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서평
사대성인 공자의 언행을 그의 제자들이 기록한 『논어』
공자의 숨결까지 느껴지는 쉽고 바른 『논어』 해설서
공자는 유가 학파를 창시한 위대한 사상가이자 교육가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으뜸가는 사대성인의 한 사람이다. 『논어』는 그의 제자들이 공자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한 어록체 저서로, 공자 사후 70년이 지난 기원전 400년 전후에 편찬되었다. 『논어』가 여러 판본으로 후대에 전해져, 공자의 사상은 중국은 물론 조선을 비롯한 동양의 사상적 기틀을 이뤘다. 하지만 유가는 그저 춘추시대의 여러 학파 중 하나였으며 심지어 진시황의 분서갱유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등 전혀 우세한 학문이 아니었다. 이후 한나라의 무제가 유가를 존숭해 유교를 국가의 통치 이념으로 채택하면서부터 그 지위가 현대까지 이어져 동양의 대표 사상이 되었다.
『논어』는 중국 역사와 함께 다양한 주석서가 전해지는데,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논어 풀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주자의 『논어집주』와 다산 정약용의 『논어고금주』이다. 이러한 주석서를 참고하여 출간된 현대의 번역서·해설서만 해도 수백 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논어』를 선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삼수 교수는 중문학 전공자로서 자연스럽게 『논어』를 접한 후 거듭 읽으면서, 종종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전통적인 이해와 풀이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대개의 『논어』 번역서는 공자 사상과 원전에 관한 깊은 탐구가 부족한 채로 자의적인 풀이와 설명으로 일관하는 경향을 띠어, 박삼수 교수는 바른 이해에 대한 목마름으로 공자와 『논어』에 대한 학문적 탐구를 시작했다. 『「논어」 읽기』, 『공자와 논어, 얼마나 바르게 알고 있는가?』 등 보다 심화된 『논어』 읽기를 돕는 책들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렇듯 수십 년간 이어온 『논어』에 대한 애정과 중문학 연구자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자부할 만한 『논어』 번역을 선보이게 되었다. 이를 통해 『논어』를 처음 읽는 사람은 보다 ‘쉽게’, 여러 번 읽고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사람은 보다 ‘바르게’ 『논어』를 읽을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쉽고 바르게 읽는 고전’ 『논어』
기존의 『논어』 해석과 무엇이 다른가?
박삼수 교수에 따르면 한문 고전 풀이에는 세 가지 원칙이 중시된다. 첫째, 한문 문법에 맞아야 하고, 둘째, 논리적 모순이 없어야 하며, 셋째, 원전의 기본 사상에 부합하게 풀이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통해 『논어』를 읽는 과정에서 질문을 자아냈던 여러 구절의 오류를 바로잡고 새롭게 풀이했는데, 그 구절에는 아래와 같은 논어의 유명하고 주요한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제1편 「학이」)
『논어』를 여는 구절이다. 보통 ‘시時’를 ‘때때로’로 번역해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로 풀이한다. 하지만 공자가 ‘배움이란 마치 앞선 것을 따라잡지 못할까 봐 안달하듯이 하고, 또 따라잡은 뒤에는 그것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듯이 하는 것’(8-17)이라고 일렀음을 고려하면 여기서 ‘시時’는 ‘수시로’라고 풀이해야 한다는 것이 박삼수 교수의 주장이다.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제2편 「위정」)
흔히 ‘온고이지신’을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안다’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풀이는 오로지 옛 문물만을 높이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용을 강조했던 공자의 가르침이라고 보기에 적절치 않다. 박삼수 교수에 따르면 ‘고故’는 이미 배운 것, ‘신新’은 아직 배우지 않은 새로운 지식이나 이치를 말한다. 즉, ‘온고이지신’은 ‘이미 배운 것을 복습하면서 새로운 것을 터득해야 한다’라고 풀이해야 한다.
▸攻乎異端, 斯害也已. (공호이단, 사해야이. -제2편 「위정」)
오늘날 이단의 사전적 정의는 ‘정통 이론에 어긋나는 사상 및 방식’이다. 박삼수 교수에 따르면 『논어』 전체에서 그 의미의 왜곡이 가장 심한 구절이 바로 이 구절이다. ‘이단異端’을 우리가 이해하는 바의 ‘이단 사설’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삼수 교수는 여러 문헌을 검토한 학술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단’은 『중용』에서의 ‘양단’과 같은 뜻으로, 즉 ‘사물의 양극단’으로 풀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후생가외, 언지내자지불여금야? -제9편 「자한」)
이 문장은 보통 ‘후배는 두려운 존재이거니, 그들의 미래가 어찌 지금의 어른만 못할 것이라 단정하랴?’라고 풀이된다. ‘후생後生’은 후배, ‘금今’은 ‘지금의 어른’으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박삼수 교수에 따르면 상대적인 개념인 ‘후배’보다 ‘젊은이’라고 풀이하는 것이 맞는다. 또한 ‘금’을 ‘지금 어른’으로 풀이하면 젊은이와 기성세대를 비교하는 것처럼 읽히기 때문에, ‘금’을 단지 ‘현재’로 해석해 ‘젊은이는 두려운 존재이거니, 그들의 미래가 어찌 현재만 못할 것이라 단정하랴?’라고 풀이해야 옳다.
