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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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나라.


 유럽에 가면 가장 부러운 것이 높은 첨탑을 가진 건축물들이다. 종교를 믿지 않지만 오랜시간 세월이 지나도 굳건하게 세워져 있다. 수백년 혹은 수천년 전에 만들어 졌음에도 오래된 세월의 때만 묻었을 뿐, 증축되지도 허물어버리지 않는 그들의 역사가 담긴 건축물을 볼 때마다 경외스런 마음과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신을 믿지 않아도 답답하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면 이곳에 들어와 조용히 마음 한자락 얻어 놓아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가 생활했던 공간들을 지우개로 지우는 것마냥 흔적도 없이 부셔 버리고, 그곳에 높은 아파트와 아스팔트 길만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리나라만의 색채를 갖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만고만한 네모칸의 집들이 다르게 느껴지지 않아 늘,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편을 읽으니 이것이야 말로 진짜 우리나라의 색채가 완연하게 묻어있다.


요즘은 세계의 많은 곳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기에 진짜 보물같은 곳은 오히려 유네스코에 등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곳들이 사람들의 발길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뉴스로 전해 들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산사를 인도, 일본과 다른 차별성을 가진 우리만의 문화인 산사인 법주사, 마곡사, 통도사, 대흥사, 부석사, 선암사, 봉정사등이 한국의 승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회원국 21개국 중 20개국의 찬성으로 올해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여행을 갈 때마다 일부러 오래된 절을 찾아 가보기도 하고, 가다보니 마주하는 절이 있다면 들러보기도 하는 곳이 산사다. 갈때마다 오래된 산사를 둘러보면 많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에 치이기도 하지만, 호젓한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작은 돈이지만 불전함에 돈을 넣고, 조용히 합장하며 부처님께 예를 올린다. 스님이 목탁을 두들기는 소리도 좋고, 불당에 피워놓은 향 내음도 머리를 맑게 한다.


오래된 산사는 깊은 산중에 있어서 차를 타고 가는 제한이 있어 제법 많은 길을 걸어야 하는데 자의반 타의반으로 걷는 길이 때때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영주 부석사를 시작으로 안동 봉정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와 미황사, 고창 선운사, 부안 내소사와 개암사, 예산 수덕사와 서산 개심사, 부여 무량사와 보령 성주사터, 문경 봉암사, 청도 운문사, 창녕 관룡사, 구례 연곡사, 영암 도갑사와 강진 무위사, 백련사, 정선 정암사, 묘향산 보현사, 금강산의 표훈사까지를 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절이 있나 싶게 책에서는 각 산사의 매력과 위치, 건물의 구조와 배치, 자리앉음새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름을 들어본 절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이름조자 들어보지 못한 절이 많았다.


험한 산새에 들어가 오랜시간 자리를 잡은 절터는 이야기가 많이 숨어 있는데 유홍준 교수가 겪은 일화들이 산사의 자세한 설명과 들으니 더 애틋해진다. 시간이 지나 절을 들어가기 위한 길의 변형이 아쉬운 것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유홍준 교수의 마음도 같았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어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전했으면 하는 아쉬움과 그럼에도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절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특히 영주 부석사를 말하면서 5대 명찰을 논하는 <논제명찰(論諸名刹)>을 읊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한 편의 시 같으면서도 문장 속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사진을 보지 않아도 한 눈에 느껴질 정도였다.


유홍준 교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미를 알고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의 색채가 오롯하게 묻어나오는 산사순례는 그 어떤 여행 주제 보다 더 탐이 난다. 모든 이야기를 흡수하지 않아도, 천천히 그에 대한 건축물에 대한 의미와 역사, 절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산새의 풍경이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올 가을에는 책에 나오는 산사 중 한 곳을 꼭 가보고 싶다.  


