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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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1969년 10월 30일 아침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늪에 누워 있었다. (12-13쪽)


 


 

1952년 이 책의 주인공인 카야네 식구들이 등장한다. 팔월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때 엄마는 집을 떠나간다. 집에는 다섯아이가 있었고 그 중 막내인 카야는 일곱살 많은 조디 오빠와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파란색 큰 가방을 메고 떠나가는 엄마를 보고만 있지 말고 가방에 매달려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엄마는 그렇게 돌아오지 않았다. 카야네 가족은 판자집에 간신히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가난해서 힘든 부분도 있었겠지만 아버지의 가정폭력은 날이갈수록 심해져서 엄마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다른 방식으로 떠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언니 오빠들은 하나 둘씩 떠나가고 조디마저 어린 카야를 두고 떠나버린다.

카야는 8km나 떨어진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고 딱히 무언가를 살만한 돈은 없없다. 그리츠정도 사서 돌아오는 정도였다. 그리츠가 무엇인지 몰라서 검색해 보았더니 굵게 빻은 옥수수라고 한다. 그때 당시만 해도 인종차별이 심해서 흑인은 들고 나는 문이 달랐다 한다.



 


 

이 책은 2019년 베스트셀러로 로맨스 소설이자, 추리소설, 법정스릴러 세가지에 생태학요소까지 갖추었다. 카야가 커가며 테이트를 통해서 사랑을 알게 되지만 결국 사람들관계에 소외되고 그들은 끝까지 그녀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려 했다. 체이스의 죽음을 두고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일로 인해 카야는 법정에 서야만 했다.



가족 모두 떠나고 7살이 된 카야는 혼자서 그리츠를 끓이는 방식을 터득했다.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들쑥날쑥 하긴 했으나 들어오긴 했다. 심경의 변화가 생긴건지 아버지는 카야에게 낚시도 가르쳐주며 웃으며 저녁을 함께하고 진짜 아버지처럼 굴었다. 카야는 아버지가 한 짓들을 용서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어머니와 형제들이 돌아와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책속 내용은1952년도의 카야의 이야기에서 1969년 10월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발견된 이야기가 교차되어 사건이 진행된다. 카야의 삶속에 습지가 없었다면 그녀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카야가 살던 곳에 야생생물에 대한 이야기며 자연이 그대로 숨쉴수 있는 공간임이 느껴졌다. 떠나간 엄마 대신에 습지의 모든 살아있는 것은 그녀의 곁에 남아주었다. 그들이 사는 집은 바로 이곳이었으므로.  우리나라 여건상 습지를 볼일이 거의 없어서 낯설면서도 새로운 생태계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었다. 어김없이 자연의 민낯은 실제 삶보다 더 생생하다. 암컷 사마귀가 수컷 사마귀를 교미하면서 잡아먹는 것이나 암컷 반딧불이가 신호를 바꿔가면서 수컷 반딧불이를 맛있게 먹는다. 자연의 생태계는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대자연의 동물은 혼자 사는 법을 배운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카야에게 유일한 친구 테이트가 생겼다. 테이트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교통사고로 잃어서 카야에게 연민의 감정과 함께 이성에 대한 감정이 생겼다. 카야 역시나 테이트가 있어서 혼자인 외로움을 버틸수 있었다. 그녀에게 글을 가르쳐준다. 학교에 간 첫날 아이들의 따돌림과 수군거림으로 인해 카야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카야, 넌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어. 까막눈이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그뿐만이 아니야." 카야의 말은 속삭임에 가까웠다. "단어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품을 수 있는지 몰랐어. 문장이 이렇게 충만한 건지 몰랐어."

테이트는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은 문장이라서 그래. 모든 단어가 그렇게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건 아니거든."(130쪽)



2부 부터는 늪이라는 제목처럼 카야에게는 그런 절망적인 나날들이였다. 다행히 데이트에게 배운 글로 인해 자신만의 생물학 책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어머니가 남겨 둔 책과 좋아하는 시를 읊으며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테이트가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나가기에는 그도 아직 어렸다. 대학진로를 결정한 테이트는 돌아오겠다 했지만 카야곁으로 오지 않았다. 카야는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다른 사람을 선택하게 되었다. 시체로 발견된 체이스 앤드루스이다. 이때만해도 그는 건장한 청년으로 바람끼가 다분했다. 거기다 습지소녀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고 남들앞에서 떠벌리고 싶어하는 못된 성격이였다. 체이스는 카야에게 접근했고 그가 원하던 것을 얻었다. 카야는 테이트처럼 따스한 사랑을 원했지만 체이스가 그러지 못할꺼라는 것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 홀로 남겨져 버린 그녀가 믿을 사람은 자신을 배반하고 떠나간 테이트가 아니라 체이스였던 것이다.


