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책에는 그 흔한 사진 한장 없으며, 장황한 이력도 생략되어 있다. 그의 단절적인 이런 모습은, 홀든 콜필드의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유복한 가정에서 창작 수업을 제대로 받았다 2차 세계대전 중 보병으로 소집되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도 참가하였으나, 군 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입원하기도 했다. 그의 이력중 이 부분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그의 작품에 대한 모티브를 알고싶어서일 뿐이다. 


헷세의 <데미안>처럼, 이 책 또한 샐린저의 자전적 요소가 강한 소설이다. 홀든 콜필드에게 젋은 층들은 열광했고, 마크 채프먼도 그러했다. 이 책은, 존 레논의 암살범 마크 채프먼이 탐독한 소설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암살 순간 그의 손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들려 있었으며, 그의 암살 동기는 거짓과 가식에 대한 콜필드의 절규 때문이라고 밝혔다.


홀든 콜필드의 책에 대한 흡수와 표출이 마음에 들다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물론 그런 일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p.32)
나도 가끔 내가 이럴 수 있다는 상상을 하곤한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작가와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다수중에 하나로 내가 속할수도 있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작가와의 친구관계는 좀더 개인적이고 친밀한것이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상을 접지 않는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펜시고등학교에 다닌다. 룸메이트 스트라드레이터와 크게 한판 싸우고 학교를 나와 버린다 물론 스트라드레이터와 싸우지 않았더라도 그는 학교를 나와야 할 판이었다. 이미 퇴학처분을 받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며칠동안을 독백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다.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주변환경에 잘 적응해 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해되지 않는 홀든은 자신만이 방황하고 정신적으로 파괴되어 가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건 홀든이 잘못 알고 있는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른이 되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걸 힘겹게 극복하고 받은 훈장이다. 어른이라는 이름은...
고뇌하고 갈등하고, 세상과의 괴리감에 몸부림치며 그렇게 얻어낸 것이다. 그렇다고 어른이 되는 길이 온통 가시밭 뿐인건 물론 아니다. 그들에게는 넘어질때 손을 잡아주고, 소외감에 울고 있을때 눈물을 닦아줄 누군가가 있었기에 순간순간의 위로와 자족감을 얻을수 있었고, 친구들과의 동지의식으로 휘파람을 불때도 있었고, 빠져들고 싶을만큼의 멋진 취미거리들도 제공되었다. 홀든 콜필드에겐 그런것들이 부족했을뿐이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사회에 대한 거부감 
어니만큼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청중들 앞에서, 과시하듯이 고음을 칠 때는 웨이브를 넣어서 치면서, 듣기 괴로울 만큼 잡다한 기교를 부리고 있었다.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사람들은 미쳐 있었다...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일부 저렇게 열렬히 환호를 보내고 있는 멍청이들의 책이도 큰 것이다.(p.116)
비단 사회에 악의적이지 않은 나도 가끔은 그런 끔찍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이름도 가물거리는 오래전 동창이 우연히 달려들며 무진장 반가워하며 호들갑 떨때나, 대단한 책이 나왔다고 온 서점가를 들썩이게 했던 책을 읽고 어이도 없는 낭패감에 사로잡힐때, 뭐 이정도이다. 그와 내가 비슷한 느낌을 받거나 생각을 하는데, 홀든이 왜 정신적으로 파괴되었다고 단정짓는가.


아마도 이 한 줄의 글 때문일거라는 억측을 해본다.
<위대한 개츠비>에 미쳐 있었다. 개츠비가 쓰던 형씨라는 말은 정말 죽인다. 어쨌든, 원자폭탄이 발명된 건 기쁘게 생각한다.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난 원자폭탁 꼭대기에 매달려 갈 거다. 그 일에 자원할 것이다.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p.189) 지극히 자기 파괴적이다. 그런가 하면 홀든은 제인과 다른 여자들을 통해 성에 눈을 뜨는 소년의 눈으로 세상과 인간 조건에 대한 예민한 성찰을 보여준다. 이로인해 청소년과 성인 모두의 공감을 얻고 있는 소설이 된것이리라.


