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작들 2 - 당신의 영화를 살 수 없는 이유 망작들 2
노혜진 지음, 정우열.이지영 그림 / 꿈꾼문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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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작들 1편의 반응이 괜찮았던 걸까. 

[망작들1]의 저자가 아닌 한국인 다른 저자가 2편을 잇고 있다.


부제가 '이 영화를 살 수 없는 이유'이다.

한 번 더 짚자.


이 영화를 살 수 없는 이유,이다.


이제 내용(코멘트)을 보자.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에 

'그 해변에 사람이 너무 몰린다. 책임지라'? 

이 영화를 이미 샀고 그래서 돈 많이 번 코멘트.


이게 '망작'이란 코멘트인가?


히치콕의 '사이코'는 또 어떤가?


무서워서 샤워를 못한다??


이건 서스펜스물로 압도적인'대작'이란 소리 아닌가?

그러니까 '망작'의 반대.

그래서 '당신의 영화를 못 사겠다'고??

뭔 소린지.

바로 사야지.

그러니까 이 코멘트 역시, '서스펜스'의 의미를 모르고 있다는 

자기고백이나 매한가지.


저자가 '망작'의 단어 뜻을 알고 썼는지,

'당신의 영화를 살 수 없는 이유'란 부제를 보고 썼는지,

가늠이 안 된다.


이건 그냥 '살짝 삐딱한 영화 감상기',

그러니까 그 코멘트가

좋다는 말일 수도 있고,

안 좋다는 말일 수도 있는...


적어도

'당신의 영화를 살 수 없는 이유'는 추호도 아니다.


아니, '쇼생크탈출'을 보고 사람들이 그 해변에 밀려 든다는데,

그 영화를 왜 또 사고 말고 한다는 말인지?


이 책의 1편은 '명작'을 '망작'으로 돌려보는,

'틀어보기' 편집으로 승부한 작품이다.


이런 컨셉의 책은

그 컨셉이 모든 내용을 이미 담보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저자는 '틀어본' 명작을 '틀어서' 풀기만 하면 된다.

정말 길 잘 든 얼레에서 실이 풀려나가듯 스르르, 스르르.


그런 책이 '틀어보기' 자체가 안 된 느낌.


얼레에 실이 너무 엉켰다.


이런 '틀어보기'에 매력을 느끼거나 

어떤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백스테이지 스토리가 궁금하거나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웃긴 글이 필요하다면


카밀리앵 루아의 '소설 거절술'을 추천한다.

이 책에서 씁쓸했던 입맛을 돌려 주리라 본다.

소설 거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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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설은아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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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로든 상대가 부재 중인데 통화를 한다,고?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이야기가 있었던.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남미대륙 최남단.

세상의 끝.


부재 중 통화에 담긴 목소리는 그곳에서 바람이 되어 공중으로 흩어졌다,고.


2018년에 기획된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전시에서

모아진 부재 중 통화는 10만 통.

들어준 귀는 50 만 개 이상.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 중 하나로 역할된 셈이다. 


부재중 통화는, 

할 필요 없는데 하는 통화일까,

할 필요가 있는데 상대가 없어서 할 수 없는 통화일까.


이 책에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부재중 통화가 들어 있다.


읽다가 건너 뛰는 통화들이 생겼다.

긴 통화들.

내용이 시시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짧은 통화가 더 눈에 들어왔다. 


예로부터, 통화는 간단히,니까.


사실, 전화로 할 말은 할 줄이면 될 것이다.

할 말은 한 줄인데 곁말이 많은 게 통화일 것이다.


전화로 할 말은 그렇게, 간단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엄마야.

너 간 지 벌서 4년 하고 7개월 정도 되네.

김 서방이 연애를 시작했나 봐.


1년치 카드밗 누가 두번만 내주세요.

힘들어 죽을 거 같아.


나 사실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고 싶어.

엄마 나 되고 싶은 게 없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게 더 쉬워졌어요.


나 사실 오빠 직접 보고 결혼했어요.

가끔 돈으로만 보이기도 해.


어머니, 10년 전 제가 가져갔던 돈은 만 원이 아니라 37만원이에요.

형도 같이 했어요.


내 20대를 너한테 쓴 게 너무 아까워.


신이 있다면 도와주세요. 아빠를 살려 주세요.


그때 살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좀 더 훌륭한 의사가 될게요.


이런 통화...

통화라기보다는 외마디.


살고 싶다는 외마디,

살려 달라는 외마디.


오늘도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외마디.


