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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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들의 진한 날 것들의 이야기.


경찰소설을 좋아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혹은 일어 난 후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추적해 나가거나 일촉즉발의 상황을 덮치며 누구보다 가장 극한의 상황으로 이야기를 몰고간다. 마치 구조대원처럼 불난 곳을 진압하는 그들의 모습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벼운 이야기도 있지만 묵직하면서도 진중한 이야기에 매료되어 경찰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생각외로 우리나라 소설 중 경찰을 그린 작품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렸 때 티비에서 종종 혹은 아빠가 보시는 영화를 곁눈질하며 봤던 영화가 '투캅스'였다. 그들의 모습은 진중하기 보다는 '비리 형사'에 가까운 모습이라 그들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뒤를 이어 몇 편의 시리즈가 나왔을 만큼 흥행했던 작품이었다.


 


 

유즈키 유코의 작품 역시 <고독한 늑대의 피>의 주인공 오가미 쇼고의 모습은 내가 본 영화 보다 더 깊은 불법과 탈법, 위법을 행하는 형사이지만 이유가 있는 구레하라 동부서 수사2과의 독종형사다. 경찰이면서도 동시에 야쿠자와 가장 친밀한 이. 과연 그의 본모습은 무엇일까싶을 정도로 그는 그들의 생활을 잘 아는 오가미 쇼고는 처음 구레하라 동부서에 출근한 히오카를 시험해 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야쿠자마냥 껄렁한 그의 모습이 경찰인지 폭력단 조직의 우두머리인지 헷갈릴 정도로 그는 처음 온 그를 이리저리 신입인 그를 굴려댄다. 그의 모습이 자칫 선배로서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그가 경찰로서 폭력단을 대하는 방식을 전수해주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으나 히오카는 살기등등한 그들의 몸짓에 날렵하게 피한다.


오가미 쇼고는 경찰 내에서 가장 표창을 많이 받은 우수한 경찰인 동시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비리형사이지만 그가 물불을 안가린 이유는 16년전 그의 아내와 갓 돌이 된 아들의 사고 때문이었다. 밤낯 할 것 없이 일에 매달렸던 그가 5일만에 집에 들어왔고, 지쳐서 자던 그는 우는 아들의 소리를 뒤로하고 아이를 아내에게 맞겨 버리고 잠을 잤다. 오가미의 아내는 아들을 업고 사람이 드문 길을 걸어 가다가 갑작스레 차가 그들을 덮쳐버렸다. 오랫동안 수색했으나 범인이 몬 차에서는 지문 조차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고독한 늑대가 되어 홀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그에게 중요한 무엇이 날아가는 순간 그는 오직 하나만을 생각하며 길을 걸어오지 않았을까. 완결이 되지 않은 사건을 파헤치는 자는 범인을 알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갈 수 밖에 없음으로.


이야기는 또 하나의 사건이 실마리가 되어 완결을 보지 못한 살인 사건과 결부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야기가 잘 읽히는 동시에 그들의 다툼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그대로 그려내고 있어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수컷들의 소리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처음 출근해 어마어마한 수식어가 붙은 선배를 알현하기 위해 간 그의 신고식은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만남이었다. 경찰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겠구나 싶을 정도로 고된 직종의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했다. 초반 그들의 이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누가 누구인지 마구 헷갈렸다. 왜 초반에 등장인물 관계도가 있나 싶었으나 읽는 내내 도움이 될 정도로 헷갈리는 요소가 많았으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좋았던 작품이다. 좋아하는 경찰소설들 중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고독한 늑대의 피> 후속작인 <불길한 개의 눈>도 어서 읽어보고 싶다. 닮은 듯 다른 두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사건을 풀어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느른하면서도 줄을 잡아당기는 그들의 스킬은 냉혹하면서도 자신이 갖고 있는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한 사람의 잔혹사이자 꼭 알아내고 싶은 '진실'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작품이다. 책을 읽고 나니 2018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작인 영화 또한 보고 싶은 소설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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