호밀밭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않다. 정신이라는 이름의 호밀밭을 육체의 울타리로 막아 놓아도, 결국 지켜내야하는 건 스스로의 몫이다. 누구에게든 자신에게 할당된 호밀밭을 지켜내야 하며, 그 어려움을 견뎌내야만 잘 익은 밀을 추수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견딜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주신다고 한다. 그말이 늘 사실이길 바란다.
아이들이 어릴때는 넘어지거나 다칠까봐 늘 노심초사하며 종종걸음을 쳤다. 조금 자라 자기 앞가림을 하게 되자 이젠, 그들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 더해졌다. 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자라기를 바라는 이기심은 없다. 단지, 상처를 잘 극복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는 한다. 그들의 호밀밭은 내가 지켜줄 수 없는 그들만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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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1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하고 위대한 개츠비는 너무 기대를 하고 접근했었나봐요,
이게 뭐야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두 책 다 엄청나게 다른 작가들의 책에서 인용되잖아요, 아니면 활용되던가...
그래서 뭔가 색다른게 있는가 보다 하고 접근한거죠, 이렇게 기대하면 안 되는건데.

지금 다시 읽는다면, 다른 느낌일거 같은데 책에 치여서 차일피일 미루는 중 이랍니다.

모름지기 2011-02-15 00:40   좋아요 0 | URL
이게 뭐야, 까지는 아니어도 글쎄..라는 생각은 들더군요.
입시논술을 위한 필독서에 끼워둔 의미를 못 찾겠더라구요. 시대의 명작,고전일지는 몰라도
지금의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좀 더 걸맞는 작품들에 대한 선정이 고려되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뭐..꼭 논술을 위해서만 책을 읽는건 아니겠지만요.
저부터도 그랬지만, 일반화되고 정형화된 작품 해설에 치우치는 독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11-02-16 0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브 온 더 로드 - 사랑을 찾아 길 위에 서다
대니 쉐인먼 지음, 이미선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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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혼자만 알아야 하는,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비밀을 알게 된 이발사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오죽하면 대나무 숲에 숨어서 그걸 입밖에 내고야 말았겠는가. 들키면 죽을텐데도 말이다. 비밀 혹은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무언가를 속에 품고 있어야 하는게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는 대충 알고 있다. 간혹 종교와 상관없이 성당옆을 지나다가 문득 고해성사란걸 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카톨릭 신자만 하는건지, 어떤 절차나 형식을 따라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고해성사, 그걸 왜 하고 싶은가 하면, 아무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 놓을 수 없는 그런 것들 때문이다. 어떤 행위적인 것뿐 아니라, 죄의식에 관한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잠깐, 아주 잠깐 별것 아닌 수다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을 느꼈던 기억에 견주어 보자면 고해성사, 큰 힘이 되지 않을까?   


문득문득 후회되는 일들이 떠올려지곤 한다. 특히나 주워 담을 수 없는 ’말 실수’에 대한 후회는 잦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나쁜 결과를 가져왔을 때는 더욱 그렇다. 하물며 자신의 한 마디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후회와 자책을 치유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레오가 그렇다. 그래서 레오의 절망이 가깝게 느껴진다. 그녀를 죽게 만든 건 자신이라고, 그래서 그녀를 잃은 슬픔보다 더한 분노와 실의가 레오를 덮친다. 사랑을 잃은, 그것도 이제 막 시작된 사랑을 잃은 슬픔은, 레오를 자꾸만 죽은 그녀 곁에 붙들어둔다. 엘레니로부터 용서받고 싶어한다. 엘레니가 이미 곁에 없는 걸 레오도 알고 나도 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레오를 완전히 믿어주고 이해했던  그 엘레니처럼의 누군가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순수하고도 열정적 숭배, 아..로맨틱하여라. 더구나 모리츠의 그 여인은 롯데. 숭배받아 마땅할 기운이 마구 솟는 그 이름. 그 이름을 모리츠는 사랑했다. 롯데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과 숭배로 죽음과도 같은 시간들을 견딘다. 그리고 매일 전하지 못할, 못한 편지들을 써내려간다. 거기까지는 숭배하는 여인을 위해 뭇 청년들이 해 왔던 것과 별 다름 없다. 하지만, 모리츠는 그 편지들을, 자신의 마음과 함께 전장에서 지니고 나온다. 도망길에 목숨을 연명할 물이나 음식보다, 그 어떤 것보다 소중했던 그 편지들. 전적인 공감은 안 되지만 감동스럽긴 하다.  사랑편지가 가득 담긴 가방을 질질 끌며 한 순간도 롯데를 놓치 못했던 모리츠. 정말이지 판에 박힌 말 같지만,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   