춘삼월 양지바른 댓돌 위에서 서당개가 턱을 앞발로 묻고 한가로이 낮잠 자는 듯한 절은 서산 개심사(開心寺)이다. 한여름 온 식수가 김매러 간 사이 대청에서 낮잠 자던 어린애가 잠이 깨어 엄마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 듯한 절은 강진 무위사(無爲寺)이다.늦가을 해 질 녘 할머니가 툇마루에 앉아 반가운 손님이 올 리도 없건만 산마루 넘어오는 장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듯한 절은 부안 내소사(來蘇寺)이다. 한겨울 폭설이 내린 산골 한 아낙네가 솔밭에서 바람이 부는 대로 굴러가는 솔방울을 줍고 있는 듯한 절은 청도 운문사(雲門寺)이다.몇 날 며칠을 두고 비만 내리는 지루한 장마 끝에 홀연히 먹구름이 가시면서 밝은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듯한 절은 영주 부석사(浮石寺)이다. - p.23~24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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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로맨스
찰스 디킨스 지음, 홍수연 옮김 / B612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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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마음으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캐럴> <두 도시 이야기> <오래된 골동품 상점>등 많은 작품을 접했다. 대부분의 책이 제법 두께를 자랑하는 책이었는데 <홀리데이 로맨스>는 120페이지 정도 되는 얇은 책인 동시에 곳곳에 표지와 같은 삽화들이 그려져 있어 마치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빈티지북이라고 생각 할 정도로 6살에서 9살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그려진 작품이다. 어른의 언어가 아니라 아이들의 언어로 보여지는 사랑이야기는 누군가의 머리에서 짜낸 것이 아닌 진짜 이야기라고 말하며 윌리엄 틴클링 귀하, 앨리스 레인버드, 로빈 레드포스 중령, 네티 애시퍼드가 쓴 사랑이야기로 총 4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관습이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언어로, 의미로 느껴져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야기를 만든다. 댄스 교습소에 있는 오른편 옷장 안에서 결혼을 하고, 장난감 가게에서 반지를 사며, 일괄적으로 오롯하게 규칙을 지키며 밥을 먹고, 부모들의 행동반경 아래 움직이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마음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어른들의 모든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느껴지기도 했다. 어렸을 때의 순수함, 호기심, 엉뚱한 상상력이 아이들의 세계로 꽉 차있다면, 어른들의 세계는 이보다 더 복합적인 동시에 서로를 비교하고, 견주하며 사랑 마저도 계산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영국의 대문호인 찰스 디킨스는 그런 어른들의 모순을 재치있게 아이들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다룸으로서 아이와 어른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어른들을 뜨끔하게 만든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모른다고 생각한 것들을 아이들은 아이들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어른들의 일상을 꼬집는다. 무엇하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어른은 지키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찰스 디킨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감없이 보여준다. 그럼에도 제목 그대로 사랑이야기가 들어있어 기존에 읽었던 사랑이야기와는 또 다른 느낌의 색채가 담겨져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한 편의 동화같이 느껴지는 그의 이야기를 멋진 삽화와 함께 읽어서 더 아이들에게 동화되어 읽었던 작품이었다. 찰스 디킨스의 작품 중에서 이렇게 소품집 같이 얇은 책이 있다니, 라는 생각에 집어 들었는데 거장의 글 답게 아이들의 시선 속에서도 그 특유의 입담은 줄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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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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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들의 진한 날 것들의 이야기.


경찰소설을 좋아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혹은 일어 난 후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추적해 나가거나 일촉즉발의 상황을 덮치며 누구보다 가장 극한의 상황으로 이야기를 몰고간다. 마치 구조대원처럼 불난 곳을 진압하는 그들의 모습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벼운 이야기도 있지만 묵직하면서도 진중한 이야기에 매료되어 경찰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생각외로 우리나라 소설 중 경찰을 그린 작품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렸 때 티비에서 종종 혹은 아빠가 보시는 영화를 곁눈질하며 봤던 영화가 '투캅스'였다. 그들의 모습은 진중하기 보다는 '비리 형사'에 가까운 모습이라 그들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뒤를 이어 몇 편의 시리즈가 나왔을 만큼 흥행했던 작품이었다.


 


 

유즈키 유코의 작품 역시 <고독한 늑대의 피>의 주인공 오가미 쇼고의 모습은 내가 본 영화 보다 더 깊은 불법과 탈법, 위법을 행하는 형사이지만 이유가 있는 구레하라 동부서 수사2과의 독종형사다. 경찰이면서도 동시에 야쿠자와 가장 친밀한 이. 과연 그의 본모습은 무엇일까싶을 정도로 그는 그들의 생활을 잘 아는 오가미 쇼고는 처음 구레하라 동부서에 출근한 히오카를 시험해 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야쿠자마냥 껄렁한 그의 모습이 경찰인지 폭력단 조직의 우두머리인지 헷갈릴 정도로 그는 처음 온 그를 이리저리 신입인 그를 굴려댄다. 그의 모습이 자칫 선배로서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그가 경찰로서 폭력단을 대하는 방식을 전수해주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으나 히오카는 살기등등한 그들의 몸짓에 날렵하게 피한다.