전반전에서 중반전까지는 카야의 성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습지와 관련된 것들이였다. 거기다 교차되어지는 체이스의 죽음이 살인사건이고 거기에 관련된 증거수집에 보안관들이 나섰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 보안관이 사람을 때려잡으려고 단단히 결심한 듯 카야를 범인으로 주장한다. 이 지역에서 산 톰이 변호인을 맞아 카야의 무죄를 입증하려 노력한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다시 돌아오려 노력하다 이런 큰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체이스가 살해당한 거라면 누가 그런것일까?


혼자인 그녀에게 점핑네 가족이 없었다면 홍합을 팔아서 생필품을 사지도 못하고 보트에 기름을 채워넣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엄마의 편지 이후에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카야가 글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가 보낸 편지안에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더라면 말이다. 점핑네와 테이트를 빼고서는 그 누구도 카야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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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 -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김희곤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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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 신청한 아홉 개의 서원이 이 책에 실려있다. 국가 문화제로 지정된 곳으로써 영주 소수서원, 함양 남계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 장성 필암서원, 달성 도동서원, 안동 병산서원, 정읍 무성서원, 논산 돈안서원이다. 초기 백운동서원을 모델로 하여 주세붕이 세운 서원은 선비들이 공부하는 교육의 장이였다. 퇴계 이황이 주세붕의 뒤를 이어서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보급하였다. 주세붕이 세운 서원의 모델이 백운동서원이였으므로 중국 서원의 발전과 몰락에 대해서 잠시 이책에서 거론한다. 주세붕이 실제로 서원의 시초로 삼았던 백운동서원은 직접 보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황의 바람직한 정치는 군주 스스로 만백성의 표본이 되어야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바른 곳으로 이끄는데 비롯된다 하였다. 16세기 중반 문정왕후의 죽음으로 훈척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드디어 사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초기 서원은 성리학 정신으로 무장해 국가와 민족의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하지만 사림역시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초기의 정신을 잊어 버렸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나라에 난리가 났음에도 사림은 자신들의 학식만을 떠들며 다른것을 하려 하지 않았다. 역사를 통해서 국가와 민족의 발전에서 개인의 욕심을 탐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서원은 이황선생이 힘써온 초기 사상이 변질되어 문중을 위한 도구로 전략되거나 사리사욕을 탐하기 위한 도구로 전략하고 말았다. 흥선대원군의 철퇴에서 살아남은 몇몇 서원중에서 그 모습을 유지하며 서원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이어져있다.


각 서원마다 주변 산수와 조화를 이루며 자신만의 독특한 공간을 탄생시켰다. 서원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자신의 소신을 위해 목숨을 불사르며 지켜낸 학자로써의 지조가 담겨져있다. 서원에서 자신들의 배운 학문을 토대로 토론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왠지 이들을 바라보는 스승들은 참 뿌듯했을 것 같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그들의 행보에 따라 달라질터니, 자신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생각했을 것이다. 모든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다. 책 제목처럼 <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이 보여주는 구조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며 자신의 학문과 뜻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라는 마음이 담겨져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그곳을 찾는 이유 또한 그 안의 시간이 보여주는 역사일 것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9개의 서원에는 개인적인 사리사욕이 아닌 국가와 민족을 위한 백년대계의 뜻이 담겨져있다. 지금의 21세기의 서원이 가져다 주는 의미 역시 교육의 백년대계를 잊지 말고 자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각각 서원의 구조와 주변 풍경이 책 속 사진에 자세히 담겨져있다.


머물러있는 것처럼 보이나 머물러있지 않고 어디로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 그것이 교육이든 정신이든 바른 방향으로 올바르게 드나들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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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양장)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2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 원화 그림, 박혜원 옮김 / 더모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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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빠져 상상의 나래에 빠져있는 저 모습은 언제봐도 사랑스럽다. 매슈 아저씨는 첫 만남부터 앤에게 혼을 빼앗긴 듯 하다. 나역시 첫눈에 앤에게 콩깍지가 씌웠다고 해야될까, 언제봐도 사랑스럽고 귀엽다. 앤이 초록색 지붕 집으로 와서 아저씨도 아주머니도 많이 웃고 가슴 조리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지 않았을까.


