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물리학 - 거대한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고 싶을 때
해리 클리프 지음, 박병철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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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온몸이 꽉 차서, 조금만 건드려도, 아니 건드리기 위해 움직이려는 그 파동만으로도 슬픔이 새어나오는 사람이 있다.
이제 그런 사람들이 더 늘었다. 156명....의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
우리의 가슴이, 일면식도 없는 나의 가슴이 이렇게 아플진대, 그들은..슬픔 그자체가 되어버리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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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윌리엄!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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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읽고나서, 좀 어리둥절하다. 나는 무엇을 읽은 것인가.
버튼의 남편이 주 글감이긴 한데, 그렇다고 남편의 일대기는 아니다. 남편을 좇아가는 나의 이야기..같다고 할까. 아니아니다. 윌리엄이란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니다..이건 윌리엄이란 남자를 매개로 그의 어머니, 그리고 버튼의 가끔씩 언급되는 가족들이야기, 그 또 ...스쳐갔던 사람들의 이야기..같다.
나는 불쑥 튀어나오는 ˝오 윌리엄˝이라는 말에 글의 흐름을 놓치거나, 갑자기 아 참 이건 윌리엄이야기지 하고 돌아오곤 한다.
화자의 감정이 자주, 드러난다는 뜻.
나에겐 그러했다.
그래서 좋은 줄 모르겠다. 너무 이봐요. 여기 몰입하지 말아요. 이건 당신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고요. 나와 윌리엄,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

하는 것 같았다.
소설이 끝나도록 버튼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동일시하고 있는 나의 탓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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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장을 만나면, 잠시 멈춘다.
거기나 여기나, 당신이나 나나,그런 겁니까? 그러니까 그런 거로군요..


그리고
이런 구절을 만나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는 거로구나.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인 거로구나 싶은..

‘‘나는 하느님보다 엄마가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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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지음 / 시와사회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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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은 늘 열려있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 그닥 멀지 않아서, 아니 지척이어서, 나는 요새 자주 그곳에 간다.
나무들이 많아서이다. 물론 숲이나 산만큼은 울울창창하지 않고, 그저 도심에 있을 법한 정도, 좀 있는 집 정원수 정도라고나 할까.
여튼 내가 부쩍 그곳에 가게 된 것은, 점심 먹고 걷다가 더이상 새로운 걷기 행로를 찾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문득 문이 열려있고, 게다가 공짜다.
영추문으로 들어가는 경복궁은 입장료가 있지만, 국립고궁박물관은 없다.
그러니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불쑥 들어가 이곳저곳 쑤시고 다닐 수 있다.
오늘은 문득 갈매나무 아래에 있었다. 늘 가던 오솔길에서 좀 옆으로 새는 또다른 오솔길인데, 푯말이 붙어있었다. 갈매나무....짙은 초록색을 갈매색이라고 한단다. 와우 이런 말이 있었다니..그리고 덧붙여서 백석의 시에 나오는 한구절....

그래서 또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를 찾아보게 되었다. 어디메쯤 그런 구절이 있었던가 싶어서..그러다가 내가 예전에 올린 독후감까지 찾게 되었다.

https://blog.aladin.co.kr/706624125/2012581



오랫만이구나 너, 2008년에 올렸구나..잘 있었니?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워.
아, 갈매나무...봄에 잎이 얼마나 푸른지 꼭 가서 확인해 봐야지...백석조차 머나먼 이국땅에서 끝내 잊지 못했던 그 고향의 색, 갈매색,,갈매나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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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명의(아주) 짧은 역사
헨리 지 지음, 홍주연 옮김 / 까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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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리어, 책을 산 적이 있다.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라는.
지구가 만들어진게 45억년 전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이 700만년전이던가? 여튼 그 기나긴 인류의 여정에서 현생 인류가 그리고 현대의 우리라고 불리는 인류까지 기간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도 이 책은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와 지구, 우주에서 차지하는 너무도 미미한 흔적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며, 마침내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인식하는데까지 이를 것이란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정치철학자가 쓴 책이었고,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읽고 팔아버렸다. 나에게 있어 '읽고 팔았다'는 소장할 가치도 , 감흥도, 여운도, 그리고 소중한 인식의 전환도 없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뭐 그렇단 이야기.
그런데..지구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는, 내가 이전의 하찮은 인간, 호모라피엔스에 기대했던 그 무엇을 충족시켜주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고 해야 할까?
읽고 나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를 것이다.
그것은 설명 불가의 어떤 인식, 깨달음 비슷한 어떤 것...그리고 그야말로 하찮은 인간, 호모사피엔스...절멸하고 말 운명...이라는 진실이 주는 그 무엇.
물론 지금은 아니다.
아주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지구가 변하고 그 운명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인간 또한 변하고, 사라지고, 흔적조차 없이 우주의 먼지로 사라질 것이라는 지구생명의 역사의 예정된 미래이지만, 지금의 우리는 아니다. 지구 종말은 아주 먼 이야기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반드시 멸종할 것이란 단언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충격의 일격을 가하는지.
그 이야기를 헨리 지는 아주 아주 축약해서 들려준다. 지구가 어떻게 생겨났고, 요동치며 변화하는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근근이 생명을 이어왔는지,
한마디로 그동안 읽어 온 많은 지구이야기, 진화이야기의 축약판이면서, 앞으로 인간의 운명이, 그리고 지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를 헨리 지답게 담담하게 들려준다.
이야기꾼답게 속도감 있으면서도 재미까지, 그리고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고고학적, 생물학적 발견까지 무엇보다 참고서적까지 꼼꼼하게 담았다.
물론 결론은 단 하나,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은 언젠가는 끝장날 것이다. 지구도 서서히 자신의 생애주기를 다할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야겠지만. 그 모든 인간의 이야기, 흥망성쇠, 욕망들까지도 다 한단층의 희미한 흔적으로 남았다가 ,,마침내 그것조차 사라질 것이다.
그 어떤 뛰어난 예언가들의 그것보다 더 절절하고도 정확한 이 예언은,지금 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면서, 어쩐지 심오하고도 장엄한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한동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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