오가미 쇼고는 경찰 내에서 가장 표창을 많이 받은 우수한 경찰인 동시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비리형사이지만 그가 물불을 안가린 이유는 16년전 그의 아내와 갓 돌이 된 아들의 사고 때문이었다. 밤낯 할 것 없이 일에 매달렸던 그가 5일만에 집에 들어왔고, 지쳐서 자던 그는 우는 아들의 소리를 뒤로하고 아이를 아내에게 맞겨 버리고 잠을 잤다. 오가미의 아내는 아들을 업고 사람이 드문 길을 걸어 가다가 갑작스레 차가 그들을 덮쳐버렸다. 오랫동안 수색했으나 범인이 몬 차에서는 지문 조차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고독한 늑대가 되어 홀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그에게 중요한 무엇이 날아가는 순간 그는 오직 하나만을 생각하며 길을 걸어오지 않았을까. 완결이 되지 않은 사건을 파헤치는 자는 범인을 알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갈 수 밖에 없음으로.


이야기는 또 하나의 사건이 실마리가 되어 완결을 보지 못한 살인 사건과 결부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야기가 잘 읽히는 동시에 그들의 다툼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그대로 그려내고 있어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수컷들의 소리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처음 출근해 어마어마한 수식어가 붙은 선배를 알현하기 위해 간 그의 신고식은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만남이었다. 경찰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겠구나 싶을 정도로 고된 직종의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했다. 초반 그들의 이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누가 누구인지 마구 헷갈렸다. 왜 초반에 등장인물 관계도가 있나 싶었으나 읽는 내내 도움이 될 정도로 헷갈리는 요소가 많았으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좋았던 작품이다. 좋아하는 경찰소설들 중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고독한 늑대의 피> 후속작인 <불길한 개의 눈>도 어서 읽어보고 싶다. 닮은 듯 다른 두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사건을 풀어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느른하면서도 줄을 잡아당기는 그들의 스킬은 냉혹하면서도 자신이 갖고 있는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한 사람의 잔혹사이자 꼭 알아내고 싶은 '진실'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작품이다. 책을 읽고 나니 2018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작인 영화 또한 보고 싶은 소설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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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 - 승자와 패자의 운명을 가른 역사의 한 장면
이현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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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의 장면, 장면을 만나다.


요즘 티비를 보면 자주 마주치는 시간들이 현재가 아닌 '과거의 시간'들이다.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 할배들이 서지니와 함께 동독과 서독을 나뉘었던 '베를린 장벽'을 구경하며 냉전시대의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대한제국의 불운한 앞날을 그리고 있다. 러시아, 미국, 일본이 조선을 야금야금 삼키기 위해 물불 안가리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현재의 시간이 잔잔한 수면 위라면 지나왔던 시간들의 역사는 풍랑이다. 조선의 왕은 힘이 없고, 민초들의 힘만이 살아있는 시대를 보여주는 드라마라 빼놓지 않고 보고있다.

 

<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는 승자와 패자의 운명을 가르는 순간의 페이지를 잊지 않고 기록하고 있다. 잊혀졌던 순간이나 승자가 되었던 이들의 초상화와 상흔이 깊이 패인 유물들이 전쟁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나뉘는데 전쟁의 승패가 치밀한 작전이 아니라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함에서 갈렸다고 한다. 돌팔매나 여성의 속옷의 유래, 구구단, 화려한 군복에 대한 역사등 다양한 사연이 들어있다. 두번째 챔터의 탐욕의 참극에서는 밀로의 비너스가 두 팔을 잃게 된 사연과 손목시계, 전쟁으로 인해 생긴 질병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으며, 세번째 챕터에서는 피에 묻은 진실이라는 주제로 3월을 뜻하는 March의 뜻과 경례, 사무라이, 로마군의 필승전략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아무리 잘 싸운 전쟁이라도 승자와 패자없이 누구나 상흔을 입기에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되물어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나 총이나 무기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라면 저자의 글이 자연스럽게 읽히지만, 전반적으로 전술이나 무기에 대해 무지한 이라면 글을 읽는데 있어 조금 꺼끌거리는 면이 있다. 용어 사용에 대해 각주가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르는 단어들이 많았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 읽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이가 읽는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챕터 가운데 챕터 1과 챕터 3을 재밌게 읽었다. 지금 군복은 간소하지만, 예전 군복은 화려했는데 그 이유가 무기가 발달이 되지 않아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의 사무라이의 민낯을 바라보기도 하고 38선에 대한 얽힌 이유도 허무하기도 하다.