마릴라 아주머니도 며칠 지나지 않아 앤이 없는 초록색 지붕 집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며 매슈아저씨에게 말한다. 금방이라도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까르르 웃을것만 같은 앤의 모습이 상상된다. 앤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며 그런 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 빨강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박혜원 옮김 / 더 모던  책표지>

남자 아이가 아니면 필요없다는 아주머니의 말에 앤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앤의 상상만큼이나 연극을 하듯이 우는 모습을 보니 마릴라 아주머니처럼 웃음이 났다. 앞으로의 일을 알기에 그리 심각해질 필요가 없다. 잠깐의 시간이였지만 앤과 마릴라 아주머니의 마차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매슈 아저씨는 한참을 그 자리를 서성였다. 매슈 아저씨는 웬만한 일에는 말씀이 없으셨지만 한번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신다. 뭔가 재미난 일이 생기면 마릴라 아주머니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생각난다. 매슈 아저씨는 "보내줘야 한다니까." 라며 은근히 고집을 부리신다. 마릴라 아주머니는 "앤의 말이라면 뭐든지 해주실꺼라며." 화를 내지만 내심 좋아하신다. 뒤늦은 나이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일 것이다. 사람의 인연이란 알 수 없는 것 같다.

 

 

마차를 타고 가는 동안 "너의 이야기를 들려 주겠니?" 라는 마릴라 아주머니의 말에 앤은 싫다고 하다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주머니 있잖아요. 저는 이 길을 즐겁게 달리기로 마음먹었어요. 경험상 그래야겠다고 마음만 굳게 먹으면 즐겁지 않은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야 하지만요. (77쪽) 앤의 이야기는 중간 중간 끊기기도 했지만 담담하게 이야기는 이어졌다. 자주 보지만 이부분을 볼때면 자꾸만 눈물이 핑 돈다. 마릴라 아주머니는 다른 아주머니들이 잘해 주셨나고 물어보고 앤은 이렇게 말한다. 두분은 잘 해주시려고 했다고 잘해 주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그 사람이 항상 잘해주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궁금해진다. 어린마음에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니 참 기특하다. 앤의 다양한 표정과 행동에 놓쳤던 이야기를 책을 통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런일도 있었구나, 이런말을 했구나 싶은게 차분하게 볼 수 있다. 앤을 보면 차분해질 순 없겠지만.



 

 < 빨강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박혜원 옮김 / 더 모던 142쪽>



 

​마릴라 아주머니가 앤이 외모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을 보고 허영심이 많은 게 아닌지 걱정이라 말하자 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자신이 못생긴것을 아는데 어떻게 허영심이 생기냐며 이쁜게 좋다고 말한다. 앤은 참 솔직하다. 마릴라 아주머니는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며 "행동이 예쁘면 얼굴도 예뻐 보인다." 라고 말하자 앤은 정말로 그럴까요 라고 말한다. 앤은 이때의 모습을 커서 부끄러워 하는데 아주머니가 참 힘드셨을꺼라고 말한다. 그런 앤을 바라보는 마릴라 아주머니의 눈은 촉촉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참으로 좋다.

 

​초록색 지붕 집에서 앤이 마릴라 아주머니를 놀래킬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났다. 마음의 친구 소중한 다이애나와 함께 즐거운 시간이 이어진다. 마릴라 아주머니는 앤의 뛰어난 상상력때문에 언제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서 차분한 앤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셨다.

​마릴라 아주머니와 앤이 함께 준비하는 아침도 좋고 저녁에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모습이 보기 좋다. 앤이 초록생 지붕집으로 오지 않았다면 이토록 즐거운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앤이 지붕에서 떨어지고 나서는 한동안 조용했다. 다행히 발목은 다쳤지만 "니 입은 그대로라며." 마릴라 아주머니도 매슈 아저씨도 행복하게 웃었다. 만에 하나라도 무슨일이 생겼더라면 두 분다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계셨을 것이다.