설명도, 서사도, 묘사도 개입될 필요 없는,

산 사람이 

더는 살지 않는 이에게 보내는 SOS.


누가누가 더 가여운가.


더는 살지 않는 이

더 살아내야 하는 이


가여운 이들이 모여 피운 불.

이 책을 그래서 봉화같다.


어둠 속에서 타닥타닥,

보아 줄 누군가를 그리며

타닥타닥.


내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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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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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코의 육체를 생각하며 암울한 공상에 빠져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나는, 날이 밝기도 전에 잠자리를 빠져나와 운동화를 신고 여름 새벽의 어둠이 깔린 집 밖으로 나섰다.

우이코의 육체를 생각한 것은 그날 밤이 처음이 아니다-18P


나는 어두운 새벽길을 곧장 달렸다. 돌멩이도 나의 발길을 방해하지 못했고, 어둠이 내 앞에 자유자재로 길을 터주었다.


내게는 외부 세계라는 것과 너무도 무관하게 살아왔던 탓으로 일단 외부 세계로 뛰어들면 모든 것이 쉽고 가능해지리라는 환상이 있었다.


숲모기가 내 다리를 물었다.


우이코는 자전거를 타고 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자전거 앞으로 뛰쳐 나갔다.

자전거는 위태롭게 급정거했다.


그 순간 나 자신이 돌로 변하고 만 것을 느꼈다.

외부 세계는 나의 내면과는 무관하게 다시금 내 주위에 확고히 존재하고 있었다.

이 장편소설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삽화'이다.

이 소설의 다음 긴 분량은 이 삽화의 끊임없는 변주에 불과하다.

진실로 그러하다.


그러나 '불과하다'고 해서 폄하될 수 없...

아니, 추앙받아야 마땅한 이유는 그 '천재성'에 있다.


한 마디로, 美쳤다.

이 소설을 처음 대하는 독자는 변주임을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글자 하나 하나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목을 울려 소리로 발음해 내 귀로 확인하는 과정을

서너번은 거쳐야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단어와 프레이즈와 텍스트를 낱낱이 해체하고 모았다가 다시 해체하고서야 겨우 짚어낼 수 있었다. 그마저 성공적이라고는 장담 못하지만.


'금각사'를 유미주의, 탐미주의란 단어로 가려 '미의 추구'로 읽으려 한다면

절반만 읽는 것이다.


'말더듬이'인 마조구치(나/화자)가 자신을 거부하는 외부 세계로부터 격리되지 않으려는

몸부림. '금각'은 그 몸부림을 방해놓는 존재일 뿐이다.

그 몸부림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금각'이 될 수 있다.


미시마 유키오는 그 정도 할 수 있으려면 '절대 미'여야 한다고,

그래서 '금각'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쓰고 있는 듯하다.

(''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닌 것이다)


초반의 '우이코 스캔들'이 드러나는, 고작 서너 페이지만 떼놔도

걸작단편으로 완성되기에 손색 없을 지경이다. 


걸작단편이기에 이 삽화는 실로 꽉찬 이야기를 잉태했고

그 결과,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스스로 변주가 가능해졌다. 무수한.


그 무수한 변주들이 장편의 분량을 이루었다.


그 어떤 소설에서도 이런 기막힌 변주를 목격한 적 없다.


소설이기에 이룰 수 있는 그 무엇을 '금각사'는 이루었다.

금각사는, 너무나도 소설다운, 그래서 쉬이 볼 수 없기도 한 소설이다.


소설의 변주를 공부하고 싶다면, '금각사'를 눈여겨 볼 것.


이제껏 리뷰 쓰면서 단 한 번도 주지 않은 별 다섯개, 아낌없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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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물 이야기
양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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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변신‘의 오마쥬는 오마쥬가 될 수 없다. 카뮈의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제였는지 모른다‘를 오마쥬할 수 없듯.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는 무생물이 되어 있었다‘같은 설치로 할 이야기는 카프카가 다 했다. 이제는 다른 이야기를 다르게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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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말 페이지터너스
보리스 사빈코프 지음, 정보라 옮김 / 빛소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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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후보작인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가 언어를 옮겼다. 일단 믿음 가고. 과거에서 온 미래의 소설이라. 이 부분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일기로 된 형식도 마음에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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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5-1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버전으로 사둔 게 있는데
검은 말인지 창백한 말인지 헷
갈리네요.

젤소민아 2022-05-12 11:35   좋아요 1 | URL
아, 역시 레삭매냐님은 읽으셨군요~~

레삭매냐 2022-05-1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읽지는 못하고 일단 사두기만 했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