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청춘일 때는 마음이 아프더니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아프다. 그렇다고 마음이 아주 안녕하냐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젊음, 청춘, 아픔...모두 아름다움과 가까운 것들이다. 내가 청춘일 때는 미처 몰랐다. 그 아픔까지도 사랑한 청춘이었다는 걸.
제목 때문에 사실, 나와는 별 상관없는 ’그 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단락이 끝나기도 전에, 청춘만을 위한 위로가 아니란 걸 알았다.  청춘을, 청춘의 아픔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김난도 저자의 위로는 나에게도 부드러운 터치다.    
내 나이를 하루 시간으로  가늠해 보니 얼추 오후 2시50분이다.  점심 먹고 돌아서서 이제 한참 뭔가를 해야 할 그런 시간과도 같은 나이. 어쩌면 김난도, 그가 말하는 청춘이란 눈에 보이는 ’새파란’ 보다는 마음으로 품고 사는 나이의 청춘에게 ’고함’이라 생각했다.  

"인생에 관한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라고 말한다. 이 지독한 근시안은 젊을 때보다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듯하다. 오히려 젊을 적에는 미래에 대한, 먼 곳을 향한 비젼이 늘 새로운 용트림으로 변덕스러우나마 꿈틀대곤 했는데, 점점 오늘과 겨우 내일에만 머물게 된다. 그러다보니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라는 자괴감이 어깨를 누르고 움츠러든다. "내 일을 하라, 그리고 내일이 이끄는 삶을 살아라"  그렇다. 내일이 이끄는 삶은 내 일에 있다. ’내 일’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전으로 돌아가 볼까.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었을 때 그 각오가 다짐은 여타의 ’작심삼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신선하고 강력했다. 세상을 다 얻을 것처럼 행복했다. 물론 하고 싶었던 일이 딱히 아니었음에도 일 할 곳이 있고 돈을 벌게 되고, 또 다른 나의 꿈을 위한 동력원이 될 거란 생각에 야근도 불사하고 피곤은 서랍속에 넣고 출근했다. 

그런데 사랑이 변하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빨리 나는 변했다. 누구는 나보다 훨씬 못했는데 지금의 저 위치는 그 에게 가당치도 않다는 비교로부터 시작된 불평이 하나 둘 댐에 구멍을 내더니 점점 틀어 막아야 할 구멍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아리러니하게도,  나를 계발하고 정진시키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책읽기는 자꾸만 나의 구멍을 크게 확장시켰다. 이 책을 읽으면 이 구멍이 뻥, 저 책을 읽으면 아쿠야! 여기도 구멍이네, 가 계속되었다. 특히나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에게나 타인으로부터 ’실수’에 대한 용납이 빡빡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구멍들에 대해 급급한 땜질에만 열을 올렸다.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 라는 말이 정녕 맞다면 나는 대단한 자산가이다. 쌓아두기만 했던  ’실수 자산’을 이제는 사용할 때가 된 듯하다. 밑천이 두둑하니 잘만하면 손익분깃점을 넘기는, 꽤 괜찮은 장사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픈 청춘이던 시간이 내게는 분명 지금의 밑천이었다. 그 때도 이것을 알았더라면 더 많은 실수와 도전으로 한 밑천 더 두둑히 챙겼을 텐데. ^^  바늘에 살짝만 찔려도 아프다. 누군가 나무둥치로 얻어맞은 것보다 내 아픔이 더 크다. 내가 겪고 견뎌야 할 청춘의 아픔은 순전히 내 몫이란 거다. 견디고 단단해지면 그 때 알게 될 것이다. "알은 스스로 깨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면 요리감이 된다" 라는 저자의 말이 피부로 와 닿음을 말이다. 청춘이 능사인양 몰아부치는 책들이 성공과 꿈을 이야기 하는 것과는 달리, 실수와 좌절, 위로를 던지는 이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행복한 ’내 일’ 과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인생 선배의 애정어린 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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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2-23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분, 수사의 귀재죠~
비유와 묘사가 너무 적절하더라구요.

알은 스스로 깨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면 요리감이 된다,ㅋ~.

모름지기 2011-02-26 00:02   좋아요 0 | URL
이 저자는 처음 만났어요. 친절한 난도씨더라구요.^^
계발서든 소설이든,,글을 따뜻하게 쓰는 사람이 좋아지더라구요.
그래서 좋아진..^^

마녀고양이 2011-02-2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은 아플 수 밖에 없는건데,
누구도 제게 식상한 문구 외에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알려주는 사람이.
그래서 제 청춘이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많이 아파해서, 나름 잘 컸다 위안삼고 산답니다. 아하하.

모름지기 2011-02-26 00:04   좋아요 0 | URL
우리가 이만큼 잘 큰건(?) 청춘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인가요?..^^
지나간 청춘이 아쉽긴 하지만
다시 돌아가라면..글쎄요.
한 번 뿐이어서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건 '인생'이겠죠. 그래서..한번으로 족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