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ㅇ토익 - 토익 왕초보 입문 완성 코스
시원스쿨 영어연구소.Kelly 지음 / 시원스쿨LAB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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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본기를 탄탄하게 잡아주는 토익 완성 코스!


 오래 전에 공부를 하다가 손을 놓았기에 요즘 토익은 어떻게 출제되고, 풀어야 하는지 몰라 망설였다. 가지고 있던 책도 너무 오래된 책이었고, 단기간 기본기를 잡아주는 동시에 요즘 나오는 문제의 형식이 궁금했는데 <ㅅㅇ>토익은 책 제목 그대로 쉽게 토익을 풀어가는 점에 있어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하나의 책만 사도 RC를 시작으로 LC, 기초 영문법, VOCA BASIC, 토익 실전 모의고사 1회분을 60일 동안 공부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다. 책이 가볍게 분권이 되어 있어서 보기도 좋고, 단어장이 노트처럼 2권으로 되어 있어 휴대하기도 편리하다. 이전에는 무거운 책을 여러권 갖고 다니느라 힘이 들었는데 요즘은 요점만 간단히 요약하여 실전에 강할 수 있도록 예시와 기출 유형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들어있다.


학습플랜이 짜여져 있고, 빠르게 혹은 좀 더 시간을 들여 공부 할 수 있는 방법도 적혀져 있다. 책을 이용하여 보다 다양하게 공부를 하는 동시에 빠르게 기초를 잡으며 무난하게 2달동안 750점에 오를 수 있도록 짜여진 책이다.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떤 단어를 더 중점적으로 외어야 하는지 ㅅㅇ토익은 상세하게 적혀져 있어 책에 쓰여진 그대로 진도를 따라가며, 열심히 공부모드로 간다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옆에 열혈모드로 강의하는 선생님이 없어도 구체적인 학습 가이드와 최근 유형 문제의 풀이, 질문 유형을 간파하고 풀어주는 구성이라 짧고 굵게 토익의 기본기를 다지며 공부할 수 있었다. 이전의 책들이 기존의 출제 유형만 소개를 했다면 최근 기출 문제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학습자가 어떻게 토익을 받아들이고, 공부해야하는지를 지도함으로서 여러번 잃었던 길을 잃지 않고 오로지 목표하는 그대로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동하는 틈틈이 공부를 하고, 단어를 외우고, 영상을 찾아보고,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짧은 시간동안 공부를 했지만 지금까지 공부했던 많은 책과 달리 더 쉽고, 빠르게 토익을 접할 수 있었다. 시작한 그대로 목표가 되는 점수에 도달하는 시간동안 뒤돌아보지 않고, 공부한다면 왕초보를 지나는 길목을 빠르게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어떤 설명보다 책을 보고 풀어보고, 읽어보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책의 진가가 톡톡히 나오는 교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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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위한 인간
에리히 프롬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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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본주의적인 가치를 생각 할 수 있는 산책.

 에리히 프롬의 책은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의 책을 읽으면 사랑의 모든 기술을 배울 것만 같고, 인간에 대한 실체를 모두 알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를 위한 인간>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후속작이다. 이전에 펴낸  책과 중첩된 부분이 많지만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언급되지 않는 주제들을 다뤘다. 그의 저작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철학적인 의미를 두고 있는 책이라 한껏 몸에 힘이 들어간 채로 책을 펼쳤다. 혹여 너무 어려워 한 챕터도 못 읽어내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예상 외로 그의 글을 자분자분하게 읽으며 생각을 넓힐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


심리학, 윤리학, 인본주의, 윤리적 상대주의를 비롯해 많은 학문과 사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 전에 손놓고 있다보니 그의 이야기가 쾌속선을 타고 빠르게 질주하지 못했지만 최근 인간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관찰한다. 이전의 시대는 글이나 영화,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을 하며 그 시대를 경험하곤 하지만 물질이 풍요롭지 않는 시대였음에도 욕망을 사유화 하기 보다는 양심적으로 그 시대를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서양의 문물과 더불의 경계가 없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쾌락을 넘어 자본에 종속되어 인본주의적 윤리의 전통을 깨 버린다. 사회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보기 보다는 물질적으로 얼마나 갖고 있는 것이 인간의 행복의 수단이고, 성취라고 생각한다.


