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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은 대개 병, 근심, 불안한 생각에서 온다. 그러나 때로는 과도한 휴식, 너무 편안한 생활, 여러 종류의 과로 또는 낮잠 등으로 생긴다. 요컨대 우리는 수면이 원래 무엇인가 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사실 소용없는 탐구나 설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경험으로 확실히 아는 것은 다음 사실뿐이다. 즉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는 것, 특히 신경계통 질환에 가장 좋고 놓칠 수 없는 치료 방법이라는 것, 거기에다 수면은 밤에, 그것도 초저녁부터 적어도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 동안 중단되지 않고 일관되게 취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 그리고 수면제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불면은 언제나 일종의 고통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불면이 압도적인 내적 환희에서 생겼을 경우(이때 불면은 인생 최대의 희열에 속한다), 또는 평상시에는 어쩐지 부족한 시간, 즉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인간에게 주기 위하여 불면이 선사되었음이 확실한 경우에는 이와 다르다. 후자의 경우 불면은 내적 생활에 최대의 진보를 촉진하고 인생 최고의 보물을 얻게 하는 무시할 수 없는 기회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생애의 결정적인 견해나 결의를 실로 잠 못 이루는 밤에 찾아냈을 것이다.
불면의 문제를 이런 견지에서 고찰한다는 것은 결코 해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카히나이의 아들 랍비 카니나, 즉 이스라엘의 현자는 말한다. “밤에 잠자지 않고 혼자 나그넷길에 있으며 그 마음을 안일에 맡기는 자는 자기 영혼에 죄를 범하는 자이다.” 그 사람은 정신적으로 커다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놓치고, 비속한 사념이 따르기 쉬운 위험에 몸을 내맡긴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잠 못 이루는 밤을 언제나 ‘하나님의 선물’로 여기는 것이 좋다. 그것은 잘 이용해야지 이유도 없이 공격해서는 안 된다. 바꿔 말하자면, 불면에 무언가 목적이 있지 않은지 자신에게 묻고, 그러한 시간에 보통 때보다 더 잘 들리는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갖가지 사념을 멀리하는 것이 어떻든 상책일 것이다. “어찌하여 잠 못 이루는 밤이 나에게 찾아왔는가”라는 질문이 커다란 축복이 될 수 있다.
칼 힐티,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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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류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명제를 등불처럼 환히 밝혀주는 책!
그리스도교 신앙을 바탕으로 이상사회를 꿈꾸었던 스위스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법률가인 칼 힐티의 저서다. 신앙과 삶이 일치된 인생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그는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저작을 많이 남겼다. 이 책은 그중 하나로 물질만이 최고의 가치로 추앙받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내면의 행복을 찾고, 세속적인 행복과 진리 추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제시한다.
칼 힐티는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에서 인간 본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이 책은 기독교적 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봉사, 자선, 자비, 사랑 등 어떤 인간에게도 기본적인 덕성이 될 수 있는 삶의 모습을 권유하며, 불교나 천주교 등 어떤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를 논하고 있다. 또한 “금전적으로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려면, 수입에서 비록 소액이라도 일정한 액수를 자선에 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이것 때문에 더 가난해진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실제로는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데 그마저도 스스로 하기 싫어할 만큼 게으른 부자가 많다” 하는 칼 힐티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내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오히려 충만해지는 방법,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이 균형을 이루어 조화로운 인생을 사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365일 동안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며 내면의 고요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명상서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밤이면 찾아오는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미 백 년 전에 쓰인《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는 오히려 오늘날의 잠 못 이루는 현대인에게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책이다. 저자 칼 힐티는 불면의 밤이야말로 축복이나 선물과 같다고 하면서 불면의 고통에 몸부림치지 말고 양서를 읽거나 명상을 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라고 권유한다. 고요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이러한 매일의 숙고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는 시간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1년 365일 매일 읽을 수 있는 짧은 글들을 이 책에 실어 독자들을 친절하게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원래 이 책 1부는 힐티가 살았을 때인 1901년에 간행되었지만 2부는 사후인 1919년에야 유고 형식으로 간행되었다. 그러나 1부와 2부가 똑같이 1월 1일에 시작해서 12월 31일에 끝난다(이 책은 1부만 수록함). 따라서 하루에 한 편씩, 1년을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하루 한 편씩 읽으며 넘쳐서도 안 되고 빠뜨려서도 안 된다는 뜻으로 여기서 우리는 힐티의 규칙적인 교양 교육법을 터득할 수 있다. 이처럼 사고 활동이 가장 활발한 한가하고 조용한 시간에 한 편씩 읽으며 마음의 양식으로 삼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새로이 나온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는 시인 송영택의 번역으로 칼 힐티의 원문을 잘 살려 번역했으며, 양장본에 편안한 본문 조판으로 오래 곁에 두면서 매일 읽기 좋은 디자인에 주안점을 두었다.