전쟁의 피난길에서 홀로 떨어진 프랭크는 엄마를 기다린다. 기다림은 어느 덧 원망이 되고, "허약함과 불안, 회피적인 태도와 침묵"으로 살아간다. 모든 것으로부터 두려웠던 아이는, 엄마가 오지 못했던 이유를 알게 된 순간부터 죄책감으로 자신을 가둔다. 그리고 유대인이 아닌것처럼 유대인으로 숨 죽여 살아야 했던 시간들은, 죄책감만큼이나 단단히 그를 가두었다. 짤막하게 나오는 그의 이야기는, 모든 이야기를 감싸 안을 만큼 충분히, 아프지만 따뜻했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하지만 아들은 그걸 원치 않는다. 그건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엄마를 기다려야 했던 어린 기억의 아픔과도 같은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는, 아들이어서 이해했던 엄마의 모든 것을, 이제는 아버지여서 다 이해한다. 아들에게 그것을 어떻게 전해야 좋을지를 고민하는 부정이, 따뜻함의 실체였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실수는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실수들은 절대 바로 잡을 수가 없어서 죄책감이 영혼을 갉아먹는다."
p.158


모리츠는 프랭크를 낳고, 프랭크는 레오를 낳고, 사랑은 이해를 낳고, 이해는 용서를 낳고.
이 책은 모리츠, 프랭크, 레오, 각각의 사랑과 슬픔을 묘사해나간다. 절망이 끝이라고 여겨지는 순간, 시간의 터널을 지나 레오에게 놀라운 선물이 도착한다. 그 선물은 프랭크와 레오 안에 감추었던 죄책감과 절망을 송두리째 거둬들인다. 모리츠의 편지를 읽으면서 다시 사랑을 찾아 떠날 수 있게 된 레오를 보면서, 오우~ 감명을 받아야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부분이 감동을 끌어내렸다. 모리츠의 편지를 읽으면서 감명을 받을 수는 있었겠지만, 레오가 죄책감을 털어낼 수 있었던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내가 편지에 볼모로 잡힌 탓이지 소설이 가진 플롯의 문제는 아니다.  대신 프랭크의 절실한 고백이 내겐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들을 향한 이해와 사랑과 고백이 작은 감동을 전해준다. 나만이 아프고, 지독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위로가 될 수도 있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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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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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있는 책도둑은 아무 책이나 훔치는 게 아니라 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훔친다.
 훔친 책은 가슴을 뛰게 하는 긴장이 부작용처럼 곁들어지고 잘 읽히고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p.76


얼쑤~.한 때 책도둑이었던 무용담을 거침없이 내뱉는 그 도, 손모가지 잘리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하는 걸 보면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인지, 저마다의 소질을 활발히 계발하라는건지 의도 불분명하다. 나도 그런 순간적 범죄의 유혹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간 사이즈가 유난히 작은 탓에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드랬다. 그럼에도 ’부작용처럼 곁들어지는 긴장’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걸 보면 소질이나 여지가 다분하다. 손모가지 없으면 리뷰를 어떻게 쓰누. 간이 붓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겠다. 거참, 술을 끊을수도 어쩔수도 없는 것이, 애매하게 되버렸네.  