천편일률적인 경제의 발전이 갖고오는 행복의 잣대는 시간이 흘러 양심과 자기애를 저먼치 버려 버리고, 오직 남 보다 더 많은 것을 거머쥐며 남들보다 우위에 나서기를 소망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윤리를 뛰어넘고, 인본주의적 가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모든 것을 소유 하려는 욕심만 갖고 사는 것 같다. 요즘 티비만 틀었다 하면 흘러나오는 뉴스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단면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사람 위에 사람 없어 평등한 세상은 윤리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심리학 책이 '행복'이나 '마음의 평안'을 성취하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라 기대한다. 이 책에는 그런 비법이 없다. 이 책은 심리학과 심리학의 문제를 명확히 하려는 이론적인 시도다. 다시 말해, 독자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의문을 품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 p.10


사회에서 기업에서, 직장 내에서 점점 인격은 작아지고, 물질에 대해 가치를 두는 사회에 대해 에리히 프롬은 다시 삶의 가치를 생각하고, 잊어버렸던 나를, 우리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스스로 땅 위에 발을 딛고 살 고 있는 나, 생각하는 나, 양심의 나를. 마음의 위안이나 행복을 성취하는 법이 아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법을 유도하는 그의 책이 너무나 좋았다. 비록 그의 글 하나하나를 이해 할 수 있는 철학적인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깜냥은 되지 않았지만 오래 전부터 느끼고 생각하고, 잊어버렸던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인간의 문제를 한층 더 고찰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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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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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책방 일원이 되었습니다, 로저!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 (야호!) 빨리 읽고 싶은 마음과 천천히 아껴가며 읽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였으나 이내 전자의 마음이 이겨버렸다. 6년만의 기다림 끝에 나온 소설이었고, 읽는 내내 반가운 마음과 더불어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과 <잠옷을 입으렴>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다른 인물의 등장에 눈을 반짝이며 강원도 혜천시 북현리에 있는 굿나잇 서점의 책방지기 은섭에게 빠져들었다.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조용히 호두하우스 펜션에 살았던 해원의 페이지 속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로 살며시 등장한다. 예전에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으나 도시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던 해원은 어떤 일을 계기로 지친 마음을 안고 호두하우스로 내려온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해원은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소년 은섭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은섭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해원의 곁은 맴돌았다. 자그마한 공간의 굿나잇 책방은 몇몇 사람들이 다녀가지만, 그의 온화한 성품이 만들어낸 온기는 동네 사랑방으로서 자리를 잡는다. 일기를 쓰듯 굿나잇 책방 블로그 비공개글을 쓰는 은섭의 이야기는 그의 내밀한 속내를 드러낸다. 굿나잇 책방의 일원들만 알 수 있는 소근거리를 속삭임이 애틋함을 자아내는 동시에 그가 얼마나 해원을 오랫동안 봐 왔는가를 알 수 있다.


해원은 부모님의 사건으로 인해 이모 곁에서 지내야 했고, 그 사건이 자신의 유년시절의 꼬리표로 맴돌아 또래 아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만 비밀을 털어놓았지만 해원의 믿음을 깨져 버렸고, 그렇게 사람과 벽을 쌓아가던 그녀였기에 곁에서 맴돌던 애달픈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비록 자신의 몸에 생채기가 나더나도 오랫동안 한 곳에서 머물러 있던 소년이 아니 이제는 한 남자로 성장한 은섭으로 인해 해원은 지치고 지쳤던 마음을 그가 몸담고 있는 굿나잇 책방 매니저로 몸담게 된다.

 

어렸을 때 불을 환히 밝히며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 주기도 하고, 때론 늦은밤 불을 비춰주는 등불 역할을 했던 동네 책방들은 하나 둘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책방들이 없어져 버린 후로는 대형서점 가서 직접 책을 사기도 했지만 이제는 손쉽게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산다. 요즘에서야 하나 둘 생겨나는 작은 책방들의 소식은 듣고 있지만, 한 번도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는데 은섭과 해원이 하는 일들을 보니 독립책방을 둘러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책방지기만의 감각으로 고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유년시절의 동화들, 책 속에서 만들어진 책들을 직접 물성으로 만나보고 싶다.