매슈 아저씨가 부푼 소매를 사러 몇번이나 장에 나갔다가 실패하고 린드 아주머니께 최신 유행하는 부푼 소매로 부탁한다. 이정도면 매슈 아저씨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셨는지 모르겠다. 앤이 친구들하고 집에서 발표회 연습을 하는데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셨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제일 사랑스러운 앤이였는데 다른 친구들과 뭔가 달랐다. 그게 뭔지 알지 못해서 한동안 마룻바닥에 앉아서 다리를 떨고 계셨던 매슈 아저씨였다. 매슈 아저씨의 그런 모습 덕분에 앤의 상상력에 큰 도움이, 거기다 원하던 것을 가졌기에 더한 욕심을 부리지 않게 되었을지 모른다. 매슈 아저씨는 상상력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며 앤을 늘 응원해주셨다. 그런 오라버지를 뒤에서 바라보던 마릴라 아주머니의 표정이 생각난다.


 

<빨강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박혜원 옮김 / 더 모던 372-373>


 

그토록 빨강 머리를 증오하기까지 했던 앤은 마릴라 아주머니의 충고를 잠시 잊고 염색약을 사게 된다. 염색약을 판 아저씨가 거짓 가정사 이야기를 하며 앤을 꼬드긴 것도 잘못이였다. 마릴라 아주머니가 염색한 머리를 보고 놀란 모습에 잠깐 웃다가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신다. 아무리 빨아도 염색약이 빠지지 않자, 머리를 싹둑 멋지게 잘라 주신다. 마릴라 아주머니는 못 하시는 게 없다. 앤이 그동안 운것을 생각하면 빨강머리가 충분히 빨려서 색이 좀 빠졌을지도 모르는데 머리색은 나이 드는일이 아니면 색이 빠지지 않는 모양이다.


 < 빨강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박혜원 옮김 / 더 모던 / 다이애나와의 엄숙한 맹세와 약속156쪽>

 


 

앤이 고집이 세서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마릴라 아주머니의 걱정대로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선생님이 앤을 차별하고 벌을 준 일로 앤은 한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린드 아주머니는 그럴만한 일이였다며 앤의 편을 들어주신다. 처음에 두 사람이 앙숙이 될 뻔 하였지만 앤의 진심 어린 사과로 인해 화해하고 그런 장면이 생각나서 또 웃음이 난다.


집에서 생활하는 앤을 위해서 다이애나가 자주 집에 들러 이야기를 들러주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

마릴라 아주머니의 허락으로 인해 앤은 집으로 다이애나를 초대한다. 손님으로 초대된 다이애나는 딸기 쥬스인 줄 알고 마셨던게 술이라서 한동안 만나지 못해 애를 태웠던 이야기부터 시작해 두 사람의 우정 변치 않으리라며 엄숙한 맹세를 다시 약속했다.

 


< 빨강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박혜원 옮김 / 더 모던 412쪽 >


 

조세핀 할머니가 샬럿타운에 와서 박물관 구경을 하자고 하셨다고 다이애나가 말한다. 앤은 마릴라 아주머니가 허락치 않으실꺼라 했지만 흔쾌한 허락해 주신다.  앤은 다이애나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어쩌면 조세핀 할머니께서 더 즐거우셨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아이를 입양했다기에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앤을 보며 조세핀 할머니는 진심으로 마릴라가 부러웠다. 앤이 초록 지붕 집에 와서 한말이 더욱 감동적이였다.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슈 아저씨도 그 이야기를 듣고 몰래 들어가 우셨을지도 모른다.


네가 없는 동안 어찌나 허전하던지, 나흘이 이렇게 긴 줄 몰랐다." 라고 말씀하시고 앤은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행복하게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 "정말 멋진 시간이었어요. 제 평생의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411쪽)


퀸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 앤이 뿌듯한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슈아저씨. 매슈 아저씨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을때  눈물이 나서 혼났다. 볼때마다 슬프고 눈물이난다.  '애비 은행 부도'란 소식을 접하고 아저씨는 놀라서 숨이 끊어지셨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화가난다.


길버트와의 극적인 화해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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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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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씨때부터 좋아하는 작가라서 신부이야기도 기다리고 있는데 참 더디다. 저자는 요런 스타일 참 좋아한다던데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여자의 마음을 때론 더 잘 아는것 같기도 하다.


