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그리워 깊은 바다 그리워
남한강은 남에서 흐르고 북한강은 북에서 흐르다
흐르다가 두물머리 너른들에서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
아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한강되어 흐르네
아름다운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설레이는 두물머리 깊은 물에서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바다 그리워 푸른바다 그리워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바다 그리워 푸른바다 그리워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현주 시인의 시를 장사익의 노래로 듣다

나는 무얼 버리고 살았을까

바다가 그립다. 버리고 살았으면 좀 더 삶이 평화로웠을까

시끄러운 하루를 보내고 이 노래를 들으며 내가 움켜쥐고 있는 것을 생각해본다.

내 생각을 움켜쥐고 있었구나,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상대방이 버리지 않더라도 내가 먼저 버리고 스며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노래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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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잃어버렸다

   
내 나이 일흔둘에 반은 빈집뿐인 산마을을 지날 때

늙은 중님, 하고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더니 예닐곱 아이가 감자 한 알 쥐여주고 꾸벅, 절을 하고 돌아갔다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 산마을을 벗어나서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사나 했더니 그 아이에게 감자 한 알 받을 일이 남아서였다

오늘은 그 생각 속으로 무작정 걷고 있다

                                   (조오현(1932~ )

                 ('적멸을 위하여', 문학사상사, 2012)


"늙은 중님"하고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아름답다. 보시라는말도 모르고 보시공덕이라는 것도 모르는 아이가 길을 걷는 스님에게 감자 한 알 바침으로써 세상 한 구석이 환하게 되었다.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사나 했더니' 그 감자 한 알을 받기 위해서라고 하는 스님의 목소리도  따뜻하다. 그 장면 속에서 나도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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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입김 - 작고 작은 것들을 찾아가는 탁동철과 아이들의 노래 자꾸자꾸 빛나는 4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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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자립을 배우는 곳’이며 ‘누군가 헤맬 때 같이 헤매고, 훗날 동무들이 애써서 자기를 위해 뭔가를 해 주었다는 따뜻한 기억을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이를 가르치는 교실에서 아이들고 함께 배우고 자라는 교실,

아이들과 함께 아이가 되어 노는 선생님의 이야기,

그 이야기 속에 하느님의 입김이 스며 있다.

모든 존재를 섬기는 마음이 말과 행동으로 나오니 맨날 욕하고 말썽 부리는 상훈이의 아픈 마음을 고치기 위해 아이들이 상담사가 되고 표정관리사가 된다. 아이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낸다. 이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뿌리를 내리고 주인으로 살겠구나 싶다.

 

지금의 교육현실을 비판하기보다 스스로 대안이 되어 신나는  교육의 길을 걸어가는 선생님.

 

처음 듣는 소리처럼 듣고

처음 만나는 일처럼 만나야지

자세히 가깝게 들여다봐야지

 

 

달맞이꽃

 

눈길로만 가꾸어 온

달맞이꽃 앞에 가서

가만히 귀를 기울입니다.

어둠에 기대어

어둠에 기대어

 

꽃망울들 펑펑 터뜨려지는 소리

들려옵니다

온몸 꽃내에 묻혀옵니다

 

물푸레나무 잎 흔들림 가라앉고

어둠이 스님 모습 지워갑니다.

스님 또한 어둠을 지워갑니다.

(임길택)

 

아이들과 시를 읽으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이 달맞이꽃과 물푸레나무를 만나보고 싶다고 하자 마을로 내려가 달맞이꽃을 찾아본다.

 

바닷가 숲 풀밭에 노란 꽃을 달고 있는 풀 한 포기. 하늘님이 보내준 꽃 같다.

가슴이 짜르르, 꽃을 이렇게 감격스럽게 만날 수도 있구나.

 

아이들 마음속에 달맞이꽃이 피었을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님 손을 잡고 달맞이꽃을 보러 갔다고 한다.  그 장면을 상상하니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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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병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 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

 

 

 

 

 

 

 

 

 

 

 

 

 

 

 

 

 

시를 읽고 옮겨 쓰는 순간, 내가 하는 일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소중한 감각을 자주 잊고 살고 있구나.

잊지 않았으면, 잊더라도 시를 읽는 순간 다시 기억할 수 있기를.

위대한 일들이 있어 살게 된다.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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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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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압적인 현실에 저항하다 고초를 겪고  이제 4살 지능의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영초언니

기자가 되어 참된 언론의 길을 가다 퇴직하고 제주 올레길을 열어 행복한 명숙언니.

 

아름다운 청춘들이 치열하게 살다 이제 젊은 시절을 부른다.

기억하고 싶은 시간과 이름이 있어 그 이름을  간절하게 부르니 언니들과 동생들이 대답할 것이다.

그 기억을 통해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 뒤에 많은 이들의 고통이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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