"나는 즐긴다. 들과 산을, 들도 아니고 산도 아닌 편안한 이웃 같은 구릉을.
 그 주변의 사람살이와 도란거리는 이야기와 친근하고 깊은 맛을."
p.232


그래서 사람냄새가 난다. 그 에게선. 구릉을 지나는 여유로움과 사람살이를 알기에, 그의 글이 그 답고, 그지없이 좋다. 높은 산 봉우리마다에서 저 잘났다고 ’야~호’를 외치는 세상살이꾼들에게 은근히 똥침주는 게 아닌가 싶다. 풍광도, 자연의 소리도 놓치고 정상을 향해서 땅만 보고, 혹은 앞사람 뒤통수만 보며 나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폭폭한 세상살이에서 가끔은, 구릉 걷듯, 구름에 달 가듯, 그 만 하다면 족하겠다. 내일 문 열고 출근하면서도 이 생각이 여전하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글쟁이에게 가당치도 않은 수사, 어눌함을 찍어다 붙어도 슬쩍 눈 감아 줄 것 같은  작가가 성석제다. 잘난 사람 잘난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대로 살아가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는 그런 작가다.    
"내가 생각하는 단골음식점은...마지막으로, 공기 속에 적당한 밀도로 품위와 예의의 입자가 떠다녀야 한다. -224" 고 말하는 그에게서 편안하고 수줍게, 공간 한켠을 허락받는 느낌이다. 취중진담을 허물없이 나눠도 좋을 사람으로 그만한 이 가 있을까,싶다.  음식을 같이 먹으면 빨리 가까워진다고 하지 않던가. 하니,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놓고 이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로 몰고 가지만, 성석제님의 글은, 사실 술이 아니어도 술술 잘 넘어간다. 아주 배운티를 있는대로 쏟아내는, 박식 무한방출하는 분들과는 달리, 친근하고 소박한 글이 스스럼 없어서 좋다. 


그의 농담에는 진의가 있다. 예의를 무시하지 않는 존중이 깃들어있다. 그 존중의 진의에는 뼈가 있다. 날카롭게 찌르는 뼈가 아니다. 딱딱하게 얼어있는 북어대가리를 야들야들 다듬어내는 무디지만, 단련된 뼈다. 단단하고 고집스런 사유와 감정을 부드럽게 두들겨대는 그, 로 인해 서서히 나긋해지는 북어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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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2-01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잠깐 '북어'로 바꾸셨었군요~
성석제,저도 참 좋아해요. 이기호랑 묶어서요.^^

모름지기 2011-02-01 02:44   좋아요 0 | URL
그사이에 보셨나봐요.ㅋ
북어..갑자기 필이 팍 꽂히더라구요.한번만 필이 더 오면 그때 바꾸려구요.^^
성석제님은 아직이지만 이기호 작가는 확실히 좋아해요.

마녀고양이 2011-02-0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네요....... 북어대가리. 단단하지만 나긋해지는. ^^
저두 이 책 읽어보고, 님의 느낌에 푹 빠져봐야겠어요.
생각해보니, 저는 성석제 님을 한번도 접한 일이 없군요, 이런.

해인님, 즐거운 설 연휴 되셔여.

모름지기 2011-02-02 00:09   좋아요 0 | URL
한번더 달려드는 필~~ 드뎌 북어가 되기로 결심했답니다.마고님 핑계는 대지 않겠어요. ^^
딱 세분만 아시는 그 이름..이젠 안녕..ㅠㅠ

마고님도 즐겁고 건강한 설 연휴 보내세요~~

순오기 2011-02-07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북어대가리보다 조금 달달한 명태찜이 좋지만, 북어를 주신다니 받으렵니다.ㅋㅋ
설에 음주가무도 즐기셨는지, 동동주 맑은 윗물 임상실험은 하셨는지요?^^
성석제는 많이 읽지 못했지만 이기호는 쬐금 알지요~ 광주대 교수로 있으니 볼 기회도 있을 듯합니다.

