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뼈
알베르틴 사라쟁 지음, 이수진 옮김 / 미행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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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싶다, 읽고싶다, 읽고...싶다! 패티 스미스의 추천이라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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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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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짝이야. 


누구네 집 책장에 있는 걸 꺼내서

거기 있는 의자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아무 데나 펼쳐 읽다가 기울어진 몸을 일으키고 

가로로 감기던 눈을 세로로 치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번역서였...? 


국내서인줄 알았다. 번역서가 왜 번역한 티가 안 나지? 원래 저자가 쓴 그대로, 문자 그대로, 문자만 바뀐 것 같은 느낌은 뭐지? 


놀란 김에 빌려다가 집에 가져왔다.


아마존 가서 냉큼 샘플 페이지를 확인했다. 


원래 글 잘 쓰는 사람이네!

단어가 정갈하면서 분명하고, 군더더기 없지만 단말마는 아니고.


그래도 그렇지.

원래 글 잘 쓰는 사람 글을 가져다가

원래 잘 쓴 글을 그닥 잘 못 쓰는 자기 글로 둔갑시켜 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래서 번역자는 글을 잘 써야 한다.

원저자보다 글을 더 잘 써야 할 필요는 없지만

딱 원저자만큼은 써줘야 한다.


그걸 검증하긴 힘들겠지만.


번역 때문에 뒷방 늙은이 팔자 돼버린 번역서가 없으리라고는 말 못하겠다.


번역자가 원래 글 잘 쓰는 사람 같다.

이력을 보니 대학에서 화학과 전공...이과...


편견 하나를 부수게 된 날이다. ㅎㅎ


[내 어머니는 내 어머니가 아니었다]를 열 번도 더 읽었다.


시도 아니고 편지도 아니고 일기도 아닌 글.


아버지에게 친부 성폭력을 당한 여자가 엄마를 생각하며 쓴 글.


어머니는 여전히 때때로 아버지의 언어로 말한다.

칵테일 두어 잔을 드시고 난 뒤면 말이다.


(103p)


마시고

드시고


뒤에

뒤면 말이다


이 사소한 차이가 독자를 울컥하거나 울컥하지 않게 가른다.


나는 장담한다.


영어는 이딴 걸 그렇게까지 중시하지 않는다.


마시고

드시고


둘다 'drink' 정도로 퉁친다


뒤에

뒤면 말이다


둘다 'after' 정도로 퉁친다.


(그래도 설마...할 사람들을 위해 확인 차 원서와 비교하려 주문해 놓은 상태)


영어에 없는 걸 한국어에서 굳이 만들어내면 반칙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영어에 없지만, 영어를 쓰는 원어민들은 희한하게 보이지 않는 그 차이를 느낀다.

그게 그들의 모국어이기 때문이다. 안 느끼는 게 아니다. 아무리 그냥 'drink'고 그냥 'after'라 하더라도. 그들에겐 차이가 있다. 어떻게 느끼는 지는 영어 원어민이 아니라 모른다.


반면, 한국어에는 마시다/드시다, 뒤에/뒤에는 말이다,의 구분이 확연하기 때문에

살려내야 한다.


그게 한국어다. 한국어로 쓰인 책에는 그게 살아나야 한다.

정말 많은 한국어로 옮겨진 책들이 그걸 실패하고 있어서 속상...


이 책은 가슴이 터지지 않는 게 이상하리만치 속에 뜨거운 걸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시도 아니고 편지도 아니고 일기도 아니고 넋두리도 아니고...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그 '소리'를 그 소리답게 담아냈다.


원저자가 처음에 해냈고,

번역자가 같이 해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들이 우는 곳에서 같이 울 수 있어서 좋다.

책 내용은 슬프지만...


슬픔으로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어서, 좋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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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9-0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브 엔슬러, 처음 들어보는 작가예요.
찜해 두겠습니다.

번역에 대한 젤소민아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번역자는 자신의 문장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젤소민아 2024-09-07 11:38   좋아요 1 | URL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도 있더군요. 샘플 페이지 보니 이분이 워낙 글이 좋은 것 같아요. 번역자들도 훌륭할 테고요. 그 책도 좋네요~원서를 봐야겠어요~나중에 소감 들려드릴게요 페넬로페님~
 
세계-사이 - 찢어진 예술, 흩어진 문학, 남겨진 사유
최정우 지음 / 타이피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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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님, [사유의 악보] 이후로 문학을 보다 들이파 주길 기다렸어요. 보람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정우님 덕분에 알튀세르에 다가듭니다. 원서 자체보다 ‘최정우 번역‘을 검색합니다. 그걸 그냥 다 읽으면 되니, 전 참 수월합니다. 여러모루 감사합니다. 꺅, 소리 한 번 지르고 구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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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삶의 기술 - 즐거움을 잃어버린 시대의 행복 되찾기
로베르트 팔러 지음, 나유신 옮김 / 사월의책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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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확 눈에 들어오는데, 리뷰가 하나도 없다는.

아마존 가보니 독일어버전만 있고, 독일어로 호불호가 갈리고.

번역기에 돌려보니 불호 리뷰에는 '근거없이 혼자 떠든다'고 화내고.


책 소개만 보더라도 '지젝스럽다'고 이미 고백하는 듯한 바.

오스트리아의 좌파지식인이라...


현란한 지적유희

번뜩이는 통찰


저자소개에 보이는 구절들이다.


'유희'에는 주저되지만 '통찰'을 믿고 가봐??