▸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극기복례위인. 일일극기복례, 천하귀인언. -제12편 「안연」)
오늘날 사자성어처럼 쓰이는 ‘극기복례’라는 말의 출처다. 대개 ‘일일극기복례, 천하귀인언’을 ‘하루라도 자기를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면, 천하가 인에 귀의할 것이다’라고 옮긴다. 하지만 ‘인仁’이 공자 사상의 핵심 개념이라는 점, 공자 자신조차도 ‘인한 사람’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힌 점을 미루어봤을 때 위와 같은 해석은 이치에 어긋난다. 단 하루 자신의 사사로운 욕망을 이겨낸 것으로 천하가 인에 귀의할 수 있을 만큼 ‘인’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차 언젠가 자신의 사사로운 욕망을 이기고 모든 언행을 예에 맞게 하게 되면, 천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인하다고 칭송할 것이다’라고 풀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唯女子與小人爲難養也, (유녀자소인위난양야, -제17편 「양화」)
이 구절은 대개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로 풀이되어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비판받는다. 박삼수 교수는 여기서 ‘녀女’를 단지 일반의 ‘여자’로 풀이해서는 안 되며, ‘부양하다’, ‘거느리다’라는 뜻을 가진 ‘양養’자를 고려해 ‘집안이나 궁중의 여자와 소인, 즉 시첩이나 빈첩, 옹졸한 신복’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잘못 해석해 공자가 소인과 같이 취급해 여자를 비하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유교는 보수적’이라는 편견을 걷어내면 보이는
2,500년 역사에 빛바래지 않은 『논어』의 가치!
공자 사상에는 시대를 초월해 현대에도 유효한 인생의 지침이 새겨져 있다. 공자가 활동했던 춘추시대는 예와 관련된 전통적인 제도가 붕괴하고 약육강식의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혼란한 시기였다. 공자는 가난과 비참에 빠진 백성들을 불행에서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했고, 인에 기반한 선정을 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정치에 나섰다. 공자의 생애를 살펴보면 성인으로서의 비범함보다는 오히려 곤궁한 평민의 생활을 하며 학문과 구세의 뜻을 놓지 않은 한결같음에 주목하게 된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읜 후, 홀로 남의 혼례나 장례를 돕거나 수레를 대신 몰며 생계를 꾸리는 가난하고 고생스러운 삶 속에서도, 그 누구보다 배우기를 좋아하였고,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제자들이 각지에서 모여들면서 성인의 칭호를 얻게 된 것이다.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곳을 찾아 제자들과 함께 14년 동안 떠돌아다닌 일화와 아내와 아들, 아끼던 제자 안회와 자로를 먼저 떠나보내고 비통해했다는 기록 등을 통해 인간의 현세적 삶에 깊숙이 들어가 고뇌했기에 세기를 뛰어넘어 귀감이 되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다만, 유교에는 보수 기득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윤리이자 규범이라는 편견이 따라붙곤 한다. 박삼수 교수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논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공자의 사상이 진보적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논어』의 핵심은 오늘날 ‘유교’라고 하면 떠오르는 의례보다 앞선 공자의 근본 사상에 있으며, 철저히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공자의 사상은 진보와 보수 중 어떤 편에도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삼수 교수는 갈수록 갈등의 양상이 첨예해지는 시기에 ‘사람으로서의 도리와 본분’을 바탕으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우는 ‘등대’ 같은 공자의 가르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쉽고 바르게 읽는 고전 시리즈
『장자』 장자 지음, 박삼수 옮김 (ISBN: 978-89-310-1082-4 03100)
『손자병법』 손무 지음, 박삼수 옮김 (ISBN: 978-89-310-2009-0 03100)
『논어』(상) 공자 지음, 박삼수 옮김 (ISBN: 978-89-310-2215-5 04150)
『논어』(하) 공자 지음, 박삼수 옮김 (ISBN: 978-89-310-2216-2 04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