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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독서 -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시로군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1월
평점 :
이책, 심상찮다.
고백한다.
외양으로만 보고,
평범한 독서에세이인 줄 알고 밑줄 하나 안 긋고 눈으로만 읽다가 한 푼이라도 받고 팔까,했더랬다.
몇 장 읽다가 밑줄긋기용 연필과 하일라이터를 손가락 사이에 쌍으로 끼고
변심하기에 이르렀다.
나만 혼자 읽고 싶다는 양체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책, 보기드문 소설독서 에세이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이다.
<부활>을 '골방 소통기'로 해석한다.
라스콜리니코프가 골방에서 시작된 인물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소설의 다른 부분을 이 '골방'에 집중시킨다.
소설은 방대하고 폭이 넓어서 해석의 결도 제각각이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윤리적 갈등에서부터 소냐의 구원적 인물상까지,
소설 해석의 기준점이 될 만한 건 너무나도 많다.
나도 어지간한 기준점은 다 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살다살다, '골방' 기준은 또 처음이다.
처음인데 그 어떤 기준점보다 매력적이고 유익하게 다가왔다.
말하자면, 다른 것들은 용어적으로, 이론적으로 정립을 못해서 그렇지
책을 그래도 좀 읽는다 하는 사람은 조금은 생각해봤음직한 내용이다.
전혀 모르진 않는다, 이 말이다.
그런데 이 저자가 소설을 읽는 기준점은 무릎을 치게 한다.
눈을 뜨게 하고 머리를 치게 한다.
하나 더.
발자크의 '골짜기의 백합'을 이렇게 설명한다.
'별을 보면 회초리를 맞는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소설이다.
캬, 기가 막히지 않은가?
소설의 첫문장을 그대로 인용해서.
진심으로 혼자만 보고 싶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쓰면서도 주저될 지경이다.
그 정도로 새롭다, 아니, 깊다.
엉뚱하다고 볼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린, 엉뚱한 천재들은 너무 많이 보지 않았는가.
작가 소개가 자세하지 않아 작가에 관해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감히, '소설 독서 시각의 천재'란 말을 붙여주고 싶다.
나 혼자 주는 작위이니 별 소용과 가치는 없겠으나.
너무 좋아서 그러고 싶다, 막막.
다음 책 좀 빨리 써주시면 좋겠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소설 쓰는 법도 배웠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