비행기 탑승객이라면 요즘의 여행이 보안검색대의 공개 스트립쇼와 함께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모두 신발을 벗고 허리띠를 풀어야 한다. 빈의 철학자 로베르트 팔러는 생존을 위해 품위를 내던져버린 현대 문화, 오늘의 문화를 ‘빼기’의 문화로 만들어버린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가차 없이 비판한다. 디카페인 커피, 무알코올 맥주, 욕설이 없어진 축구, 신체접촉 없는 섹스… 지금 우리는 삶의 기쁨을 내주고 이런 빼기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추천글 중 하나인데...

개인적으로 반론의 여지가 있다.


디카페인 커피.


나는 카페인 한 드롭이면 날밤 새야한다.

하루종일 수전증에 시달린다.

나는 '생존'을 위해 디카페인을 마신다.


무알콜 맥주.

나는 논알콜의 virgin cocktail을 마신다.

알콜 다섯 스푼이면 몸에 붉은 반점이 돋기 때문이다.


이게 생존을 위해 품위와 즐거움을 내던져 버렸다는...건가?

거꾸로, 생존을 위해 그나마 그만큼의 즐거움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로는

볼 수 없을까.


물론, 이건 추천글에 불과한 것이지 책 내용 전반이 아니다.


출판사 책 소개를 보자.


이런 탐색을 통해 저자가 도달하는 지점은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옥타브 마노니가 말한 ‘잘 알지만 마치 그렇지 않은 듯이’ 행동하는 삶의 차원이다. 우리는 현실의 조건에 갇힌 존재로서 이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마치 너무나 즐거운 듯이” 즐기는 삶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고대의 축제나 오늘날의 파티에서 보듯이, 일상의 금기를 잘 알고 있지만 놀이와 축제 때는 금기를 깨뜨리라는 가상의 명령도 수행할 수 있는 지혜다. 그런데 이것은 서로의 쾌락에서 함께 더 큰 즐거움을 얻는 ‘공모자’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우리의 쾌락은 사회적 차원에서만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로베르트 팔러는 결국 개인을 낱낱이 흐트러뜨려서 각자도생의 불행한 자아로 살게 하는 이 시대에 저항하여, ‘함께 즐거움을 향유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런 책들이 원래 그렇긴 하지만, 잘 안 읽힌다.

세 번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명백히는 모르겠다. 

특히, 세번째 문장.

번역의 아쉬움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이거-.


우리는 현실의 조건에 갇힌 존재로서 이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마치 너무나 즐거운 듯이” 즐기는 삶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겹쳤다.

이건...쿤데라가 온갖 저서에서 그리도 천착하던 '키치'가 아닌가...



우리는 현실의 조건에 갇힌 존재로서 이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마치 너무나 즐거운 듯이” 즐기는 삶-.


이거 말이다.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또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마치 너무나 즐거운 듯이'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낸 그 무엇-.


그게 쿤데라의 '키치' 같은데...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팔러는 '키치적인 삶', 즉, '함께 마치 너무나 즐거운 듯이 즐기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거??


쿤데라가 제안한 건 '반(anti)-키치'인 것 같은데...

'똥' 때문에 전기철망에 감전사하는 선택을 한 스탈린 아들을 제시하면서...

스탈린 아들의 키치적 삶에는 '똥'을 허용할 수 없어서.

가만..이 사람은 '똥'을 허용하자는 소리니까, 맥이 같은 건가?

와....이거, 읽어봐야것네.


물론, 내 좁은 이해 폭에서 불거진 오류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의 말이든 앞뒤옆 문맥을 잘 따져보고 결론지어야 한다.

쿤데라를 더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읽어볼 용의가 있다.


혹시 아나.

쿤데라보다 더 좋아지게 될지! ^^


*그만 쓸려다가...

리뷰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구매결심을 하게 했다.

어지간하면 요새는 출판사 직원이나 관계자들이 계정 만들어서 찬양 일색의 리뷰를 올리는 게 관행이 된 지 오래 같아서...거기다 책도 안 나왔는데 '구매' 표식까지 딱! 그런 책은 더 안 사게 된다는 걸 좀 알아주면 좋겠는데.

'구매' 표시가 없는 리뷰는 다른 곳에서 책을 사 읽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희한하게 그런 리뷰는 찬양 일색. 다른 곳에서 책을 사 읽고 여기 와서 별 다섯개 리뷰를 굳이, 굳이, 굳이, 왜 다는 걸까. 시간 나서 다른 서점도 찾아보면 거기도 다 똑같이 올라왔다는. 


리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의 서브텍스트는,

전적으로 독자, 당신에게 맡긴다, 는 출판사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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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06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4-09-07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디오니소스네요^^
화가는 카라바조인듯 하고...
아닐 수도!
왜 이런 표지를 썼는지 알듯 하네요

젤소민아 2024-09-08 12:30   좋아요 1 | URL
와, 이런 거 척보고 그림, 화가 다 알아맞히는 그레이스님, 리스펙트! 비결이 뭔지요.. 그림 많이 보기? 심플한데 어려워요~ㅎㅎ
 
픽션의 가장자리 - 새로운 주체, 공통의 세계를 찾아 나선 지적 여정
자크 랑시에르 지음, 최의연 옮김 / 오월의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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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만 잘하는 게 진짜 잘하는 거. ‘오월의봄‘ 출판사는 인간사 다각적인 테마를 다루지만 코어는 ‘사회학‘이다. 정치/사회와 픽션의 결합이라...거기다 랑시에르라...대박. 원제 좀 알구 싶은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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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처럼 2024-09-04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제 책 표지에 써 있네요. ㅎ Les bords de la fiction 원제 그대로 <픽션의 가장자리>네요.

젤소민아 2024-09-04 11:23   좋아요 1 | URL
ㅎㅎ 저게 안 보였네요~~숨은그림찾기~~감사합니다~제목, 맘에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