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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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1969년 10월 30일 아침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늪에 누워 있었다. (12-13쪽)


 


 

1952년 이 책의 주인공인 카야네 식구들이 등장한다. 팔월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때 엄마는 집을 떠나간다. 집에는 다섯아이가 있었고 그 중 막내인 카야는 일곱살 많은 조디 오빠와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파란색 큰 가방을 메고 떠나가는 엄마를 보고만 있지 말고 가방에 매달려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엄마는 그렇게 돌아오지 않았다. 카야네 가족은 판자집에 간신히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가난해서 힘든 부분도 있었겠지만 아버지의 가정폭력은 날이갈수록 심해져서 엄마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다른 방식으로 떠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언니 오빠들은 하나 둘씩 떠나가고 조디마저 어린 카야를 두고 떠나버린다.

카야는 8km나 떨어진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고 딱히 무언가를 살만한 돈은 없없다. 그리츠정도 사서 돌아오는 정도였다. 그리츠가 무엇인지 몰라서 검색해 보았더니 굵게 빻은 옥수수라고 한다. 그때 당시만 해도 인종차별이 심해서 흑인은 들고 나는 문이 달랐다 한다.



 


 

이 책은 2019년 베스트셀러로 로맨스 소설이자, 추리소설, 법정스릴러 세가지에 생태학요소까지 갖추었다. 카야가 커가며 테이트를 통해서 사랑을 알게 되지만 결국 사람들관계에 소외되고 그들은 끝까지 그녀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려 했다. 체이스의 죽음을 두고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일로 인해 카야는 법정에 서야만 했다.



가족 모두 떠나고 7살이 된 카야는 혼자서 그리츠를 끓이는 방식을 터득했다.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들쑥날쑥 하긴 했으나 들어오긴 했다. 심경의 변화가 생긴건지 아버지는 카야에게 낚시도 가르쳐주며 웃으며 저녁을 함께하고 진짜 아버지처럼 굴었다. 카야는 아버지가 한 짓들을 용서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어머니와 형제들이 돌아와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책속 내용은1952년도의 카야의 이야기에서 1969년 10월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발견된 이야기가 교차되어 사건이 진행된다. 카야의 삶속에 습지가 없었다면 그녀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카야가 살던 곳에 야생생물에 대한 이야기며 자연이 그대로 숨쉴수 있는 공간임이 느껴졌다. 떠나간 엄마 대신에 습지의 모든 살아있는 것은 그녀의 곁에 남아주었다. 그들이 사는 집은 바로 이곳이었으므로.  우리나라 여건상 습지를 볼일이 거의 없어서 낯설면서도 새로운 생태계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었다. 어김없이 자연의 민낯은 실제 삶보다 더 생생하다. 암컷 사마귀가 수컷 사마귀를 교미하면서 잡아먹는 것이나 암컷 반딧불이가 신호를 바꿔가면서 수컷 반딧불이를 맛있게 먹는다. 자연의 생태계는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대자연의 동물은 혼자 사는 법을 배운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카야에게 유일한 친구 테이트가 생겼다. 테이트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교통사고로 잃어서 카야에게 연민의 감정과 함께 이성에 대한 감정이 생겼다. 카야 역시나 테이트가 있어서 혼자인 외로움을 버틸수 있었다. 그녀에게 글을 가르쳐준다. 학교에 간 첫날 아이들의 따돌림과 수군거림으로 인해 카야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카야, 넌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어. 까막눈이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그뿐만이 아니야." 카야의 말은 속삭임에 가까웠다. "단어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품을 수 있는지 몰랐어. 문장이 이렇게 충만한 건지 몰랐어."

테이트는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은 문장이라서 그래. 모든 단어가 그렇게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건 아니거든."(130쪽)



2부 부터는 늪이라는 제목처럼 카야에게는 그런 절망적인 나날들이였다. 다행히 데이트에게 배운 글로 인해 자신만의 생물학 책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어머니가 남겨 둔 책과 좋아하는 시를 읊으며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테이트가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나가기에는 그도 아직 어렸다. 대학진로를 결정한 테이트는 돌아오겠다 했지만 카야곁으로 오지 않았다. 카야는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다른 사람을 선택하게 되었다. 시체로 발견된 체이스 앤드루스이다. 이때만해도 그는 건장한 청년으로 바람끼가 다분했다. 거기다 습지소녀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고 남들앞에서 떠벌리고 싶어하는 못된 성격이였다. 체이스는 카야에게 접근했고 그가 원하던 것을 얻었다. 카야는 테이트처럼 따스한 사랑을 원했지만 체이스가 그러지 못할꺼라는 것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 홀로 남겨져 버린 그녀가 믿을 사람은 자신을 배반하고 떠나간 테이트가 아니라 체이스였던 것이다.


전반전에서 중반전까지는 카야의 성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습지와 관련된 것들이였다. 거기다 교차되어지는 체이스의 죽음이 살인사건이고 거기에 관련된 증거수집에 보안관들이 나섰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 보안관이 사람을 때려잡으려고 단단히 결심한 듯 카야를 범인으로 주장한다. 이 지역에서 산 톰이 변호인을 맞아 카야의 무죄를 입증하려 노력한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다시 돌아오려 노력하다 이런 큰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체이스가 살해당한 거라면 누가 그런것일까?


혼자인 그녀에게 점핑네 가족이 없었다면 홍합을 팔아서 생필품을 사지도 못하고 보트에 기름을 채워넣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엄마의 편지 이후에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카야가 글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가 보낸 편지안에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더라면 말이다. 점핑네와 테이트를 빼고서는 그 누구도 카야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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