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의(아주) 짧은 역사
헨리 지 지음, 홍주연 옮김 / 까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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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리어, 책을 산 적이 있다.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라는.
지구가 만들어진게 45억년 전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이 700만년전이던가? 여튼 그 기나긴 인류의 여정에서 현생 인류가 그리고 현대의 우리라고 불리는 인류까지 기간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도 이 책은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와 지구, 우주에서 차지하는 너무도 미미한 흔적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며, 마침내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인식하는데까지 이를 것이란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정치철학자가 쓴 책이었고,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읽고 팔아버렸다. 나에게 있어 '읽고 팔았다'는 소장할 가치도 , 감흥도, 여운도, 그리고 소중한 인식의 전환도 없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뭐 그렇단 이야기.
그런데..지구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는, 내가 이전의 하찮은 인간, 호모라피엔스에 기대했던 그 무엇을 충족시켜주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고 해야 할까?
읽고 나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를 것이다.
그것은 설명 불가의 어떤 인식, 깨달음 비슷한 어떤 것...그리고 그야말로 하찮은 인간, 호모사피엔스...절멸하고 말 운명...이라는 진실이 주는 그 무엇.
물론 지금은 아니다.
아주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지구가 변하고 그 운명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인간 또한 변하고, 사라지고, 흔적조차 없이 우주의 먼지로 사라질 것이라는 지구생명의 역사의 예정된 미래이지만, 지금의 우리는 아니다. 지구 종말은 아주 먼 이야기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반드시 멸종할 것이란 단언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충격의 일격을 가하는지.
그 이야기를 헨리 지는 아주 아주 축약해서 들려준다. 지구가 어떻게 생겨났고, 요동치며 변화하는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근근이 생명을 이어왔는지,
한마디로 그동안 읽어 온 많은 지구이야기, 진화이야기의 축약판이면서, 앞으로 인간의 운명이, 그리고 지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를 헨리 지답게 담담하게 들려준다.
이야기꾼답게 속도감 있으면서도 재미까지, 그리고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고고학적, 생물학적 발견까지 무엇보다 참고서적까지 꼼꼼하게 담았다.
물론 결론은 단 하나,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은 언젠가는 끝장날 것이다. 지구도 서서히 자신의 생애주기를 다할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야겠지만. 그 모든 인간의 이야기, 흥망성쇠, 욕망들까지도 다 한단층의 희미한 흔적으로 남았다가 ,,마침내 그것조차 사라질 것이다.
그 어떤 뛰어난 예언가들의 그것보다 더 절절하고도 정확한 이 예언은,지금 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면서, 어쩐지 심오하고도 장엄한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한동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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