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6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6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3권까지는 여백이 많은, 그럼으로 인해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4권부터 늘어난 글밥은 6권까지도 이어진다. 뭐 책값 대비 그정도는 되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영상으로 만났던 짧고 굵은, 그러면서도 강렬했던 느낌으로부터는 조금 멀어졌다. 

6권의 테마는 진眞, 선善, 미美다.

’저항시인’ ’서정시인’이라는 교과서적 분류 너머에서 윤동주는 그저 ’아름다운 시인’이었다.  (35)
나는 윤동주 시인을 ’하늘’같다고 생각한다. 늘상 변함없는 듯 하면서도 수시로 그 색깔이나 담고 있는 구름, 바람의 모양의 조금씩 변하는 하늘같은 사람. 항상 나를 내려다보는 그에 반해 나는 아주 가끔 올려다보는 하늘. 기분 좋은 날의 하늘은 어김없이 청명하며, 슬프고 우울한 기분으로 올려다 본 하늘은 왜 그리도 아린지... 그렇게 그의 시詩도 ’하늘’ 느낌으로 들었다놓기를 거듭한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억하는 윤동주는 그저 "아름다운 시인’이 맞을 것이다. 텍스트에 끼워진 그의 시집을 구입했다. 그렇게 좋다면서도 정작 그의 단독 시집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새록새록 알아가는 지식과 그것말고도의 무언가.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다. 윤동주가 좋다.


248페이지에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새끼양과 산책하는 사자"
어른답게 행동하라든지, 너답지 못하다든지라는 말로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틀에 가두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끔은 ’답다’가  아름답게 여겨지지 않을 때가 있다.  사자는 먹이를 사냥하며 갈기를 휘날리고 낮은 언덕에 올라 포효하는 것이 ’답다’. 그러나 채식을 즐기며 새끼양과 산책하는  사자, 리틀타이크는 ’답지’ 않아서 아름다운 녀석이다. 리틀 타이크의 책도 소개되었지만 그 책은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때는 스치듯 잠깐의 느낌 그대로여서 아름다운 인연이 있듯, 녀석과 나의 만남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순간이어서 오래 기억될 ’아름다운 사자’ 리틀 타이크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또 좋다. 리틀 타이크가 좋다.


표지가 주황색인 것도, 아인슈타인의 혀 내민 익살스런 얼굴의 사진도 좋다.
좋은 것엔 이유가 없다는 데 나는 이유도 많다. 그래도 좋은 건 좋은거다. 
단 한 가지,  남들 다하는  다른 책들 다 있는 띠지가 있다는 게 나는 싫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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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19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띠지는 처치곤란이에요.
전 띠지를 가끔 책갈피로 사용하곤 하죠~^^

모름지기 2011-03-25 00:50   좋아요 0 | URL
저하고 같군요. 저도 책갈피로 적당히 사용해요.^^
시간 남으면 이쁘게 오려서 끼워넣기도 하고..
대부분은 걍 버리지만요.하하
 
나귀 가죽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1831년에 오노레 드 발자크는 이 작품, <나귀가죽>을 발표해 큰 성공을 거둔다. 이 결과는, 드라마가 우리를 폐인 지경까지 이르게 하는 일련의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일종의 대리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해서는 예상 못한 고뇌, 갈등을 통해 주인공과 함께 성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자연히 괴테의<파우스트>가 연관되어진다. 이 두 작품은 ’시간’과 '영혼'의 거래로 합쳐진다. 시간이 금이다. 라는 말은 오류다. 최소한 이 두 작품에서의 시간은 영혼이다.

소원을 들어주는 신기한 물건, 인간이 상상해 낸 지극히 인간적 가치에 부합되는 산물이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로 둔갑하든 그것은 뿌리칠 수 없는 강력한 유혹이며 문학적 충분한 소재이다.  "언뜻 보기에 가게는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어서 그 모든 인간과 신의 작품들이 좌충우돌하는 것 같았다." (45) 라파엘이 골동품가게를 설명하고 있는 이 부분은 그가 슬픈 운명처럼 맞게되는 ’나귀 가죽’의 전주다. 처음 난, 이 부분을 그냥 ’충돌’로 읽었다. 문장 전체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보였는데, ’좌충우돌’로 바로 잡아보니 그냥 평범한 문장이 되버렸다. 뜻은 분명 같은데 ’충돌’이 주는 창조적 원본 상태의 강력한 이미지가 평범한 혼돈이 되었다.  역자는 이 작품이 쉽지 않은 번역물임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만큼 발자크의 사용 언어가 독특한 개개의 의미를 함묵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발자크의 말’. 하나하나가 시간을 훔쳐가는 라파엘의 ’싶은’처럼 주의깊게 읽혀지게 되는 이유다.