​셜리는 13살이고 그전부터 메이드 일을 했나보다. 집주인 베넷 크랜리는 올해 스물여덟으로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시절에는 결혼하지 않고 홀로 지내기엔 힘들었을텐데. 무슨 사정이 있어 보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없다. 머리를 올리고 있으니 나이보다 더 부인으로 보인다. 공고에 나이제한이 없어 셜리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베넷 역시 갈 곳 없어 보이는 셜리를 받아 들일수 밖에 없다. 셜리는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 못하는게 없다. 다만 살짝 덤벙거리는 것만 빼면 좋다.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 베넷은 그점이 좀 마음에 걸린다. 인형선물을 했는데 좋아하는지, 어떤지 몰라 신경쓰인다. 떠돌이 생활을 해서 그런지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셜리였다. 인형이 무척이나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셜리를 보니 그 나이때의 소녀처럼 보인다.

 <셜리 1권 / 모리카오루 /대원씨아이 90-91쪽>


주로 카페의 손님들은 생산성이 낮은 얼굴들이란 베넷의 속말처럼 차후 5년이 지나면 어찌될지 모르는 어르신들이다. 어르신들은 지지 않고 서른 살 젊어지면 아직 엄마 배 속이라며 웃어넘기신다. 파티에 다녀온 후로 베넷은 많이 우울해보인다.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수근덕거림에 몹시 피곤했을듯. 파티에 갖다 온 후로 5년은 더 늙어버린듯 보인다. 숙녀라며 고고하게 굴때는 언제고 뒤에서 수근거리는 걸보며 예의가 차고 넘친다.



<셜리 1권 / 모리카오루 /대원씨아이 62-63쪽 >


셜리는 흑발이라 주인님의 금발이 내심 부러웠다. 자신은 아직 아이고 주인님은 멋지고 아름다운 숙녀이기에 동경의 대상이다. 베넷은 금발보다 흑발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셜리는 속으론 역시나 금발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더 동경하게 된다. 베넷처럼 멋진 숙녀의 금발이라면 더 아름답게 보일수 밖에 없다. 셜리는 자라서 숙녀가 되면 더욱 멋질텐데. 아직은 어리니까.


비가 쏟아지는 날씨처럼 그런날이면 숙모님이 찾아오신다. 베넷씨가 걱정되서 찾아 오시는데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말씀만 잔뜩 늘어놓는다. 언제까지 혼자 살 생각이냐며 잔소리가 후두둑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그분도 혼자고 자식도 없이 홀로 사시는데 베넷이 걱정되서 오기도 하지만 외로워보이기도 한다. 장래를 생각하라며, 카페는 술집여자들이나 하는 그런식의 도움되지 않는 말은 하지 않으면 좋을텐데. 그런분들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좋은 이야기만 나누며 살아도 살기 힘든데, 도움되지 않는 말들은 피하는게 좋은데 이런 스타일은 꼭 하고야만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될 줄 알았으나 다른 메이드편이 이어진다.



<셜리 1권 / 모리카오루 /대원씨아이 174-175쪽>

이 이야기는 세번째 메어리 뱅크스 이야기다. 영감님이 워낙 장난천재도 아니고 장난이 심하다. 웬만한 사람은 버티질 못하고 나가버리고 이집에 집사 한사람 그녀까지 두 사람 남아 있다. 감기 걸리기 쉬우니까 안으로 들어가서 주무시라고 하니 자신은 감기따위엔 절대 지지 않는다며 105살까지 살꺼라고 하신다. 그렇게나 오래 사실꺼냐는 질문에 그런 실례되는 질문을 이라며 받아치신다. 장난이 심해서 그렇지 나름 좋은 영감님이라는 생각을 해야하나. 어쨌든 영감님 그토록 호언장담 하시다가 그 해 가을에서 겨울로 바뀔때 돌아가셨다. 가을에서 겨울이 올때와 겨울에서 봄이 될때가 위험하다. 그때 몸이 좋지 않으신 분들에게 고비인 시기다. 메어리는 그런 어르신때문에 화났다. 그동안 살면서 정이 들었는데 아마도 많이 섭섭했던 모양이다.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남긴 물건에 장난을 치신 그런 영감님이시다. 눈 감는 순간에 그걸 생각하면서 호탕하게 웃으셨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친구네집에 두 사람을 소개시켜준다. 그녀는 일을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다 영감님 지인이라니 웬지 '망할영감탱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기대하는 눈치다.