■ 차례
서문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해설
칼 힐티 연보
■ 본문 엿보기
■ 그러므로 잠 못 이루는 밤을 언제나 ‘하나님의 선물’로 여기는 것이 좋다. 그것은 잘 이용해야지 이유도 없이 공격해서는 안 된다. 바꿔 말하자면, 불면에 무언가 목적이 있지 않은지 자신에게 묻고, 그러한 시간에 보통 때보다 더 잘 들리는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갖가지 사념을 멀리하는 것이 어떻든 상책일 것이다. -서문 중에서
■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우선 감사할 만한 것을 찾아 정직하게 감사하라. 그러면 마음이 한층 편안해지고 다른 일도 훨씬 견디기 쉬워진다. 이것을 끊임없이 연습하면 차차 좋은 습관이 되어 생활이 아주 편안해진다. -30쪽
■ 인생에서 행복이란 고난이 적거나 없는 것이 아니라 이 모두를 빛나게 극복하는 데 있다. -53쪽
■ 모든 행복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소유하는 순간이 아니라 소유하기 직전이다. 즉 우리의 희망이 거의 성취되어 그것이 확실하게 나타날 때이다. -78쪽
■ 특히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지배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키워야 한다. 어른도 아이들의 기분에 맞춰 티끌만큼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 -93쪽
■ 많은 일을 하며 한 주를 보낸 뒤 일요일이 가장 유쾌하듯, 고난을 겪은 뒤의 행복이 가장 유쾌하고 위험이 적다. -211쪽
■ 제노바의 성녀 카타리나는 당돌하게 물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다른 모든 사랑을 배척한다, 그래도 우리는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가, 라고. 그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을 얻었다.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 가능한 한 네 이웃의 정신적・육체적 행복을 위해 애써야 한다. 참다운 사랑은 이웃을 위하여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하여 사랑하는 것이다.” -239쪽
■ 지은이 소개
칼 힐티Carl Hilty (1833~1909)
스위스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법률가로 스위스 베르덴베르크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괴팅겐대학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으며, 스물넷에 결혼하고 쿠르에서 변호사로 17년 동안 일했다. 마흔한 살에 베른대학 법학교수로 취임해 스위스 혁명기와 왕정시대를 주로 연구했으며, 1886년 《스위스 정치연감》 발행을 시작해 평생 이 일을 계속한다. 1890년에는 57세의 나이로 고향에서 하원 대의원에 당선되어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적 이념을 구현한다. 1902년 베른대학 총장으로 취임하고, 1909년에는 국제법의 대가로 국제중재재판소 스위스 위원으로 위촉받아 활동했으며, 1909년 10월 12일, 제네바 호반의 클라렌스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리스도교 신앙에 바탕을 둔 이상주의적 사회개량주의를 사상적 기반으로 삼아 신앙과 삶이 일치된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했으며, 수많은 종교적·윤리적 저작을 통해 세계적으로 문명(文名)을 떨쳤다.
《스위스연방공화국 헌법》, 《행복론》Ⅰ・Ⅱ·Ⅲ, 《독서와 연설》, 《신경쇠약에 대하여》, 《백색의 노예매매》, 《예의에 대하여》, 《보어전쟁》,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Ⅰ, 《병든 정신》, 《영원한 생명》, 《힘의 비밀》 등 수많은 저술이 있으며, 《그리스도의 복음》과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Ⅱ가 사후에 출판되었다.
■ 옮긴이 소개
송영택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독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강사로 재직했으며,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한국문인협회 사무국장, 이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너와 나의 목숨을 위하여》가 있고, 번역서로는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릴케 《릴케 시집》, 《말테의 수기》, 《어느 시인의 고백》, 헤세 《헤르만 헤세 시집》,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쇼펜하우어 《삶과 죽음의 번뇌》, 레마르크 《개선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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