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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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으로 5개의 단편이 들어 있다. 아찔한 비밀에서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서 심리적인 묘사를 잘 한 작품이었다. 상류층에 어머니와 아들은 남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지만 평온한 일상이 가져다주는 삶에 지루함이 있었다. 별일 없는 일상이 고마운 것이고 소중하지만 부족한 무언가가 있었다. 아이가 몸이 좋지 않아서 이곳에 한동안 휴식 겸 쉬러 오곤 했다. 총독부 관리인으로 지내는 남작은 따분하기 그지없는 이곳에서 목표물을 찾고 있었다. 충분히 매력적이고 자신이 미모를 잘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기회도 잘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맘처럼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인 애드거는 처음에는 자신을 알아주는 남작이 몹시 좋았다. 그와 함께 할 수 있다면 흡사 짝사랑하는 소녀 같은 열정에 빠져있었다. 남작의 목표가 자신이 아닌 어머니라는 것을 알고서 소년은 돌변한다. 열정에 사로잡혀 있던 소년의 사랑은 분노로 바뀌면서 두 사람을 주시한다. 쫓고 쫓기는 흡사 추격전을 연상하게도 했지만 아이는 아직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애드거의 아이다운 솔직함과 지나친 집요함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고 결국 해내고야 만다.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는 몹시 극적으로 치닫기도 한다. 


불안이라는 이야기에서는 남편 몰래 부인이 바람을 피운다. 그러다 부인은 애인 여자친구라는 사람에게 협박 당한다. 이 부부가 사는 세상도 풍요롭다. 풍요로워서 부인이 바람을 핀 것일까? 이야기를 읽다 보면 피아니스트인 애인이 매력적이긴 했지만 그렇게 사랑하는 것 같지 않다. 아마도 누군가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욕할지도 모르겠다. 여자친구의 협박은 점점 심해져서 결국 집으로 쳐들어온다. 뭔가 무슨일이 벌어질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린다.

평온한 일상과 무탈해 보이는 삶에서 사람들은 때론 일탈을 꿈꾼다.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단조로워서 그런 것일까? 그런 생활을 저버린다면 순식간에 낭떠러지로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그 순간의 짜릿함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 한번 둘러보고 싶은 것인지도. 불안에서는 그녀는 불안함에 사로잡혀잡혀  더 이상 서있을 힘조차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읽는 독자에게도 그런 불안을 불어 넣어 준다. 이상하게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그를 사랑하는 어떤 여인의 편지였다. 오랫동안 한 남자만을 바라보고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줄 알았다는. 그녀는 그를 원망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그 편지에는 오랫동안 기나긴 여운이 묻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를 사랑한 스토커인 줄 알았다. 편지를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무정한 사람인 줄 알게 된다. 그는 인기 있고 잘 나가는 작가다. 부자에 글도 잘 쓰고 흡사 저자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저자 또한 꽤나 바람둥이로 살았다고 하니, 어쩌면 자신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첫 편지에서는 아이가 죽었다로 시작한다. 아마도 이 문장을 읽는 사람들은 그와 그녀와 무슨 관계였기에, 혹은 그 아이가 그와 무슨 상관이기에라고 생각할 것이다. 좋아하고 사랑하고 깊은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는 그저 바람처럼 살았다. 많은 여인들이 그를 스치듯 지나간 듯하다. 그 순간에는 사랑했을지도 그리고 그 다음이 없을 뿐이었다. 그녀는 그런 그가 몹시 좋았다고 하니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아이가 죽어 원통한 그녀의 심정과 그동안 그를 바라보던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편지에 담겨있었다. 그는 좀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그러하듯이 그녀 또한 그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돈을 내줄 수 있을지언정 마음은 내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떤 것에 잠시 진심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의 무책임 또한 마음에 안 든다.  


사람들의 열정과 불안의 감정이 책속에 잘 녹아 있어서 빠져들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엿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읽는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버린다.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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