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술 잔이 오거니 가거니 하다보면 슬슬 속내가 읊어진다. 나는 그렇다. 이때 알코올 도수는 절대 높아서는 안 된다. 속내 나오기 전에 속에 들어있는게 먼저 나오니까. 술은 왜 마실까? 홧김에 확 부어 넣기도 할테고, 술 푸게하는 사회가 미워서일 수도 있고, 밍숭맹숭 맹정신이 감당 안 될때도 그럴테고, 너무 기분 좋을 때도 가무전에 가끔,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릴~~렉스고자 할 때도. 나의 음주 이유는 선다중 대개는 마지막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
낮에 연거푸 들이 부은 커피의 해독을 위해 지금 이 시간을 전후해, 캔맥주를, 혹은 원산지 분명한 막걸리를 걸친다. 그리고는 슬렁슬렁한 책을 골라 읽는다. 오늘은 주객이 전도 국면이다.
내가 생각하는 단골음식점은, 주인장 관상이 좋아야 한다. 타고난 인상이 평범하다면 웃음이라도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맛이 없더라도 퓨전은 안 된다. 나보다 먼저 출입하는 단골들이 적어도 연필통에 들어가는 필기구 개수 이상의 숫자여야한다. 텔레비전이 없어야 한다. 기타나 오디오에서 나오는 풍악은 있어도 되지만 일부 손님의 취향으로 다른 손님의 흥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시계는 없는 편이 좋다. 마지막으로, 공기 속에 적당한 밀도로 품위와 예의의 입자가 떠다녀야 한다. p.224
하여, 그와의 소통이 원활함에 만전을 기하고자, 그가 좋아하는 단골집 흉내는 아니어도, 공기속에 적당한 밀도의 알코올이 함유되어야 했다. 이제 좀 말이 통하는 듯..^^
음식을 같이 먹으면 빨리 가까워진다고 하지 않던가. 성석제님의 글은, 사실 술이 아니어도 술술 넘어간다. 아주 배운티를 있는대로 쏟아내는 박식한 분들과는 달리, 친근하고 소박한 글이 스스럼 없어서 좋다. 나름 유머도 있으시고,
유머하면 또 이 사람을 지나칠 수 없다. 파인만 씨, 나름 굉장히 웃기길 자부하고 쓰셨지만 배꼽을 찾아다녀야 할 만큼은 아니고, 이런 양반이 이런 말도?...정도, 하지만 안 웃길 것 같은 사람이 웃기면 피식~ 나오는, 촛점 안 맞은 사진처럼 묘하게 유쾌하다. 그리고 아주 쬐금은 공감할 수 없는 천재적 사소한 고민과도 마주한다. 슬쩍 넘어가면 그만. 술에 물탄듯.
만만치 않은 또 한 양반, 마크 트웨인.
술 얘기하다 헛발질. 길이 달려들지 않은것만도 다행인 하루의, 새벽 3시 2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