"노인의 이마 위에는 그지없는 권능이 서려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입가에는 음산한 조소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고뇌 따위는 막강한 힘 아래 모조리 분쇄해 버렸을 이 노인은 틀림없이 지상의 온갖 쾌락 역시 억눌렀을 것이다." (61) 메피스토펠레스의 등장이다. 라파엘은 이 악마와의 거래를 시작하면서 분명히 ’쾌락 역시 억눌렀을’것을 그에게서 읽었다. 반론적으로 라파엘은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쾌락’을 얻게 되는 것이다.  라파엘은 자살까지 생각하는 인생을 포기한 상태였다. 돈도 명예도 없이 "나는 사람들이 목말랐는데 친구가 하나도 없었던" 고독한 영혼이었다. 그러나 악마와의 거래 이전, 그의 "싱싱한 영혼을 지녔"다. 쾌락을 위해 그의 싱싱했던 영혼은 자살, 죽음을 유보하는 조건으로 ’나귀가죽’을 선택한다. 골동품상 노인은 " 사람들이 근심,사랑, 야망, 불운, 슬픔이라 말하는 것들..난 그런 것들이 내 삶을 갉아 먹도록 놔두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결국 라파엘이 가진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들은 나귀가죽을 통해 극명하게 삶의 ’갉아먹음’을 보여준다.  "행함"과 "바람"의 결합이 바로 나귀가죽인 것이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공짜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다 댓가가 숨겨져 있는 유령이다. 응당, 부와 명예를 아우르는 쾌락의 댓가로 얻어진 나귀가죽은 시간의 생명을 줄어들게 한다. 그런데 나귀가죽을 손에 넣기 전부터 라파엘은 시간에 목숨을 거는 전제를 반복한다. "그녀가 내게 할애해 준 시간당 2년치에 해당하는 내 목숨을 바쳐라 했어도 기꺼이" 라며 페도라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는가 하면, "마차에 오르자 종업원은 수고비를 요구했어. 나는 무일푼이었지. 그 수고비 두 푼만 마련할 수 있다면 10년치 내 목숨이라도 팔 것"이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이 두 부분을 통해서 라파엘의 ’목숨’에 관한, ’시간’에 관한 무모하리만치의 바보스런 계산법을 읽게된다. 사랑하는 여인과의 시간과 맞바꾼 목숨은 2년치인데 고작 자신의 권위와 ’보여짐’을 위한 팁 두 푼엔 10년치의 목숨을 내 건다. 이 것으로  라파엘은, ’생명’과 ’영혼’의 본질을 깨달을 수 없는 인간, 평범한 인간이 가지는 극명한 자기 모순을 설명하고 있다. 

라파엘이 ’싶어’하는 모든 것들은 이뤄진다. 그 댓가로 ’근심’은 줄어든다. 이 단어는 처음 읽혔던 ’충돌’만큼이나 흥분을 자극한다. "프랑스어에서 ’근심’을 뜻하는 샤그랭chagrin은 표면이 우툴두툴한 가죽, 곧 라파엘이 소유한 가죽을 가르키는 말이다." 발자크의 언어 유희에 탄복하게 된다. 나귀가죽을 근심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줄어드는 ’근심’이 실은, 늘어나는 죽음에로의 ’근심’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발자크의 천재적 언어성에 함몰됨을  느낀다. 


