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 증후군
메르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과 근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5%라는 최저
금리가 나올 정도로 경제도 갈수록 안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전염병으로
건강과 생활에
대한 걱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이런
상황에선 어떤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야할지를 몰라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펼쳐보았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전염병인 페스트를
맞이한 도시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 고통을 견디었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죠.
인상 깊은 말들이
많았습니다. 도시의 배경부터 말이에요.
부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그렇게 사는 습관만 있다면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도시의 생활 패턴. 그리고 외지인에게도 점잖은 평을 받을 만큼의
적당한 교양이 있는 곳.
아무리 생각해도 소설
<페스트>의 배경이 되는 도시와 한국은 뭔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반응도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감염 요인을
가볍게 생각하고 점점 확산되고 나서야 비로소 대책을 찾아보는 과정이 가장 처음 등장합니다. 병이 점점 확산되는 동안 누군가는 무서워하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기도 하지요. 지금 한국은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소설 <페스트>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갑니다.
모두가 더 이상 전염병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평가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 것이죠.
사람이 너무나 많이
죽고 너무나 많이 병에 걸려서 지칠 때로 지친 사람들은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는 감정이 희미해집니다. 그다음엔 죽음만을 생각할 수는 없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죠. 전염병이 끝날 것이란
'희망'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란 단순한 이성으로 버티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페스트>의 말처럼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까지 고통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자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소설
<페스트>는 그 노력.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함으로써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과연 기억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집니다. 카뮈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내리지 않았지만, 지금의 메르스 사태가 끝난 후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는 행위가 기억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카뮈의 말처럼
상황에 대한 주석은 그만하고 전염병을 맞이한 도시의 사람들을 묘사한 소설의 문장들을 소개하겠습니다.
* 본문 안
재화라는 단어는 재난, 재앙으로 읽어주시면 됩니다.
* 본문 시작
전 각 상황은 <패스트> 본문 안에는 없는 것입니다.
1.
전염병이 퍼지기 전 도서의 모습
시민들은 일을 많이
하는데, 언제나 그것은 부자가 되려는 욕심에서 하는 일이다. (...) 습관만 들이면 사람들은 그날그날을 거뜬히
보낼 수가 있다. (...) 우리 고장에선 난잡한 것을 모른다.
그리고 솔직하고
동정심 많은며 활동적인 우리 주민들은 여행격들의 마음 속에 늘 점잖은 느낌을 남겨주었다. 이제 주석이나 말막음 그만두고 이야기
자체를 시작할 때인 성싶다.
2.
전염병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을 때의 모습
우리 시민들은
자기들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휴머니스트들이었다. 그들은 재화(재난)을 믿지 않고 있었다. 재화는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내 지나가버리는 악몽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재화가 사라져버리지는 않는다. 사라지는 것은 오히려
인간들이다. 특히 휴머니스트들이 맨 먼저 사라져버린다. 왜냐하면 그들은 제 몸을 보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보다 잘못이 더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겸손할 줄 모랐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것이 자신에게는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며, 그랬기 때문에 재화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사업을 계속했고, 여행 떠날 준비를 했고, 제각기 의견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래라든가 이동이라든가 토론
같은 것을 말살하는 페스트를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유롭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재화가 있는 한 아무도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3.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의 모습
'페스트'라는 말이 입
밖에 나온 것도 사실이고, 바로 그 순간에도 재화(재난)가 두서너 명의 희생자를 들볶아 쓰러뜨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인정해야 할 것은 단호히 인정하고, 결국에는 쓸데없는 공포감을 쫓아버려 적당한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면 페스트는 멎을
것이다.
(...)
의사 리외는 기운을 냈다. 매일매일의
노동, 거기에야말로 확실성이 있었다. 나머지는 무의미한 끈이나 동작에 얽매여 있으므로 그런 식으로 어물거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자기의 직책을 충실히 해나가는 일이다.
4. 전염병으로 도시가 격리되었을 때의 모습
시민들은 각자 자신의
직장에서 그럭저럭 일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시市의 문들이 폐쇄되자 그들은 모두 독 안에 든 쥐가 되었으며, 거기서 그냥 견딜 수밖에 없게
되었다.
(...)
우리가 타협의 여지가 없는 형편에 놓여
있으며, '타협'이라든가 '특전'이라든가 '예외'라든가 하는 말이 더는 의미를 갖기 못하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납득하기까지는 여러 날이
걸렸다.
우리에게는 편지를 쓴다는 사소한 기쁨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5.
격리된 상태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
페스트의 2단계에서
... 우리의 도시에서는 이제 아무도 거창한 감정을 품지 않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단조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끝날 때도
되었는데" 하고 시민들은 말하곤 했다. 왜냐하면 재화의 기간 중 집단적인 고통의 종말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또 사실 그들은 그것이
끝나기를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말은 초기에서와 같은 안타까운 감정은 없고, 다만 우리에게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는 일종의
빈약한 이성에서 나오는 것들이었다.
6.
격리된 상태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2
타루가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흐린 눈빛이었으며, 모두가 자기들이 영위하던 생활에서 격리된 이별의 슬픔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죽음만을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휴가 중이었다.
7.
격리된 상황에서 전염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의 덕목을 알아가는 과정
나는 이번
유행병에서 배운 거라곤 하나도 없고, 있다면 여러분 틈에 끼어 그 병과 싸워야 한다는 걸 배웠을 뿐입니다.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피고 있어야지, 자칫 방심하다간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그 밖의 것, 즉
건강, 완전함, 순결성 등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입니다. 훌륭한 사람, 즉 거의 누구에게도 병독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될 수
있는 대로 마음의 긴장을 풀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결코 긴장을 풀지 않기 위해선 그만한 의지와 긴장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8.
전염병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적응하여 전염병 자체를 3인칭(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상황
그는 페스트가 그 도시에
아무 변화도 일으키지 않을지, 모든 것이 전과 같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시작될 수 있을지를 알고 싶어 했다. 타루는 페스트가 그 도시를
변화시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시민들의 가장 강한 욕망은 현재도 또 앞으로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선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을 테지만, 그러나 딴 의미에서는 비록 충분한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모든 것을 잊을 수
없으며, 페스트는 적어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라도 그 흔적을 남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
전염병이 완전히 끝난 상태에서 미래를 생각하는 모습
그러나 그래도 그는 이 기록이 결정적인
승리의 기록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시내에서 올라오는 경쾌한 환호성을 들으면서 리외는 그러한 기쁨에 들떠 있는 군중이
모르고 있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으며 몇십 년간 가구나 속옷들 사이에서 잠자고 있을 수가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헌 종이 같은 것들 틈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안마도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교훈을 일러누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
가지고 어떤 행복한 도시로 그것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앗! 그런데 카뮈의
<페스트>에서 페스트가 꼭 전염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은 당연히 아시죠.
^^
여러가지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문예남은 페스트를 자신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고통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자신이 누군가를 공포에 떨게 하고 심지어는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무서운 병균...일수도 있다는
것이죠.
아무튼,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야 겠습니다.
메르스가 물러가는
그날까지 건강 항상 조심하세요.~~~
_문예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