책이 주는 위안, 굿나잇 책방에 오는 사람들의 온기가 두 사람을 감싸고,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읽으면서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한다. 누구하나 모난 구석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명여이모가 떠올랐지만 각기 사연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아릿하게 만든다. 사서함에서 건이 할아버지 이필관옹의 팬이듯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는 명여이모의 친구 수정에게 마음이 간다. 나이가 들었다고 좋은 어른이 아니듯 우연히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너와 나 우리가 함께 멍이 들었고, 꼭꼭 싸매놓은 보자기의 끈이 풀어지기 까지 나는 오랫동안 상처 받았음을 그들은 고백한다.


외로운 소년과 벽을 치는 소녀, 굿나잇 책방지기와 매니저의 사랑이야기는 서서히 리트머스 종이에 잉크가 번지듯 사랑이 점점 번져 나간다. 아릿하면서도 달큰한 은섭의 책방일지 때문인지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엄마의 이야기가 못내 아프며, 어딘가 모르게 결여되어 있는 명여이모 때문에 속이타는 해원 보다는 미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은은하게 그림자를 비춰주는 은섭이 좋았다. 그런 사랑스러운 그림자를 이제 해원의 마음 속 깊이 데리고 올 때 그녀는 은섭의 사랑스러움을 몇 번이고 나타내는데 그는 표정이나 행동 뿐 아니라 글 속에서도 다감하다. 연인에게 팔을 내어주고 희붐한 새벽까지도 저린 팔을 어쩌지 못해 고생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니.


덧. 책방지기님! 그 사실을 연인에게 부디 알려 주셔서 깃털 같은 베개에 고이 재우시길. 

무더운 여름날에도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은 여전히 반짝입니다. 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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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

"인생이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더 있나? 그 기본적인 것들도 안 돼서 다들 괴로워하는데." - p.54


가끔 생각한다. 열 권의 책을 한 번씩 읽는 것보다, 때로는 한 권의 책을 열번 읽는 편이 더 많은 걸 얻게 한다고. 내겐 이 책이 그랬다. 두더지가 떠나왔던 자기 집을 눈밭에서 만나는 장면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사실은 패트릭 벤슨의 삽화 버전을 가장 아낀다. 다시 만난 집 처마 밑에 등불 하나가 걸려 있는 그림. 그 삽화가 그립지 않았다면 나도 이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을지 모르지. 하지만 책들이 듣는 데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셰퍼드의 삽화도 좋다. 황희 정승이 검은 소 이야기를 귓속말로 했던 것처럼, 책에도 그림에도 귀가 있다. - p.63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렵다. 그렇게 섞여 있는 진짜와 거짓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으니까. 언젠가 장우 녀석이 자기는 진실과 거짓을 칠 대 삼 정도로 섞어서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 곤란할 일이 생겨도 그런대로 해결할 수 있다고. 과연. 친구에게서 인생의 좋은 지혜를 배웠다. 그날 밤 나도 진실과 거짓을 섰어 말했다. 그리고. 망했음. H는 그보다 더 무심할 수 없는 대답으로 미천한 나를 쓰러뜨렸다. 장우 녀석, 묻어버릴까!

···사실 유사 이래 모든 과거는 한 번도 완료된 적이 없다. - p.119


혼자일 때 더 잘 모이는 것들이 있고, 외로움에서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기대하는 바가 적을수록 생활은 평온히 흘러가니까. 진정으로 원하는 게 생기는 건 괴롭다. - p.191


"아마도···가출하시던 날이겠지요, 아가씨."

해원의 눈동자가 커졌다. 심장이 쿵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뭐지. 이 묘한 느낌은. 그녀는 그의 미소를 아지랑이처럼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이. 내 인생의 어떤 페이지에 등장했는지 몰라···. 마치 한밤에 푸는 두근거리는 수수께끼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 p.208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는 아가씨가 목동에게 머리를 기댔을 때, 밤하늘을 스쳐 가는 별 하나가 목동의 어깨에 내려와 앉은 것 같았다고 말했지만··· 나도 별이나 어여쁜 새 하나가 내 팔에 내려와 앉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는 않았네요. 팔이 저려 끊어지는 줄! 하지만 새벽 창이 밝아 올 때까지 나는 참고 또 참았습니다. 굿나잇클럽 여러분. 이것이 그녀와 한 이불을 덮고 잔 첫날 밤의 이야기. - p.256


잘 자요, 내 침대에서 잠든 사람.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떠나. 그러니 그때까지는 부디 행복하기를.


