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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책에는 그 흔한 사진 한장 없으며, 장황한 이력도 생략되어 있다. 그의 단절적인 이런 모습은, 홀든 콜필드의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유복한 가정에서 창작 수업을 제대로 받았다 2차 세계대전 중 보병으로 소집되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도 참가하였으나, 군 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입원하기도 했다. 그의 이력중 이 부분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그의 작품에 대한 모티브를 알고싶어서일 뿐이다.
헷세의 <데미안>처럼, 이 책 또한 샐린저의 자전적 요소가 강한 소설이다. 홀든 콜필드에게 젋은 층들은 열광했고, 마크 채프먼도 그러했다. 이 책은, 존 레논의 암살범 마크 채프먼이 탐독한 소설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암살 순간 그의 손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들려 있었으며, 그의 암살 동기는 거짓과 가식에 대한 콜필드의 절규 때문이라고 밝혔다.
홀든 콜필드의 책에 대한 흡수와 표출이 마음에 들다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물론 그런 일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p.32)
나도 가끔 내가 이럴 수 있다는 상상을 하곤한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작가와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다수중에 하나로 내가 속할수도 있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작가와의 친구관계는 좀더 개인적이고 친밀한것이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상을 접지 않는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펜시고등학교에 다닌다. 룸메이트 스트라드레이터와 크게 한판 싸우고 학교를 나와 버린다 물론 스트라드레이터와 싸우지 않았더라도 그는 학교를 나와야 할 판이었다. 이미 퇴학처분을 받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며칠동안을 독백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다.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주변환경에 잘 적응해 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해되지 않는 홀든은 자신만이 방황하고 정신적으로 파괴되어 가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건 홀든이 잘못 알고 있는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른이 되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걸 힘겹게 극복하고 받은 훈장이다. 어른이라는 이름은...
고뇌하고 갈등하고, 세상과의 괴리감에 몸부림치며 그렇게 얻어낸 것이다. 그렇다고 어른이 되는 길이 온통 가시밭 뿐인건 물론 아니다. 그들에게는 넘어질때 손을 잡아주고, 소외감에 울고 있을때 눈물을 닦아줄 누군가가 있었기에 순간순간의 위로와 자족감을 얻을수 있었고, 친구들과의 동지의식으로 휘파람을 불때도 있었고, 빠져들고 싶을만큼의 멋진 취미거리들도 제공되었다. 홀든 콜필드에겐 그런것들이 부족했을뿐이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사회에 대한 거부감
어니만큼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청중들 앞에서, 과시하듯이 고음을 칠 때는 웨이브를 넣어서 치면서, 듣기 괴로울 만큼 잡다한 기교를 부리고 있었다.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사람들은 미쳐 있었다...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일부 저렇게 열렬히 환호를 보내고 있는 멍청이들의 책이도 큰 것이다.(p.116)
비단 사회에 악의적이지 않은 나도 가끔은 그런 끔찍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이름도 가물거리는 오래전 동창이 우연히 달려들며 무진장 반가워하며 호들갑 떨때나, 대단한 책이 나왔다고 온 서점가를 들썩이게 했던 책을 읽고 어이도 없는 낭패감에 사로잡힐때, 뭐 이정도이다. 그와 내가 비슷한 느낌을 받거나 생각을 하는데, 홀든이 왜 정신적으로 파괴되었다고 단정짓는가.
아마도 이 한 줄의 글 때문일거라는 억측을 해본다.
<위대한 개츠비>에 미쳐 있었다. 개츠비가 쓰던 형씨라는 말은 정말 죽인다. 어쨌든, 원자폭탄이 발명된 건 기쁘게 생각한다.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난 원자폭탁 꼭대기에 매달려 갈 거다. 그 일에 자원할 것이다.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p.189) 지극히 자기 파괴적이다. 그런가 하면 홀든은 제인과 다른 여자들을 통해 성에 눈을 뜨는 소년의 눈으로 세상과 인간 조건에 대한 예민한 성찰을 보여준다. 이로인해 청소년과 성인 모두의 공감을 얻고 있는 소설이 된것이리라.
호밀밭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않다. 정신이라는 이름의 호밀밭을 육체의 울타리로 막아 놓아도, 결국 지켜내야하는 건 스스로의 몫이다. 누구에게든 자신에게 할당된 호밀밭을 지켜내야 하며, 그 어려움을 견뎌내야만 잘 익은 밀을 추수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견딜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주신다고 한다. 그말이 늘 사실이길 바란다.
아이들이 어릴때는 넘어지거나 다칠까봐 늘 노심초사하며 종종걸음을 쳤다. 조금 자라 자기 앞가림을 하게 되자 이젠, 그들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 더해졌다. 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자라기를 바라는 이기심은 없다. 단지, 상처를 잘 극복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는 한다. 그들의 호밀밭은 내가 지켜줄 수 없는 그들만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