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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 윤동주 전집
윤동주 지음, 홍장학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7월
평점 :
"기존 유고 시집의 오류를 바로잡고 원전을 새로 확정하는 작업에 충실했으며,
그래서 이미 출간된 다른 유고 시집의 그것과는 상당 부분 다르다. " (머리말 중에서)
내가 전에 읽었던 윤동주의 시들과 분명 크게 다르지 않은데 약간씩 미묘한 느낌의 변화가 감지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별 헤는 밤>에서의 마지막 연이 원전에서 제외되었다.
이는 제작 일자 표시 다음에 적혀 있다는 이유와 연구, 해석적 분석으로 인해서이다.
전문과 연결해서, 따로 떼어서 되뇌보니
전문과는 분명 다른 감성과 더불어시간적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별 헤는 밤, 육필 초고 첨삭부분)
윤동주의 <서시>는 당연히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이고, 이 시의 제목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이 詩의 제목은 <무제>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모르고간에 이 시는 여전히 <서시>겠지만...
만돌이
만돌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전봇대 있는 데서
돌재기 다섯 개를 주웠습니다.
전봇대를 겨누고
돌 첫 개를 뿌렸습니다.
- 딱 -
...중략...
다섯 개에 세 개...
그만하면 되었다.
내일 시험.
다서 문제에, 세 문제만 하면-
손꼽아 구구를 하여봐도
허양 육십 점이다.
볼 거 있나 공 차러 가자.
그 이튿날 만돌이는
꼼쩍 못 하고 선생님한테
흰 종이를 바쳤을까요
그렇잖으면 정말
육십 점을 맞았을까요
-1937. 3월 (추정)
천진스런 재치가 재미있다.
윤동주를 서정시인이라고 말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의 대다수 詩들이 그렇고 나는 그의 그런 서정성에 언제나 흠뻑 취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이런 뜻밖의 詩를 만났다고해서 윤동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의 아린 서정성이 조금은 맑고 투명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윤동주란 시인, 참 좋아한다고만 했지 그의 전집을 요즘처럼 찬찬히 음미한 적이 없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나는 윤동주의 시들은 더욱 ’봄’스럽다. 가을엔 더욱 ’가을’스러웠던 그였다. 봄이기도, 가을이기도 한 그의 서정성은 계절을 끼고 돈다. 마음을 휘돌아 나간다. 품기엔 그의 시들이 너무나 자유를 원하기 때문에 나는 놓아준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별 헤는 밤, 중에서)
그를, 그의 詩를 조금은 헤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