눈이 와. 너는 자는데.

나 혼자 깨어서 이 함박눈을, 밤눈을 보고 있네. -葉(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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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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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맛있으려면 사랑을 듬뿍 넣어야 해요.


 

 어렸을 때 읽었으면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재밌는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마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학창시절에 이런 재미있는 작품을 빨리 접했더라면 내 삶이 많이 달라졌을까? 학생 때 한 드라마에 꽂혀 드라마가 완결이 난 후에도 여운이 젖어 팬들이 만들어낸 '팬픽'들을 오랫동안 사랑했었다. 아마도 내가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게 된 시초가 이즈음이 아닌가 싶다.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를 유지하면서도 각기 다른 변주를 통해 다채로운 사랑이야기를 느끼곤 했다. 그래서 더 그 캐릭터에 빠져 나오지 못했고, 그 인물을 연기한 배우를 더 좋아했다. 사랑이야기에 대한 오랜 짝사랑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사랑이야기가 들어간 책을 너무 좋아한다.


<사랑의 역사>는 총 6개의 챕터로 되어있고, 첫사랑, 사랑과 열정, 성장, 이별, 도덕, 결혼까지의 이야기를 맺는다. 책을 통해 책을 소개하는 책을 많이 접했지만 문학박사로서 독서교육에 관계된 일을 하는 저자의 섬세하고 재밌는 설명 덕분인지 읽었던 책도 다시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사랑의 결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의 풋풋한 사랑을 시작으로 점점 사랑의 온도가 높아지고, 높아지는 온도 속에서 몸과 마음이 한층 더 성숙해진다. 그렇게 무르익은 사랑만이 인간의 가슴 속 깊이 오랫동안 자리잡으면 좋으련만, 사랑은 계속해서 달콤한 맛만 주지 않는다. 어느 정도 무르익은 사랑은 서로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한쪽에서 끈을 놓게 되고 결국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우리가 아닌 타인으로 거리가 멀어져 버린다. 사랑의 모양은 다재다능하다. 새빨간 하트 모양의 사랑 뿐만 아니라 살짝 모양이 찌그러지기도 하고 때론 붉은 색을 넘어 검은 색을 띄기도 한다.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사랑이 아닌 집착이기도 하고 불륜이라 부르며 사랑에 있어 도덕적인 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들다. 사랑의 종착지는 결혼이지만, 동화처럼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가 영원한 해피엔딩이 아님을 우리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사랑의 시작, 연애, 결혼의 방점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설레임이 있고, 불타오르는 열정이 있고, 새하얀 깃털 신발을 신은 듯 발이 두둥실 가벼워, 늘 미소 띤 웃음과 함께 서로를 마주하다 이내 잠시 머물렀던 바람으로 스쳐지나가는 인연들을 그린 작품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사랑의 색깔을 구분짓고, 마지막 종착역에 도착하지만 그들이 우리가 만족스럽게 읽고 책을 덮었던 동화처럼 잘 살고 있는지를 작품을 통해 다채롭게 보여준다.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다보니 소개되어 있는 많은 책들 중에서 이미 읽어본 작품이 많았지만 '어, 이 책에 그런 문장이 있었나?' 할 정도로 주인공의 애절한 사랑고백이 묻어난 작품을 소개 할 때면 그 작품을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난 당신을 보면 이상한 기분을 느껴요. 내 왼쪽 늑골 밑의 어딘가에 실이 한 오가기 달려 있어서 그게 당신 작은 몸의 같은 곳에 똑같이 달려 있는 실과 풀리지 않게끔 단단히 묶여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 그래서 당신이 먼 곳으로 떠나버리면 그 실이 끊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 체내에 큰 출혈이 일어날 것 같소. -p.148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다시 바라보게된 작품은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였다. 2번 정도 책을 읽었음에도 로체스터가 제인에게 이렇게 애절하게 고백했을 줄이야.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을 못하는 것이라고 되네이지만 로체스터의 절절한 고백을 다시 접하고 싶어 책을 덮자마다 책을 빼들었다. 어느 시기에 마음 속 깊이 세찬 소나기가 붓듯 뜨거운 감정을 느낀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역시 진한 감정을 전해주는 동시에 사랑의 색깔이 결코 각기 다른 모양이라는 것을 그의 작품을 통해서 보여준다. 소년의 열병은 갑작스럽게 누군가의 모습을 목도하면서 꺾였고, 그것이 훗날 지나가는 바람이었음을 느끼는 작품이라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짙었던 소설이었다. 소개된 많은 작품 가운데에서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당장이라도 펼쳐보고 싶은 사랑이야기는 박완서 작가의 <그 남자네 집>과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존 파울스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였다.