때때로 전쟁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사소한 것 이유 때문에 발발하기도 하고, 무기를 발명한 이는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으나 수많은 이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가기도 한다. 평범하게 살았더라면 좋았을 이의 이야기도, 지나간 시간들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이의 모습들도 하나의 화폭 속에 담겨 있다. 많은 거장들의 그림 속에서, 사진을 통해 과거의 시간을 돌아가 가장 극적이고, 비참한 혹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다. 그림 속에서 보여지는 뒷 이야기는 더 그림같고, 드라마 같다. 한 순간의 실수가, 거침없는 그들의 욕망이 맞는 말로를 거장의 붓으로 생생하게 기록해 놓아 읽는 내내 우리가 참으로 많은 전쟁의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을 통해 세계 많은 나라에 관통했던 전쟁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림으로, 사진으로, 때때로 티비의 브라운관을 통해 바라보는 전쟁의 이면을 참으로 참혹한 세상이다. 과거의 시간을 기록하되,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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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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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3부작 시리즈 완결판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다보니 문득 '제언' 이라는 뜻이 궁금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제시할제, 말씀 언. 의견이나 생각을 내놓음. 또는 그 의견이나 생각이라고 한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에 대한 의견을 그는 인류 3부작의 완결편으로 가져왔다.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에 잇는 그의 방점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했다. 사실, 그의 이름 만큼이나 그가 쓴 저작에 대해 무수히 들어왔다. <총,균,쇠> 이후 늘 거론되는 것이 <사피엔스> 때문이었기에 읽지 않는 이까지 책의 내용을 알 정도였다. 그럼에도 어려울 것 같아 시도 조차 안했는데 그의 책을 읽어보니 우려와 달리 쉬운 언어로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런 점이 호감으로 다가왔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시에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이야기를 강조하며 그동안 인류가 걸었던 시간을 통계 삼아 우리의 가는 길에 대한 설명을 명료하게 들려준다.


시간에 비례하여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어느 순간 부터는 공동체가 아닌 개인주의로 흐르게 되었고, 과학과 생명공학의 발달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첨단 세계로 점점 비대화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니, 비트코인, 인공지능등 점점 개인의 손을 벗어나 사람의 손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다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뉴스를 통해 그것에 대한 비약적인 발전이 가져오는 장점과 달리 그것이 더 비대해지고 사람의 손을 대신해 모든 것이 모두 뒤바뀌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유경제체제에 대한 눈부신 활약이 이제는 점점 빗금이 쳐지듯 하락세이고, 공동체가 아닌 자국의 이익에 손을 드는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부상을 눈여겨 보고 있다. 


지금껏 우리는 자유주의에 대한 가치와 힘을 믿어왔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그들은 그런 이념을 뿌리 내리기 위해 많은 이념전쟁을 했으나 어느새 다시 자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유발 하라리는 그런 모습들을 보며 파시즘, 공산주의 자유주의 시대에서 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파시즘이 떨어져 나가고, 1940년대부터 80년대는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격전지가 되었다가 이내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자유주의 이념이 승자가 되었다. 그러나 자유주의의 가치를 내세운 나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는 무너지고 계속된 난관들이 펼쳐졌다. 오랜시간 훈풍이 불 것 같은이념의 가치가 점점 틈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두 이념, 혹은 세가지의 가치에 대해 고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무너져 버린 이념들 사이로 오롯하게 남아있는 하나의 가치에 의존하여 살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말에 의하면 그에 맞는 대안이 없기에 계속해서 그 가치를 이어오고 있다고.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통해 기술적인 면과 정치적인 면, 인류의 역사에 있어 테러리즘과 전쟁, 겸손, 신, 세속주의를 통해 절망과 희망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눈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교육과 모든 것에 대한 의미, 명상만이 인류가 오랫동안 보존하고 살 수 있음을 그는 의견으로 피력하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이 예전에는 돌파할 수 있는 피난처였지만 이제는 그것이 걸림돌이 되어 많은 민족을 파괴시킨다. 서로 닮은 이들만이 똘똘 뭉치고 아닌 자들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게 공격하며 그들은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인류의 끝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차근차근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들과 생각들을 잠시 멈추고 기술적으로, 정치적으로 행하는 것들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이득이 되는 행위라 할지라도, 언젠가 인류에게 해가 되는 행위라면 교육이나 명상, 의미를 짚어보는 것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봐야 한다. 읽는 내내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가 몸소 겪는 많은 것들이 갖는 불균형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알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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