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페르소나
박성준 지음 / 모던앤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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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어른이 되고 싶었다, 대체로 비기고 싶었다-. 이런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꾸 중얼거리게 되는 말이다. 말이 되는 글은, 글 자체보다 오래 남더라. 적어도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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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화학 공부 -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화학 개념 그림으로 과학하기
알리 세제르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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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 관한 책은 절대로 읽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 화학이 거의 빵점. 물리도 마찬가지. 내 머리는 과학적 머리가 아닌 것이다. 화학과 물리가 내 수능 점수 다 깎아 먹은 원흉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기로 했다. 샘플페이지 보고 읽고 싶어졌다. 드디어 내가 화학적 인간이 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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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음과 싫음 사이 - 서효인의 6월 시의적절 6
서효인 지음 / 난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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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하면 책을 읽으면서 잘 울지는 않는다.

티브이 보고도 잘 안 울기는 마찬가지다.

영화는 좀 운다. 

'파이란' 같은 거.


애국가 들으면 운다.


거참, 희한한 일이다.


아리랑,이라면 또 몰라도, 애국가라니.

(잘 들어보면 우리 애국가가 무지 구슬프거덩)


그런데 얼마 전에 읽으면서 운 적이 있다.

이 책이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을 키우는 시인 아빠가 쓴 책이다.

그때 시인 아빠의 이름을 기억했다.


서효인.


'잘 왔어 우리 딸'을 읽고 울었던 이유가 있다.


누가 시인 아니랄까봐...


시인의 단어가 파고들었다.

문장이 파고들었다.


뭔가 비밀이 숨어있나 싶어 다시 읽고 또 읽었다.

특별한 단어가 아니다.


평범하달 수도 있는, 일상적인 단어다.

그런데 그 평범하고 일상적인 단어가 어우러져 또 다른 단어를 만들고

또다른 문장을 만들고 또다른 맥락을 만들더라...


그게 '단어'의 사명 아닐까.


어차피 세상에 태어난 단어.

그 사명을 다하고 가는 길은 이런 '쓰는 이'를 만났을 때 열린다.

그래서 단어들이 좋아할 사람,


서효인.


시는 어차피 읽어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읽긴 한다.

그의 시도, 어차피 잘 모르지만 읽었다.

어차피 잘 모르지만 시도 좋다.


그리고 산문집.


좋음과 싫음 사이.


각오부터 한다.


또 울면 어쩌나.

실은 울고 싶어 읽는 지도 모르겠다.


좋은 의미의 욺.


서효인 시인에게서 또 배운다.


이쯤에서 운명처럼 또 파고드는 또다른 시인의 산문집 제목.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니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이 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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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처럼 문학 읽기 - 작품 속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문학 독서의 기술, 개정증보판
토마스 포스터 지음, 손영민.박영원 옮김 / 이루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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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하면 양심적으루다가 이런 얘기 안 하는데,,,, 이 책은 정말이지 나만 읽고 싶은 책이다. ㅋ 구판 있는데 새판 또 사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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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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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따로이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누군가 눈에 보이는 대로 맺힌다.

누군가의 눈이 보는 대로 보인다.


소설을 읽으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는 나만의 세상을 보는 것이다.

내 눈에 맺힌 나만의 세상을 보는 것이다.


같은 소설을 읽었으면 비슷한 생각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유튜브를 둘러봐도 다 같은 말이다.

이렇게 느꼈다,고 이야기들 하는데

정말 그런 것인가.


이렇게 느꼈다,라고 말하기를 강요받은 적은 없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어째서 모두의 말이 같은가.


비슷한 생각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정말 소설은 한 가지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한 사람이니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없을 지 모른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보이는 것을 성실하게 보는 것으로 내 몫을 다하면 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들 같은 자리에 선 것인가.


그럴 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구,라는 같은 자리에 선 지구인 아니던가.


나는 소설을 쓴다.

소설가이다.


소설가 지구인이다.


소설가 지구인이다보니, 뭘 봐도 소설이 보이는 모양이다.


무덤가에 모인 대다수의 학생들은 음악 선생의 지휘에 맞추어 합창곡을 부르면서도 지휘자의 손을 주시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양복점 주인의 외롭고 초라해 보이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136p)


틀에 박힌 지성과 잘 짜여진 미래를 강요하는 수도원에 모인 수재들은 소심했던 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다. 무덤가에 모여 학생들은 지휘자의 손을 보지 않는다. 그들은 죽은 친구의 아비를 본다. 외롭고 초라한 아비를 본다. 아비는 추위에 떨며 눈 속에 서 있다. 


학생들이 보는 아비는 '영혼'이다.

영혼은 대개, 외롭고 초라한 법이니까.

영혼을 다루어야 하는 수도원은 정작 영혼의 부재 공간이다. 


학생들은 지휘자의 손을 보지 않을 줄 안다.

본능이다.

친구의 무덤가에서만큼은 그 손을 보지 않을 줄 안다.

진심이다.


이따금 왼손으로 저고리 자락에 숨겨놓은 손수건을 만지작거리기는 했지만, 정작 그것을 끄집어내지는 않았다. (137p)


우리네 순수한 영혼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게 드러나주기만 한다면 우린 초라하고 외롭지 않을 지도 모른다.

아들 잃은 아비여, 손수건을 끄집어내 주길!


소설가도 이래야 한다.


지휘자의 손을 주시하지 않아야 한다.

외롭고 초라한 재단사 아비를 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재단사 아비가 끄집어내지 못한 손수건을 끄집어내...지는 못하더라도

같이 만지작거리긴 해야 할 것이다.


이따금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어 나타났다. 책 속에서 동경과 갈망에 사무친 인물이나 역사의 한 부분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살아나 자신의 시선이 생동하는 눈망울에 맺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었다. (149p)


내가 쓰는 소설의 인물이 바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살아나 자신의 시선이 생동하는 눈망울에 맺히기를...

바라는것이다.


소설의 인물은 생명이 없는 게 아닌 것이다.

산 것이다.

그러나 텍스트에 갇힌 것이다.

텍스트 안에서만 자유로운 것이다.


소설의 인물은 현실로 불쑥 튀어나오지 못한다.

제힘으로는 못하는 것이다.


독자만이 할 수 있다.

소설의 인물을 현실로 불러낼 수 있다.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살아나 자신의 시선이 생동하는 눈망울에 맺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네들의 바람을 듣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동해야 할 것이다.

생동하는 눈망울을 가져야 할 것이다.


소설을 읽는 외롭고 초라한 영혼의 소유자들이여.

아, 생동하는 눈망울을 가진 자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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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5-18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애정을 가지고 정독한 책이라 님의 글이 반갑네요..^^

젤소민아 2024-06-05 23:08   좋아요 0 | URL
어린 시절 읽은 책은 반드시 다시 읽어야한다는~~요. 뭘 읽었나...싶더라고요. 왜 명작인지,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게 아쉬워요~.

젤소민아 2024-06-05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옷~~이달의 당선작!! 절판된 책이 알라딘에 중고로 있는데 원래 책값의 3배! 침만 흘리고 있었는데 당선작 상금으로 그걸 질러야겠다! 기분 둥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