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선택을 마저 읽었다. 

소피의 선택은 일종의 관용구가 되었다고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가 비극적인 상황을 가리킬 때.


그렇다. 소피는 선택을 하였으나, 결과는 비극으로 끝났다. 이렇게 했더라면, 저렇게 했더라면, 그런 가정법조차 허용하지 않은 비극!


나는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혼란 속에 있다.

누군가의 생과 사가 자신의 손가락 방향에 달렸다고 한다면, 그 손가락을 견딜 수 있을까?

12살 어린 소녀는, 시체를 태우면서 나온 열로 겨울 수영장 물을 데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아이는 어떻게 자랐을까?

수용소 책임자의 딸 침실에 놓여져 있던 지멘스 라디오. 지멘스는 유서 깊구나가 아니라 미처 이르지 못할 그 어떤 다른 깨달음.

한때 아름답고 잘 다듬은 분홍색 손톱을 가졌으며 잘생긴 외모와 기품있는 매너로 소피를 홀렸던 실업가, 그는 더 많은 유대인 노동자들이 필요하다며 수용소 관리책임자를 설득한다.


사실 아무 것도 쓸 수가 없다.

어쩌면 이 책을 아니 읽었더라면 나았을까 싶기도 하다.

분노나 슬픔도 아니고, 그러나 그것들이 없지도 않은 뚜렷하게 하나로 형상화되지 못하는 것들이 마음을 떠돈다.

인간은 어디까지 악할 수 있는지, 또한 인간은 어느 정도로 견딜 수 있는지, 인간의 삶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


분명한 것은, 매 시기마다 인간은 악했고, 또 악할 것이다.

또한 자명한 것은, 인간은, 여전히 선하고 또 선할 것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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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두개로 분리된다. 

집과 직장..중간은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데, 이토록 단절되어서 혼자 살아도 될까?

위기감이 들 때도 있지만, 우리말의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보다는 덜하다.

오늘도 혼자 싸온 도시락을 먹고, 약간의 웹쇼핑을 한 후, 근처를 혼자 걸었다. 나는 대체로 친절해서 회사 근처 이웃 생협에 잠깐 들러, 그곳 매장 직원들께 다정한 인사말을 건넬 줄은 안다.

이중적일까?

나는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어색하고, 새로 누군가를 사귀고 싶은 욕구도 없다. 그러나 예쁜 옷을 사고 싶은 욕심은 여전하고 예쁘게 차려입고 싶은 생각도 여전하다. 다만, 이제는 좀 편하면서도 산뜻하고 깔끔함을 지향하는 정도. 목표가 달라졌기 때문일수도..예전에 한창 호르몬이 넘쳐날 때는 이성을 꼬셔야 하고, 그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욕구가 절반 이상이 아니었을까? 솔직하게 말해 그렇다.

그러나 이제 나의 관심사는 자연의 이치에 맞게 더이상 청춘의 내가 가졌을 법한 것과 달라졌다. 건강, 만족, 생의 의미 같은 것. 남은 나날을 무사히 마치고 싶은 것, 내가 하는 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언제든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해 졌다. 물론 이런 관심사에 맞게 내 인생이 조율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인생의 의미를 되묻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에리카 종의 말처럼, 여전히 나자신이 온전한 인간인지 알아보고 싶은 욕망...이  이 즈음에 더욱 절실하다.

소피의 선택은, 별다른 이유없이 선택했다. 더 이상 읽고 싶은 소설이 없다는 무감각의 시기에 혹시나 하고 시작했다. 

오래 전 대학 동기가- 나보다 나이는 꽤 많은데 군대 졸업 후 대학에 들어와서였던 것 같다- 역시나 나이에 맞게 나보다 어른스러워서인지..원서로 읽고 있었다. 재미있다며.

소피의 선택은 그래서 늘 그 동급생이 들붙는다.그리고 메릴 스트립...상대방 남자 주인공은 도저히 기억이 남지 않지만...

책을 읽으니, 영화로 기억하는 내용과 또다르네..싶다.


조금씩 읽다 보니, 맥이 끊기긴 하지만...여튼 이런 독서도 좋다.

그냥..나 자신이 온전한 인간인지 알아보는 ..삶의 군데군데...소설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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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 생각연구소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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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다. 이전의 감정과 지각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바를 송두리째 뒤흔든다. 이 또한 증명되고 실증되어야 할 이론이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그 뒷받침은 튼튼하다. 문제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모든 사고,지각, 감정, 세상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 같지 않을 것 같다. 두렵다..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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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읽다보니, 끝에 이르렀다.
재미있다.
플롯은, 예전에 영화를 보았지만, 뜻밖의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긴장되고 허를 찌른다는 느낌.
영화를 본 지 너무 오래 전이어서일 것이다.
책 읽기 전 얼핏 책 뒷면의 소개글을 읽긴 했다.영국의 미래에 대한 포스터식의 진단과 전망이라는 식의 평가였던가?
음 평론가들이란...
난 그저 가치관이 다른 남녀들의 만남에서 인습에 갇혀있는 남자와 기꺼이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인 여성 사이의 만남, 충돌,이해...그리고 사건들을 통해 드러나는 면모. 이런 것들에서 재미를 느꼈다고나 할까?

연애이야기만은 아니다. 오히려 사업적인 남자와 이상과 상상력을 믿는 여자, 그리고....부와 빈의 차이가 어떤 의미인지 드러내는 인간군상. 당시의 시대적 인간군상을 예리하게 포착한 것이겠거니.

그리고 그 중심에 하워즈 엔드라는 집이 있다.
집에 이름이 있다니. 집 또한 사물 이상의 무언가라는 뜻인가?
우리들의 집에는 어떤 이름이 있는가. 그저 집, 2층 단독주택.  무슨무슨 도시의 무슨무슨구 무슨무슨동....그리고 문패조차 잘 없지 않은가?
어떤 의미에서 집은 사람보다 오래 산다. 한세대 이상을 살아내게 한 집이라면, 사람보다 오래 사는 것이다. 집이라..이름이 있는 집이라...그건 아무런 이름이 없는 집과는 분명 다른 무언가일 것이다.

그리고, 서로 연결하라...
작가는 그렇게 책을 시작하기 전에 힌트를 주었다.
현재의 우리의 처지. 고립되고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도, 연민하지도, 인간답지도 못하다는 말일까?

이름을 부여받은 집 그리고 연결하라...는 말.
읽고 나서도 생각이 맴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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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실재를 반영하지 않는 책들에는 왠지 손이 안 간다. 물론 소설은 단연코 예외다. 소설 없는 세상을 살아내기란 얼마나 가혹할까

그렇잖아도 책 읽을 틈 없는 직장인으로서, 절대 읽지 않을 책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냥 오늘 기분이 꽝이라...이런 상황에서는 뭔가를 실컷 욕하는 게 필요한데..없네.ㅜ




프로이트의 저작들 및 그의 심리학책

자기계발서류

부자되는 법을 가르쳐 주는 류

철학서들

수필들 아마도 거의 대부분

진화론에 바탕을 두지 않은 심리학책

괴기소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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