낯선 제목의 책은 아니었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그들이 속한 배경 속에서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는 손에 확 당겨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씩 애가 타는 이야기였고, 때론 주변의 많은 환경들이 그들의 관계를 떨어뜨려놓았고, 오랜 세월동안 인내하며 기다려야 했다. 그 시간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전달하고 내뱉는다.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며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사랑이지만 한 번의 스침과 한 번의 인연의 끈이 평생에 놓을 수 없는 마음 속 정인이기도 하다는 것을 작품 속에서 다층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읽는 내내 작품 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갔다. 설레임과 환희와 연민과, 슬픔과, 안쓰러움이 공존하지만 여전히 로맨스 소설을 끊을 수 없다. 함께 희노애락을 느끼며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만이 우리가 사랑의 본질에 대해 꿰뚫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서로의 사랑을 배우고, 타인의 삶을 느끼고, 사랑을 더 완전하게 이어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문학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인지도.


삼팔선 근처의 비무장지대를 구경한 적이 있다. 달리던 철마가 멈추어 서고, 어느 젊은 병사가 썼던 철모가 나뒹굴고 있는 풀밭에 노란 민들레 꽃이 피어 있었다. 그 꽃은 어느 부호의 정원에 핀 꽃보다 찬란했다. 그 꽃이 나에게 말했다. " 전쟁은 당신들 인간만의 것이에요. 우리 꽃들하고는 아무 상관 없어요." - p.41~42


"음식이 맛있으려면 사랑을 듬뿍 넣어야 해요. 인생이 맛있으려면 사랑을 듬뿍 넣어야 해요." - p.87


"내 사랑의 8할이 슬픔이었지만 그 슬픔은 불행과 동의어는 아니었소. 마음의 뿌리가 깊어서 옮겨 심을 수 엇는 나무가 된 사랑은 슬픔인 동시에 또한 환희라오. 사랑 속에 들어 있는 보편적 감정인 슬픔은 당신 영혼의 능력에 따라 불행이 될 수도. 기쁨이 될수도 있다오."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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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 - 주택과잉사회 도시의 미래
노자와 치에 지음, 이연희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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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로 인한 빈집들의 향연


 ​우리에게 친근하면서도 가깝고도 먼 나라의 이야기들은 같으면서도 다르지만, 이내 그들의 사회적 유형이나 유행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몇 번의 해를 지나야 들어오던 것들이 이제는 불과 1~2년의 시간도 걸리지 않고 빠르게 우리의 식탁 앞에 이야기의 주제로 논의 될 때가 많다. 몇 해전만 해도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산 중산층들이 빛더미에 무너져 집도 잃고, 사람도 잃어버리는 사태를 미국의 많은 세례로 읽었다면, 도시계획학자인 노자와 치에의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는 인구감소로 인해 점점 빈집이 많아많아져 나중에는 도시 전체가 무너진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책이다.