인간의 욕망, 쾌락이 부질없음을 라파엘의 마지막은 보여준다. 인간의 지식과 방법으로 나귀가죽을 늘리려고 애쓰는 부질없음까지도. 악마와의 거래로 얻어 모든 ’싶은’것들은 누렸으면서도 그 신비한 힘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끊어내려는 라파엘은 또 한 번 인간의 모순을 보여준다. 마지막 잎새같은 나귀가죽마저도 사랑의 욕망으로 불사르고 결국 그것과 함께 자멸하는 라파엘. 나귀가죽, 그것은 어쩌면 욕망의 늪이 아니었을까. 한 번 발을 빠뜨리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들어가게 되는,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박히는 늪. 늪으로 가는 첫 걸음은 광기다.  미친 짓이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우리는 이성적, 논리적 판단을 유보하고 ’미친’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지극히 인간적인 헛점을 파고드는 신의 장난에 동요되는, 그래서 욕망은 나약함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신의 단죄는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나귀가죽을 손에 넣는 그 순간부터. 인간의 자기 한계와 모순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눈에 보이는 헛된 찬연함으로부터 등 돌려  내면의 깊은 성찰의 사유로 유도하는  천재 작가의 다시 없는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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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0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마와의 거래는 시대를 넘나들며 매력적인 소재인가 봐요.
제가 며칠 전 읽은 '천국의 도둑'도 그런 내용이었거든요.
'샤그랭'이란 단어 참 예쁜 발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뜻은 덜 이네요~^^

발자크, 기억해야 겠어요~

모름지기 2011-03-12 02:37   좋아요 0 | URL
흥미로워요. 시대에 따라 변하는 '악마'의 모습이나 거래..모두 말이죠.
아..그거 님의 리뷰 읽고 관심 찜해뒀던 책이예요.^^
벌써 주말이네요.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예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마녀고양이 2011-03-1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목과 은유가 너무 맘에 들어요.
나귀 가죽이라... 어쩐지 생각이 많고, 한번 읽어봐야 할거 같아요.
이런 생각 마저도 욕망일까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파우스트도 못 읽었어요.
맨날 책은 손에 들고 있는거 같은데, 고전 중에 읽은건 손을 꼽아야 해요.. 창피해라.

저두 장바구니로~.

모름지기 2011-03-25 00:51   좋아요 0 | URL
저도 고전읽기에서 늘 고전해요.하하
그래도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깊이가 있고,
좀 속물적이긴해도...폼 나잖아요.ㅋㅋㅋ
요따구로 책읽으면 안되는데..ㅠㅠ
 
생각 버리기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생각하는 갈대는 그 생각이란 것 때문에 이리저리 휘둘린다. 정작은 바람 때문이 아니라.

어떤 계획이나 성찰을 향한 생각이 아닌, 일종의 잡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힐 때가 있다. 그러면 당연히 마음이 심란해진다. 아마도 이 책의 ’생각’은 그것들을 말함인 듯하다. 불안, 걱정, 욕심같은 것들. 생각을 버리는 일은 어쩌면 마음을 비우는 일과 같은 작업이지 않을까.  그런데 좋은 말과 가르침에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내가 있다. 이젠 욕심, 불안의 생각들을 떨쳐야지, 마음 먹기가 무섭게 또 다른 걱정 아닌 걱정들이 빈 자리를 채우고 들어선다. 아마도 살아가는 동안 내내 풀어야 할 숙제인 듯하다.

감사하는 마음과 표현은 마냥 좋은 것인줄만 알았다. 늘 감사하는 마음이 나와 상대방을 행복하게 하리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병인줄이야.  빈 말이란 게 있다. 정말 감사하지도 별로 감사할 일도 아닌데 습관처럼 내 뱉는 감사의 말들, 저자는 이것을 경계하라고 한다.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것을 지나치라는 게 아니라, 빈 말을 던짐으로써 감사 받는 사람의 감정까지 상하게 만들고 자신에게 축적되는 기만을 삼가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과 비슷한 맥락의 ’구체적 사과’는 꼭 필요하다. 길을 걷다 실수로 남의 발을 밟을 때야 ’미안합니다’ 로 괜찮겠지만 우리는 종종 더 큰 잘못에도 안이하고 상습적인 ’미안’을 표현할 때가 많다.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반성문을 쓰라고 한다. 그리고 말하길. "구체적으로 써!"
그런데 정작 나는 그게 잘 안된다. 구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가운데 진정한 반성과 그로 인한 나아감이 있을텐데. 


