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삶의 낙이라고 할 수 있는 몇가지 안되는 것 중의 하나가, 드라마 더킹:영원의 군주를 보는 것이다.
삶이 고단할수록 어딘가로 숨어들고 싶고, 숨쉴 공간이 필요한 것이라면, 단연코 판타지드라마가 최고가 아닐까 로맨틱코미디거나.
물론 이 드라마는 평행우주라는 개념을 차입했다.
해서 뭔가 물리이론과 우주론에 기대어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라고 예단하고 보면, 오산이다.
다만 그 공간의 개념을 빌어서 로맨스를 풀어가는 식이다. 한국의 로코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간다. 그러나 선해하면, 우리의 소재를 확장시키고 적어도 평행우주라는 개념, 양자역학이라는 개념어를 귀에 속삭이고는 있다는 것. 언젠가 우리 모두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다수가 양자역학이나 평행우주 혹은 다중우주라는 개념을 낯설어 하지 않은 때가 온다면, 이 드라마는 아주아주 앞서서 대중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물론 너무 얇고 말도 안되는 설정이긴 하다..ㅎㅎ 그래도 어쩌랴 재미있는 것을.
오늘 어떤 책을 발견했다.
후배가 번역한 소설이다.
그의 이력을 잠깐 살펴본다. 내가 어느 지점에서 이 아이와 다른 길을 선택했구나. 만약 내가 좀더 인내심이 있고, 진중했더라면, 인생에서 쉽게 결정을 내릴 일은 그 어느 것도 없다는 점을 미리 내다봤다면, 즉흥의 또다른 말은 자신감 부재가 아닐까..싶은 약간의 상념에 젖었다.
내가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중요한 일이 또 다른 성질의 것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순전히 내 선택의 결과로서 그러나 즉흥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지점이 있었다는 그런 쓸쓸한 상념 말이다.
지난 금요일 정부의 어떤 위원회에 가서 발언할 기회가 있었다.
준비 없이 가서, 결론적으로는 그 누구도 설득하지 못한 참담한 결과를 가지고 돌아왔다. 아직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직감할 수 있었다. 아니구나...이들 중 그 누구도 우리의 말에 설득당하지 않겠구나 하는.
그 이후 오늘까지 이런 저런 생각끝에 내가 하는 일에서 나의 직업능력, 설득력, 의지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런 상태로 계속 이곳에 머물러도 될까...나는 도대체 이 나이에 이 곳에서 오랜 기간 일했건만, 제대로 열정을 발휘한 적이, 아니 열정을 품기라도 했던가? 그저 생활인의 한 사람으로서 생활의 한 방편으로서 이일을 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
심히 심란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