모름지기 2011-02-09 02:08   좋아요 0 | URL
명태찜을 더 좋아하시는군요.^^
임상실험은 여의치 않아 결국 못했네요. 정신없이 이것저것 하다보니 동동주 챙기는걸 깜빡했지 뭡니까. 하긴 챙겼어도 마실 짬이 없었을거예요. 손님이 워낙 많아서요. 아버님,남편 장손이걸랑요.ㅎㅎ

순오기님 주변에는 의외로 유명한 지인들이 많네요. 최규석작가를 비롯..
인연을 이쁘게 이어가시는 순오기님의 면모가 보여요. 부럽기도..^^

순오기 2011-02-09 02:28   좋아요 0 | URL
맏며느리는 하늘이 낸다던데, 장손며느리는 그보다 더한 자리군요~
고생하셨네요~ 팔다리 허리 어깨, 온통 쑤셨겠어요~~~ 토닥토닥 안마를 해드릴테니 이리오세요!!
 
이단자, 아얀 히르시 알리
아얀 히르시 알리 지음, 추선영 옮김 / 알마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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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단자.
이 단어에서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이단자를 향한 배신감이 아니라 이단자이게 한 그들에게로 향한 배신감이다. 규범, 인습, 굴레로부터 자신들로부터의 어떠한 반대와 항거도 용납하지 않는 인간들이 만들어 낸, 지독한 형벌이자 낙인이다.  생물의 진화는 살아남기위한 필사의 노력이다.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진화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단, 저항일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분명 살아남기 위한,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다. 그래서 저항적인 애원이며, 간절하지만 마땅한 요구다. 누군가는 그를 버렸고 이단자라 했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를 받아들이고 이해해야한다. 우리는 어쩌면, 같은 부류인지도 모르겠다.  진흙탕 정치판으로부터, 주말 정기모임으로부터, 신실한 종교인이라는 평판으루부터, 딸같은 며느리란 허울로부터, 이단자이고 싶고, 때론 그렇게 취급당한다. 어떠한 이유로든 우리는 ’이단’의 멍에를 안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소말리아란 나라는 익숙한 듯, 낯설다. 굶주림과 질병이 만연하고 잦은 싸움으로 피폐해진 나라로서는 익숙하고, 그 밖에는 낯설다. 낯설다기보다는 관심이 크게 쏠리지 않은 탓에 정보가 거의 없다. 대개의 이슬람권 나라들에 대한 관심도 박하다. 아얀, 그녀가 말하는 소말리아에서의 삶은, 특히 여자로서의 삶은 혹독하다. 인권을 말하기 이전에 살아남는 것도 버거운, 오직 순종만을 강요받고 생각과 의지, 자유와는 무척이나 먼 나라다. 그렇다고 나는 이러한 문화에 대해, 환경적 결핍에 대해 내려다보는 시선을 보내려는게 아니다.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진실, 정의를 존중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녀가 겪었던 소말리아와 문화권에 대한 지탄에 앞서, 한 인간이 선택하고 견뎌야 했던 시간들의 이해와 포용의 시선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념, 신앙을 비롯한,  믿음을 기초로 하는 모든 것들에는 고집스런 강경함이 부정이나 의문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그러하거니와 집단에서는 특히나 그렇다. 신념이나 신앙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나 신앙의 절대성에 비춘다면, 신앙 (구체적으로 자신이 믿는 신)을 부인하느니, 죽음을 선택한 많은 순교자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 믿음에 대한 정당한 부정과 도전, 포기는 더욱 어려운 선택이다. 아얀이 보고 배우며, 혹은 강요받은 이슬람이라고해서 기독교관점에서 포기되거나 무시될만한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아얀에게 신앙을 거부하는 것과 자신의 나라의 모든 악습이나 여자에게 행해지는 비 인륜적 행태를 거부하고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은 선택임에 분명하다. 죽음과도 같은 용기며, 진정한 신념이다. 
 