일기를 쓰는둥마는둥한지가 깨나 오래된 듯하다. 그나마 쓰는둥의 일부는 심란함의 낙서 정도랄까. 그런데 그 심란함의 낙서조차도 쓰고나면 조금은 마음의 홀가분함을 느낀다. 그래서, 단단히 엉켜있는 생각껍데기들을 버리는 연습엔 쓰기만한 게 없다며,  자기 속에 숨기고 싶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나가라고 하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속 상한 일이 있으면 슬픈 영화를 보거나 볼륨을 높이고 듣는 메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별다른 일정도 없이 건너뛰는 여백의 다이어리 한켠을 빌어 생각 버리기 연습장으로 써야지, 싶다. 저자의 꼬리글은 한 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인터넷등에 내놓는 일상의 얘기는 진정한 생각 버리기 연습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받고 싶고, 잘 쓰고 싶어하는 욕심이 덧칠해 질 수도 있다는 말.  


어찌보면 계발서 같기도 하지만, 명상하기 좋은 책이다. 젊고 싱싱하면서도 맑은 가르침이다. 간결하고 선명한 글이다. 욕심을 내어 차창에 기대어 고즈넉한 명상을 즐기는 표지에서의 저자처럼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차창에 기댄 누군가의 사진을 바라보는 일과 내가 차창에 기대 앉아서의 느낌이 판이하듯, 바라던 것은 욕심, 버려야 할 그것이 되고 말았다. 아쉽지만, 깨달음보다는 배움이 있는 책이었다.  
이 책,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깊이나 완성도에서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생각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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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08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좋은가 봐요...라고 쓰려다 보니까 별이 세개네요.
리뷰는 참 좋은데 말이죠.

저도 좀 바빴는데...님도 한참 만이세요.
잘 지내셨어요?

모름지기 2011-03-09 02:11   좋아요 0 | URL
책은 좋아요.단지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 조금 안 맞았죠.^^
마음이 어수선하면 전혀 딴일을 못하는 성격이라..
한동안 갈피를 못잡았어요.
그런데..그런중에는 오해, 잡념도 더 많아지는것 같더라구요.
말도 있고, 글도 있는데 왜 오해를 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양철나무꾼님이 한 수 가르쳐주세요.ㅠㅠ

마녀고양이 2011-03-08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쓴다는 자체가, 홀로 일기장에 쓰든, 인터넷에 쓰든 간에
완전히 솔직해질 수 있을까요? 산다는게 계속적인 덧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원래 있던 색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헤매거나 아니면 새로운 곳에서 나를 발견할지 모르겠네요.... 생각 버리기. 잡념.

제가 드림북어님 서재에서 댓글로 맴을 돌고 있는걸 보니, 일단 낮잠을 조금 자야할거 같아요. 횡설수설.. ^^

모름지기 2011-03-09 02:13   좋아요 0 | URL
완전 솔직.
아담과 이브의 시절로 돌아가면 모를까, 힘들겠네요ㅠㅠ
그래도 나홀로 일기장엔 가끔씩 마구마구 속내를 끄적이곤해요.
주말 말고, 평일에 자는 낮잠이 꿀맛이겠다, 싶네요.
아~ 꿀맛 보고싶어라~~하하하
 
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청춘일 때는 마음이 아프더니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아프다. 그렇다고 마음이 아주 안녕하냐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젊음, 청춘, 아픔...모두 아름다움과 가까운 것들이다. 내가 청춘일 때는 미처 몰랐다. 그 아픔까지도 사랑한 청춘이었다는 걸.
제목 때문에 사실, 나와는 별 상관없는 ’그 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단락이 끝나기도 전에, 청춘만을 위한 위로가 아니란 걸 알았다.  청춘을, 청춘의 아픔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김난도 저자의 위로는 나에게도 부드러운 터치다.    
내 나이를 하루 시간으로  가늠해 보니 얼추 오후 2시50분이다.  점심 먹고 돌아서서 이제 한참 뭔가를 해야 할 그런 시간과도 같은 나이. 어쩌면 김난도, 그가 말하는 청춘이란 눈에 보이는 ’새파란’ 보다는 마음으로 품고 사는 나이의 청춘에게 ’고함’이라 생각했다.  