읽고나면 별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재미있게 읽었지만 어째 좀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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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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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번째 시리즈다. 저자는 킹콩의 원작자로 더 유명하다. 다작하는 작가답게 17편의 희곡과 957편의 단편, 그리고 170여 편의 소설을 남겼다고 한다. 첫번째 시리즈물에 이어서 이번엔 두번째 살짝 뛰고 세번째 수선화 살인사건이다. 170여편의 소설중 160여편은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재미있으면 그랬을까 싶다. 역시 수선화 살인사건은 읽는 순간 독자를 사로잡았다.


처음에 시작은 백화점 사장 손튼 라인과 백화점 경리 직원 오데트 라이더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손튼은 그전에 시인이기도 했고 지금은 젊고 잘나가는 백화점 사장으로써 나르시즘에 푹 빠져 살고 있는 오만한 남자다. 뻔뻔하게도 내연녀가 되겠냐는 손튼의 말에 오데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오데트는 손튼의 불미스러운 언행으로 인해 화가나 그의 자존심을 꼬낏꼬깃하게 구겨버렸다. 거기에 앙심을 품고 손튼은 비열한 짓을 꾸미기로 한다. 원래는 먼 친적이자 탐정인 탈링을 불러 백화점 공금을 훔쳐온 백화점 매니저 밀버그를 처단하려고 했으나,계획을 바꿔 오데트를 처리할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백화점에서 손튼과 탈링은 업무적으로 만났지만 탈링은 양심적인 탐정이였으므로 그딴일에 자신을 이용하지 말라며 나가버린다. 그일로 인해 오데트가 걱정된 탈링은 자연스럽게 오데트 집으로 찾아가고 위험에 처해있음을 알려준다. 다음날 하이드파크 공원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하길래 당연히 오데트가 죽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손튼 라인이 죽은 것이다. 그 상황에 딱 맞춰 오데트가 사라져버렸다.


탈링이 손튼의 먼 친척이고 상속자라는 사실에 놀랐다. 손튼일가는 가족이 거의 없나보다. 탈링이 딱히 손튼의 재산이나 잿밥에 관심있어 보이지 않지만 개인적인 원한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탈링은 링추라는 중국 조수와 함께 일하고 있다. 링추는 중국에서 뛰어난 경찰이였고 지금까지 범인의 뒷조사며 모든 일처리가 빨랐다. 탈링은 오데트를 빨리 찾아서 자초지경을 듣고 싶었다. 탈링은 경찰과 협력해서 손튼 살해범을 찾기로 한다. 손튼은 심심풀이 땅콩처럼 전과자를 도우며 자신의 열렬한 팬으로 만들기를 좋아했는데 그 중에 출소한 샘 스테이란 인물이 있다. 샘은 손튼을 천사로 알고 있다. 그가 죽으라면 진짜 죽을수도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튼은 샘을 이용해서 오데트를 어찌해 보려고 했는데 그러기전에 시신으로 발견될줄이야.


간신히 오데트를 만난 탈링은 그녀가 범인이 아님을 확신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살해범으로 소환된다고 해도 아무말도 할 수 없다고 한다. 탈링은 자신에게만은 솔직하게 말해주길 바라지만 그녀는 그럴수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탈링은 이일을 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감정은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데트를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 요즘에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그런것이 무슨 소용일까. 탈링의 오데트에 대한 간절한 사랑때문에 점점 이야기속에 빠져들었다. 오데트는 무엇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혹시나 밀버그와 관련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밀버그란 인물은 자연스레 사건주위를 맴돌고 있다. 그가 범인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다. 밀버그는 구구절절 말이 많고 좀 짜증스럽다.


살인자는 거론된 인물중에 있다. 모든일을 완벽하게 계획했다고 해도 늘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긴다. 그로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기도 한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이 반대로 그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 손튼 라인의 가슴에 있는 수선화가 무엇을 암시하는지 몰랐지만 범인으로 오해받은 오데트의 방에도 수선화가 꽃병에 꽂혀있었다. 탈링의 조수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링추가 감추고 있는 비밀도 알게 되었다. 실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기만 한다면 직접 손을 쓰지 않아도 일이 해결될 때가 있다. 드라마나 책에서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감옥에 오랫동안 묵혀두고 싶은 사람이 범인이 아닐때가 있어 안타깝다.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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