   "사람들은 <복종>이 영화 치고는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복종>에 담긴 이슬람 비판은 
    분명 이슬람교도들에게는 견뎌내기 어려울 만큼 큰 고통일 수 있다. 그렇다면 
    새장에 갇힌 이슬람 여성들의 고통은 얼마나 클지 생각해보라." p.615
 
 


성경은 잘 모르지만, 이런 부분을 간혹 들어 기억한다. ’죄 없는 사람이 그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 고대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는 형벌에 가담한 무리에게 예수께서 하신 이 말씀은, 요즘에도 인용되곤 한다. 이슬람의, 소말리아의 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가 그 여인에게 돌을 던지랴.  진의가 제대로 짚어진 인용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도저도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안다. 아얀의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는것이, 그녀를 이단자로 치부하는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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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1-28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 이슬람교도였다가, 네덜란드로 가서 국회의원이 된 전적이 화려하더군요.
이 여자가 만들었다는 영화 <복종>도 흥미롭구요.

저는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이 여자 같은 삶을 따를 용기 따위는 없구요,
신념에 박수를 보낼 따름이지요~^^

모름지기 2011-01-29 00:43   좋아요 0 | URL
이력이 화려하더군요. 본인은 그것이 대단한 행운이라고 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노력과 의지를 본다면, 단순히 행운이라고만도 못할거예요.
저두 이 책 서두부터 등장하는 <복종>이란 영화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순오기 2011-01-28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포스가 대단해보여요~
첫문단과 마지막 문단에 공감하며, 영화 <복종>이 보고 싶군요.
이슬람교였던 원어민 영어샘과 4개월을 함께 살았는데, 가리는 음식이 많아서 메뉴선택이 어려웠던 기억이 스멀스멀...

모름지기 2011-01-29 00:48   좋아요 0 | URL
보통 사람은 넘는 듯..
독서광 순오기님답게 벌써 이 책을 읽으셨군요.

1박2일에서 외국인 근로자들 특집했을 때, 다같이 먹을 음식을 선택하는데 어려움 겪는걸 봤어요.
불편해 보이고 이해는 잘 안되지만, 그들의 문화도 소중하니 존중받아야겠죠. 그래도..
짧게나마 함께 지내다보면 확실히 불편하긴할 것 같네요. 전 아직 그런 경험은 없지만..

순오기 2011-01-29 11:50   좋아요 0 | URL
아니요, 이 책 못 봤어요~ 제 독서취향은 편식이 심해서 아직...
 

 

취중진담. 

술 잔이 오거니 가거니 하다보면 슬슬 속내가 읊어진다. 나는 그렇다. 이때 알코올 도수는 절대 높아서는 안 된다. 속내 나오기 전에 속에 들어있는게 먼저 나오니까. 술은 왜 마실까? 홧김에 확 부어 넣기도 할테고, 술 푸게하는 사회가 미워서일 수도 있고, 밍숭맹숭 맹정신이 감당 안 될때도 그럴테고, 너무 기분 좋을 때도 가무전에 가끔,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릴~~렉스고자 할 때도. 나의 음주 이유는 선다중 대개는 마지막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  

낮에 연거푸 들이 부은 커피의 해독을 위해 지금 이 시간을 전후해, 캔맥주를, 혹은 원산지 분명한 막걸리를 걸친다. 그리고는 슬렁슬렁한 책을 골라 읽는다. 오늘은 주객이 전도 국면이다.  

    

  

내가 생각하는 단골음식점은, 주인장 관상이 좋아야 한다. 타고난 인상이 평범하다면 웃음이라도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맛이 없더라도 퓨전은 안 된다. 나보다 먼저 출입하는 단골들이 적어도 연필통에 들어가는 필기구 개수 이상의 숫자여야한다. 텔레비전이 없어야 한다. 기타나 오디오에서 나오는 풍악은 있어도 되지만 일부 손님의 취향으로 다른 손님의 흥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시계는 없는 편이 좋다.  마지막으로, 공기 속에 적당한 밀도로 품위와 예의의 입자가 떠다녀야 한다. p.224  

  

하여, 그와의 소통이 원활함에 만전을 기하고자, 그가 좋아하는 단골집 흉내는 아니어도, 공기속에 적당한 밀도의 알코올이 함유되어야 했다. 이제 좀 말이 통하는 듯..^^ 