"인생에 관한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라고 말한다. 이 지독한 근시안은 젊을 때보다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듯하다. 오히려 젊을 적에는 미래에 대한, 먼 곳을 향한 비젼이 늘 새로운 용트림으로 변덕스러우나마 꿈틀대곤 했는데, 점점 오늘과 겨우 내일에만 머물게 된다. 그러다보니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라는 자괴감이 어깨를 누르고 움츠러든다. "내 일을 하라, 그리고 내일이 이끄는 삶을 살아라"  그렇다. 내일이 이끄는 삶은 내 일에 있다. ’내 일’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전으로 돌아가 볼까.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었을 때 그 각오가 다짐은 여타의 ’작심삼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신선하고 강력했다. 세상을 다 얻을 것처럼 행복했다. 물론 하고 싶었던 일이 딱히 아니었음에도 일 할 곳이 있고 돈을 벌게 되고, 또 다른 나의 꿈을 위한 동력원이 될 거란 생각에 야근도 불사하고 피곤은 서랍속에 넣고 출근했다. 

그런데 사랑이 변하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빨리 나는 변했다. 누구는 나보다 훨씬 못했는데 지금의 저 위치는 그 에게 가당치도 않다는 비교로부터 시작된 불평이 하나 둘 댐에 구멍을 내더니 점점 틀어 막아야 할 구멍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아리러니하게도,  나를 계발하고 정진시키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책읽기는 자꾸만 나의 구멍을 크게 확장시켰다. 이 책을 읽으면 이 구멍이 뻥, 저 책을 읽으면 아쿠야! 여기도 구멍이네, 가 계속되었다. 특히나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에게나 타인으로부터 ’실수’에 대한 용납이 빡빡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구멍들에 대해 급급한 땜질에만 열을 올렸다.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 라는 말이 정녕 맞다면 나는 대단한 자산가이다. 쌓아두기만 했던  ’실수 자산’을 이제는 사용할 때가 된 듯하다. 밑천이 두둑하니 잘만하면 손익분깃점을 넘기는, 꽤 괜찮은 장사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픈 청춘이던 시간이 내게는 분명 지금의 밑천이었다. 그 때도 이것을 알았더라면 더 많은 실수와 도전으로 한 밑천 더 두둑히 챙겼을 텐데. ^^  바늘에 살짝만 찔려도 아프다. 누군가 나무둥치로 얻어맞은 것보다 내 아픔이 더 크다. 내가 겪고 견뎌야 할 청춘의 아픔은 순전히 내 몫이란 거다. 견디고 단단해지면 그 때 알게 될 것이다. "알은 스스로 깨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면 요리감이 된다" 라는 저자의 말이 피부로 와 닿음을 말이다. 청춘이 능사인양 몰아부치는 책들이 성공과 꿈을 이야기 하는 것과는 달리, 실수와 좌절, 위로를 던지는 이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행복한 ’내 일’ 과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인생 선배의 애정어린 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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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2-23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분, 수사의 귀재죠~
비유와 묘사가 너무 적절하더라구요.

알은 스스로 깨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면 요리감이 된다,ㅋ~.

모름지기 2011-02-26 00:02   좋아요 0 | URL
이 저자는 처음 만났어요. 친절한 난도씨더라구요.^^
계발서든 소설이든,,글을 따뜻하게 쓰는 사람이 좋아지더라구요.
그래서 좋아진..^^

마녀고양이 2011-02-2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은 아플 수 밖에 없는건데,
누구도 제게 식상한 문구 외에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알려주는 사람이.
그래서 제 청춘이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많이 아파해서, 나름 잘 컸다 위안삼고 산답니다. 아하하.

