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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고독 - 황야에서 보낸 침묵의 날들
에드워드 애비 지음, 황의방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3년 6월
평점 :
흙먼지를 뿌연 하게 남기고 사라지는 버스의 뒷모습은 한참 전의 일이다. 반듯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 점점 차가 늘어나서 교통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곳이나 반듯한 도로가 깔려있고 자동차들은 신나게 달린다. 여러 국립공원에 잘 깔린 도로를 보면 여기까지 길을 내서 자동차가 들어오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방문객이 많아서 산은 몸살을 일으킬 정도이고 공기가 좋다던 지리산도 어느새 청정이라는 단어를 잊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예전의 겨울보다 더 추운 겨울과 지독한 여름을 견디어 내면서 아스팔트도 너덜너덜 해진다. 새로 깔아도 금방 너덜거린다. 오랜만에 내려간 시골 풍경은 시원시원한 도로가 맞이해준다. 시원하게 뚫려버린 도로 덕분에 예전의 풍경은 이제 추억 속에만 남아있다.
<사막의 고독>은 저자가 1956년 4월부터 9월까지 공원 관리 일을 맡으면서 써 내려간 일지이다. 유타주 남동부 모아브 근처의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6개월 동안 파크 레인저 일을 하면서 그곳의 풍경과 생활을 담고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개발의 바람이 불지 않은 자연의 그대로 담아낸 공간이었다. 포장이 덜 되었어도 자동차로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었고 야영객들도 종종 놀러 와서 이곳에 지내다 갔다.
그는 이곳을 돌면서 자연을 관리하고 주말에는 야영객들이 머물다 간 곳을 정리했다. 아치스 공원 안에 자신이 머물 곳이 있지 않았다면 그는 이일을 맡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협소한 트레일러 공간이라 자연의 계절보다 심한 계절감을 느끼게 해준다. 있을 것은 다 있고 웅장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그 점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책으로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나쁠 이유도 없었다. 사람을 위한 휴식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아치스 국립공원도 바뀌어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는 흘려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은 돈이 꽤나 든다고 해도 빠르게 진행된다.
그가 그곳에서 지낸 6개월이 지난 후 개발의 손길은 빠르게 아치스를 현대적 국립공원으로 바꾸어놓았다. 저자의 말처럼 자동차를 타고 숲을 달릴 필요가 있을까. 걷으면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자전거를 타도 좋을 것이고 말이다.
사람을 위한 휴식공간이라면 적어도 서로를 위해서 자동차는 잠시 저 밑에 내려두고 오는 게 좋을듯하다. 그동안 편리해서 잊고 있었다. 현대 도시의 빡빡한 도로 위의 자동차들이 서로 질주하듯이 달리고 그로 인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말이다. 새로운 곳을 개척하고 돈을 벌리 위해서 달려오는 무수한 사람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슬프면서도 웃겼다. 우라늄은 뜨거운 감자처럼 위험하지만 돈이 된다.
중간 중간 펜화의 그림이 그곳의 풍경을 낯설지 않게 했다. 저자는 아치스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그곳의 짧았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이 책에 담아놓았다. 사람들이 자연을 바꾸려하지 말고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기를, 그곳이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을때 우리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