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 - 승자와 패자의 운명을 가른 역사의 한 장면
이현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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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의 장면, 장면을 만나다.


요즘 티비를 보면 자주 마주치는 시간들이 현재가 아닌 '과거의 시간'들이다.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 할배들이 서지니와 함께 동독과 서독을 나뉘었던 '베를린 장벽'을 구경하며 냉전시대의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대한제국의 불운한 앞날을 그리고 있다. 러시아, 미국, 일본이 조선을 야금야금 삼키기 위해 물불 안가리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현재의 시간이 잔잔한 수면 위라면 지나왔던 시간들의 역사는 풍랑이다. 조선의 왕은 힘이 없고, 민초들의 힘만이 살아있는 시대를 보여주는 드라마라 빼놓지 않고 보고있다.

 

<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는 승자와 패자의 운명을 가르는 순간의 페이지를 잊지 않고 기록하고 있다. 잊혀졌던 순간이나 승자가 되었던 이들의 초상화와 상흔이 깊이 패인 유물들이 전쟁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나뉘는데 전쟁의 승패가 치밀한 작전이 아니라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함에서 갈렸다고 한다. 돌팔매나 여성의 속옷의 유래, 구구단, 화려한 군복에 대한 역사등 다양한 사연이 들어있다. 두번째 챔터의 탐욕의 참극에서는 밀로의 비너스가 두 팔을 잃게 된 사연과 손목시계, 전쟁으로 인해 생긴 질병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으며, 세번째 챕터에서는 피에 묻은 진실이라는 주제로 3월을 뜻하는 March의 뜻과 경례, 사무라이, 로마군의 필승전략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아무리 잘 싸운 전쟁이라도 승자와 패자없이 누구나 상흔을 입기에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되물어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나 총이나 무기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라면 저자의 글이 자연스럽게 읽히지만, 전반적으로 전술이나 무기에 대해 무지한 이라면 글을 읽는데 있어 조금 꺼끌거리는 면이 있다. 용어 사용에 대해 각주가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르는 단어들이 많았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 읽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이가 읽는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챕터 가운데 챕터 1과 챕터 3을 재밌게 읽었다. 지금 군복은 간소하지만, 예전 군복은 화려했는데 그 이유가 무기가 발달이 되지 않아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의 사무라이의 민낯을 바라보기도 하고 38선에 대한 얽힌 이유도 허무하기도 하다.

때때로 전쟁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사소한 것 이유 때문에 발발하기도 하고, 무기를 발명한 이는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으나 수많은 이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가기도 한다. 평범하게 살았더라면 좋았을 이의 이야기도, 지나간 시간들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이의 모습들도 하나의 화폭 속에 담겨 있다. 많은 거장들의 그림 속에서, 사진을 통해 과거의 시간을 돌아가 가장 극적이고, 비참한 혹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다. 그림 속에서 보여지는 뒷 이야기는 더 그림같고, 드라마 같다. 한 순간의 실수가, 거침없는 그들의 욕망이 맞는 말로를 거장의 붓으로 생생하게 기록해 놓아 읽는 내내 우리가 참으로 많은 전쟁의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을 통해 세계 많은 나라에 관통했던 전쟁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림으로, 사진으로, 때때로 티비의 브라운관을 통해 바라보는 전쟁의 이면을 참으로 참혹한 세상이다. 과거의 시간을 기록하되,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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