음식을 같이 먹으면 빨리 가까워진다고 하지 않던가. 성석제님의 글은, 사실 술이 아니어도 술술 넘어간다. 아주 배운티를 있는대로 쏟아내는 박식한 분들과는 달리, 친근하고 소박한 글이 스스럼 없어서 좋다. 나름 유머도 있으시고, 

 

     

  

 

  

 

 

 

 

유머하면 또 이 사람을 지나칠 수 없다. 파인만 씨, 나름 굉장히 웃기길 자부하고 쓰셨지만 배꼽을 찾아다녀야 할 만큼은 아니고, 이런 양반이 이런 말도?...정도, 하지만 안 웃길 것 같은 사람이 웃기면 피식~ 나오는, 촛점 안 맞은 사진처럼 묘하게 유쾌하다. 그리고 아주 쬐금은 공감할 수 없는 천재적 사소한 고민과도 마주한다. 슬쩍 넘어가면 그만. 술에 물탄듯.

 

     

 

 

             만만치 않은 또 한 양반, 마크 트웨인.  

 

 

 

 

 

  술 얘기하다 헛발질. 길이 달려들지 않은것만도 다행인 하루의, 새벽 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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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2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이 달려 드는 게 뭔지 아는 1인~ ㅋㅋㅋ
성석제는 단편 하나 봤던가, 파인만씨는 공감하고, 마크 트웨인은 잘 모르고 허크가 좋아요.^^
나는 어제 EBS 정의 특강 끝나고, 한일전 승부차기 결과만 보고 그냥 잤어요~ ㅠㅠ

모름지기 2011-01-28 00:23   좋아요 0 | URL
아시는군요..
길이 달려드는게 뭔지, 위의 작가들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결국 다 아시는거군요.^^
한일전에서의 쓰린속을 달래볼겸 하다가 길어졌네요. 날씨가 날로 매서워요.
칼바람이 뭔지를 실감하게되는 요즘..감기 조심하세요.

마녀고양이 2011-01-2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해인님. 첨 놀러옵니다~

파인만의 에세이를 저도 참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보네요. 제 방 어딘가 고히 잠들어 있을건데. ^^
그리고.... 인용하신 단골음식점은....... 정말이지 팍팍 와닿아요~ 아하하.
아, 두툼한 파전, 밥알 한알씩 뜨는 동동주, 그립습니다.

모름지기 2011-01-28 00:2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마고님..
이렇게들 부르시더군요.^^
유독 저 구절에 필이 꽂히더라구요..심히 공감되는 또 한 구절이 있었는데 그건 리뷰쓸데 한번 읊어봐야겠어요. 명절엔 꼭 빈대떡을 부치는데,이번 설에는 동동주를 곁들어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1-28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중진담은 괜찮은데,언중유골은 절대사양이라는~~^^
녹두전에, 막걸리를 흔들지 않고 위엣것만 마알갛게 따라 마시고 싶어요.

모름지기 2011-01-29 00:41   좋아요 0 | URL
저두 뼈만 있고 예의없는 말들, 싫어라합니다.
남들은 막걸리가 그렇다는데 전, 동동주를 마시면 다음날 머리가 띵하더라구요.
자꾸 그렇게 생각하서 더 그런가?
한번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마알간 위엣것을 마셔봐야겠어요.

순오기 2011-01-29 11:52   좋아요 0 | URL
동동주 다음날 머리 아픈거 맞아요.
나도 처음 달짝지근하게 입에 닿는 첫맛에 반해서 홀짝거렸다가 다음날 죽는 줄 알았어요.ㅜㅜ
그래서 그 후부터는 동동주에 유혹되지 않아요. 말간 것만 마시면 머리가 아프지 않다고 하던데 내몸으로 임상실험은 하지 않았어요.ㅋㅋ

모름지기 2011-01-31 22:08   좋아요 0 | URL
제가 이번 설에 임상실험자로 나선다니까요.^^
결과는 개별 쪽지드릴께요.~~

양철나무꾼 2011-02-01 01:38   좋아요 0 | URL
동동주는 다음날 머리가 띵한 거 맞는데요,
막걸리 흔들지 않고 위엣것만 따라마시는 건...머리 안 아파요.
제가 산 증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