모름지기 2011-02-26 00:04   좋아요 0 | URL
우리가 이만큼 잘 큰건(?) 청춘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인가요?..^^
지나간 청춘이 아쉽긴 하지만
다시 돌아가라면..글쎄요.
한 번 뿐이어서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건 '인생'이겠죠. 그래서..한번으로 족해요.^^
 
갈릴레오의 고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5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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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에 그다지 매료되지 못하고 있을 때, 맛을 보여준 작가가 오쿠다 히데오였다. 작품성을 떠나 일단을 기분좋은 독서를 허락한 작가였다. 그리고 일본소설의 깊은 수렁으로 끌어들인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그의 작품 <레몬>을 읽고, 이가 시리도록 강한 맛에 빠져들었다.  <11문자 살인사건>에서의 가벼운 실망은,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충분히 회복되었다. 그의 소설에는 추리와 반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이 녹아있다.

갈리레오의 고뇌,
제목만으로는 충분히 그의 이름에 걸맞는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기대를 이끌어 내기에만 충분한 이 제목이 소설에 대한 기대감도 충족시키는 건 아니다. 


물리학 교수 유가와의 등장은 <용의자 X의 헌신>을 떠올리게 했다. 첫 이야기가 너무 싱거워, 에피타이저이겠거니 하며 살짝 화남을 눌렀다. 메탈의 마술사로 불리는 유가와의 스승 도모나가가 등장하자 안도했지만,  그냥, 정말 그냥,  추리소설이었다. 딸, 나미에를 향한 배려로, 스스로를 완벽한 범죄자로  만든다는 설정 역시 <용의자 X의 헌신>과 비슷하다. 용의자의 모티브에 약간의 각색이 가미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여러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의 고뇌를 읽을 수는 없었다. 유가와는 사건의 개연성과 인과관계에 대해서 보다는 사건을, 철저하게 연구적, 해결적 과제로만 삼는다. 아서 코난도일의 <셜록 홈즈>시리즈의 초기작품들과 맥을 같이 하지만, 치밀성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와의 첫 만남을 이 책으로 했다면 모를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유가와가 던진,
"과학은 신비로운 것을 무작정 부정하지는 않아. 그 아이는 진자를 가지고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거야.
진자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그 애의 양심이야." 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여운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내면과의 대화’가 녹아있는 다음 작품을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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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2-18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림 북어'가 'book, a dream'이었네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 밖에 못 읽었어요.
전 일본 장르 소설이 취약해요.'속닥~'

순오기 2011-02-18 16:21   좋아요 0 | URL
아~ 드림 북어가 그런 뜻이었군요.^^

모름지기 2011-02-23 01:28   좋아요 0 | URL
예리하시군요.^^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오우~ 이랬다, 뭐지?..저랬다. 그래요.^^
용의자 X의 헌신은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죠.
저도 이제 막 일본소설에 눈을 떴어요.ㅋ

마녀고양이 2011-02-1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 광팽이고 많은 책을 읽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도 높낮이가 다르더라구요.... 갈릴레오~는 사실 그닥 맘에 들진 않았어요. ^^
제가 최근 젤 맘에 든 책은 <게임의 이름은 유괴> 랍니다. 제대로 뒤통수 한방 먹었거든요. 아하하.

모름지기 2011-02-23 01:30   좋아요 0 | URL
제가 훈장선생님 앞에서 문자를 쓴 격이군요.^^
사실 이제야 일본 소설에 조금 눈을 떴고, 시가시노 게이고는 오쿠다 히데오 다음에 만난 두번째 작가예요. 둘..너무 달라서, 일본 소설의 다양한 재미에 빠져드는 중이랍니다.
저도 맘 단단히 먹고 뒤통수 맞을 각오로 <게임의 이름은 유괴>를 찾아보렵니다.

순오기 2011-02-1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추리물이나 스릴러 잘 보는데, 이런 책은 안 보게 되네요~ 젊은날엔 좀 봤는데 말이죠.^^
이젠 현실 문제를 풀어가는데 더 관심이 쏠려요. 구비구비 인생의 강물을 따라 흐르다보니..,

모름지기 2011-02-23 01:35   좋아요 0 | URL
젊은 날?.. 왕년에~ 이 말씀이신가봐요. 하하
아무래도 독서모임을 주관하시고 양서 위주로 책을 정하시다 보니 그런거 아닐끼요?
갈릴레오가 인생의 구비구비를 고뇌했더라면 좀 더 좋은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2011-02-23 0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