하고, 같이 가자는 말에 나갔다.

나참..난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할까...싶은 생각을 잠시 품었다가, 이내 놓아버리고..조잘거리며, 동료와 함께 나갔다.

이즈음의 나는, 자주 이런다.

그건, 내가 아직 어리기 때문이고,

그건, 내가 여전히 수동적이기 때문이고, 

그건, 내가 이토록 우유부단하기 때문이다.

나도, 안다.

아녜스였다면, 달랐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아녜스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되고자 하는가?


나는 스마트 폰이 없어서, 음식들이 차려졌을 때, 찍지 않아서, 누구처럼 페이스북에 자랑질도 안했다.

밖은, 바람이 불어 잎들이 심하게 흔들거렸다. 진열장 속에는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종류의 치즈들이 누워있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왔단다. 참 멀리서도 왔군!


우리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득의 격차가 음식과 영양의 격차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와 미국의 어느 빈민가 아이들은 채소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는 놀라운 소식과 실은 가난한 집일수록 패스트푸드와 레토르식품을 사다 먹으니 생물의 채소를 사 요리할 일이 없고 그러다 보니, 식품점에서 채소를 팔지 않게 되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수긍과 이런 현실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개탄과....그리고...우울한 마음을 안고 걸었다.


그리고 다시 일을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체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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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2-11-15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 참...체하셨다니 속상하자나요. 샌드위치 문제인 듯....체하지 마세요 흑흑.
 
두 도시 이야기 펭귄클래식 135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찰스 디킨스에게 반해서 그의 작품을 전부는 아니지만 내가 모르거나 어린시절 듣지 못했던 작품들을 읽어봐야지 했던 몇 년 전. 두도시 이야기를 발견했다.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앞뒤 재지도 않고 주문했다.

그런데 책을 받고나서야, 주니어용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거나 말거나 즐겁게 읽으면 돼지, 싶다가도 왠지 싱거울 것 같다는 지레짐작으로 감동의 물결이 반으로 경감했지 싶다.


이제 펭귄 클래식에 기대를 건다.

아이용이 아니니, 혹시 모를 19금 스런 표현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은 묘한 기대감으로 ...

그러나 저러나 에드윈 드루드는 왜 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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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2-11-15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스 디킨스는 모르겠지만 테레사님한테 최근에 반한 것 같사옵니다 꾸벅

테레사 2012-11-15 16:26   좋아요 0 | URL
어맛 마태우스님, 부끄부끄~~~
 

출장 다니느라 근 한달을 바쁘게 보내고 있다.

놀라운 건, 낯선 사람들 틈에서 제법 잘 버티고 있다는 사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이런 내가 별로 달갑지 않다는 거다.

나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수줍음이 많았다. 공상이 많았고, 말도 잘 못했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선생님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으나, 실은 그닥 모범생 스탈일은 아니었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국민학교 때 우리 반에 조손 가정의 명순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키는 나보다 크고 얼굴이 작고 하얬던 앤데 눈이 작으면서도 겁이 많았던 것 같다. 그애는 그닥 말이 없이 뒤쪽에 앉아있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애였다.


그애가 읍내로 가려면 우리 동네를 지나야 했다. 그런 애의 길을 막고 못가게 겁을 준 기억이 몇 번 있다. 

말은 없지만 두려움이 깃든 눈빛...

(명순아 미안,지금이라도 사과할게..받아줘.)


이후 나는 아무탈 없이 공부잘하고 말잘듣는 모범생으로 보이는 삶을 살았다. 물론 항상 그랬던 건 아니지만, 모범생이라는 단어를 보면 어린 시절 내가 저질렀던 몇 번의 그 비행이 떠오른다.


인간이란 그런 거다. 마음속을 살피면 어떤 것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근데 왜 느닷없이 이런 이야기가 나왔더라....음....아무튼 내가 요즘 생각보다 타인들 틈에서 잘 지내는 게 영 본성에 안어울린다는 느낌이 들며, 불편하다는 거다..잘지내는 자신이 영 낯설다고나 할까...내가 원래 이랬나?엉? 나 이런 여자였어?

뭐 이런 심정....


자신을 알아보는데 몇 년이 더 있어야 할까...어떤 아는 이가 쓴 에세이를 우연히 읽었다. 뭐 딴 건 모르겠고, 읽었던 책도 여러번 다시 읽으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자신도 여러번 보고 또 돌이켜 보면, 새로운 구석을 발견한다 뭐 그런 요지였던 것 같은데...."여러번 읽으면" 이란 말에, 문득 숨이 멈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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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10-2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성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ㅋ~
고미숙의 '누드 글쓰기'랑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를 한번 읽어 보세요~

마태우스 2012-11-1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비행으로 얼룩져 있더라고요. 그나저나 눈 작은 아이를 괴롭히다니요, 동병상련인지라 명순씨가 갑자기 우리편 같아요!
 

비밀을 말해 버렸다.

공유자가 몇 명 되는 걸 생각해 보면, 이제 그닥 비밀같지 않게 되어 버린그 사실!

심장이 조금 두근거렸다.

아  또 나의 즉흥성은, 바닥을 모르는구나..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리고 또 합리화를 한다.. 어쩌면 나는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지경으로 나를 몰아가고, 또 돌아올 수 없도록 나를 끌고 가서, 한가닥 허황된 기대조차도 부질없다는 암시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은,  실은 나자신이 두렵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나는 어떤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을...무의식은 눈치채고 있고, 나를 방어하기 위해 이러는 것이라는....


출근길이 늦었다.

그런 적이 별 없는데 잠깐 졸았다. 

그리고 달디 단 마끼아또를 상상하며, 주문한다.

한 모금을 마셨는데,,단맛보다는 쓴 맛이 더 강하다..


그래 단 것을 기대했는데, 막상 쓴 맛이라니....


나의 어떤 행동과 너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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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6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어떤 행동과도 많이 닮았군요.^^
 




"자기혐오와 타자에 대한 공격성"


실비아 플라스, 그녀를 문득 발견하였다. 아니 그녀를 발견한 게 아니라, 이름 6자를 눈으로 보았다.

서른 살에 자살한 그 여인을 생각하면 어김없이, 기네스 펠트로가 연기했던 실비아라는 영화도 떠오른다.

그리고 강남 코엑스 메가박스가 생각나고, 그 날 좀 늦은 그 남자도 연이어 기억난다.

첫번째 장면을 놓쳐버린 우리들!!!

영원히 첫장면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지.


연인들의 놀이라는 게, 실은 그닥 풍부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영화보기, 미술관 관람하기, 발레보기,음악회 가기,함께 걷기, 등산하기, 비오는날 드라이브 하기, 팩스로 시 보내기,문자보내기, 제주도 가기..서점가기, 함께 책고르기, 같은 작가 같은 책 한권씩 가지기, 수영하기, 테니스하기,포켓볼하기, 마주앉아 밥먹기,재밌는 유머 속삭이기,자전거 타기...함께 여행하기.. 또또또..


새로운 게 없는 건 맞아.

모든 연인들의 놀이는 비슷할거야.


다시 그 실비아 플라스.


왜 그녀 생각이 이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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