작년 이맘 때쯤 레나 모제와 스테판 르멜의 저작인 <인간증발>을 통해 1989년 도쿄 주식시장의 급락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과 경기 침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스르르 사회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이야기를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그려 실감나게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았다. 우리나라와 거리 상 가깝지만 마음의 거리가 먼 일본의 여러모습을 통해 좋은 것들과 좋지 않는 것들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좋은 점 보다는 좋지 않는 경제와 사회적인 모습들이 유행처럼 번져와 우리나라의 사회로 깊숙히 자리잡곤 한다. 일본의 많은 지식인들이 일본의 병폐에 대해서 쉼 없이 진단하고, 고칠 것을 권유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쉬이 고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의 사회 속의 고질병들이 마치 돌림병이나 되듯이 이웃나라에게도 거침없이 그들의 모습들과 같은 판박이로 사회에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택 과잉 사회: 주택 수가 세대수를 크게 웃돌고 빈집이 점점 늘어나는데도 미래 세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거주지가 아닌 땅들을 무분별하게 택지로 개발해서 주택을 대량으로 신축하는 사회 (p.5)


TV를 틀었다 하면 뉴스에서 인구 감소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뉴스로 나오지만 사람들이 체감하는 속도가 다른 만큼 정부에서 인구감소에 따른 부동산 플랜이 달라질 뻔도 한데 계속해서 새로운 부지에 새로운 집을 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장만하는 것이 꿈이지만 요즘에는 너무나 많이 집값이 올라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돈이 많은 이들은 몇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데 반해 전세와 월세의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다 보니 집을 구하는 것 조차 어렵고, 어렵게 대출을 해서 집을 산다고 해도 세금과 관리비,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무서움에 절로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한다. 비단 집 뿐만 아니라 오래 전 병폐인 문제들이 막혀 뚫리지 않다보니 계층의 변화가 확실히 구분되고, 그럴수록 주택의 정책 역시 변함없이 짓고, 또 짓다보니 자연스레 오래된 집들이 빈집으로 넘쳐나는 시대가 도래했다.


도시계획학자인 조나와 치에는 지금 일본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에 대한 문제점을 도표와 사진을 통해 세밀하게 도시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인구 감소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점점 고층 아파트의 전망 좋은 곳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주택자에게는 세금을 많이 물리고 1인 1주택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세금을 적게 물리는 정책을 내고 있지만 여러모로 주택의 공급과 인구 감소에 따른 도시 계획에 대한 정책 보완은 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주변에서도 보면 헌 집들이 하나 둘 허물어지고 다시 새집을 짓고 있고, 산으로 둘러싼 부지들이 어느새 파헤쳐 아파트촌으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추억이 많이 담겨 있는 친가를 상속받은 후 일단 빈집으로 두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정자산세 같은 세금, 노후 건물 수리비와 잡초 제거등 유지관리비 같은 금전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이웃에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까지 커진다. - p.120


저자는 새로 부지를 마련해 계속해서 새로운 아파트를 짓기 보다는 오래된 집을 재정비해 계속해서 집을 쓸 수 있도록 균형적인 체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미 도쿄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구 유입이 몰려있고, 다른 지방의 도시 또한 닭장처럼 집이 붙어있다 보니 사람이 숨 쉴 공간의 면적이 점점 줄어지고, 사회적인 분쟁이 많이 늘고 있다. 부모의 유산으로 집을 상속받게 되지만, 그들은 이미 도시에서 자리잡았음으로 지방에 다시 내려와 살 생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빈집이 하나 둘 생겨나고, 빈집이 늘다보니 이웃들의 피해가 속출하게 된다. 관리비도 많이 들고 이웃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다보니 그들은 집을 처분하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취업 등의 사유로 도시로 나간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아 유지관리가 불가능하며, 팔리지 않는 '빚동산'을 상속받지 않음으로써 고정자산세의 부담을 피하고 동시에 최종적으로 발생할 빈집의 해체 비용도 부담하기 싫기 때문이다. - p.121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를 읽으면서 이미 우리에게도 같은 방향의 문제가 곧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도쿄 올림픽을 위해 다량으로 지었던 집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계획하지 않는 정책의 말로를 보여주었다어쩌면 이미 코 앞에 닥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강력한 목소리로 일본의 주택정책이 바뀌었다고 하니 우리 또한 미래를 내다보고 다시 도시의 앞날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무조건적인 개발정책이 도시의 미래를 환하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재앙일 수도 있음을 상기시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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