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더퀘스트 출판사 협찬으로 읽어보게 된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블랙을 바탕으로 한 으스스한 표지디자인과 제목에 혹해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실물로 받아본 도서는 벨벳으로 되어있어서 훨씬 예뻤다. 처음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드 NCIS처럼 범인을 찾는 형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프롤로그도 마치 소설처럼 쓰여있어서 기대감이 더 커지기도 했다) 알고보니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었다. 소설이 아닌 저자의 경험이 담긴 책인걸 알고 다소 실망했지만, 이게 웬걸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포인트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우리가 잘 모르는 ‘식물학’이란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의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으며 두번째로 그런 식물학으로 어떻게 범죄를 추적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식물이 얼마나 놀라운 생명체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비슷해보이는 포인트지만 세 가지 모두 충족 되면서 경이 비슷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제일 중요한 점은, 저자가 이 세 가지 모든 것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렵거나 지루하게 느끼지 않고 탐독하게 만드는 것이다. 식물에 대한 저자의 애정도 대단하지만, 저자가 설명하는 식물들의 생태와 그것으로 인해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더 나아가 찾지 못한 시체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게 된다. 가까이에 존재하고, 인간의 삶에 큰 도움을 주는데도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시사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많은 범죄와 연관지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망자와 유족들을 대하는 저자의 자세에 다시 한 번 감동하게 된다. 또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리에서 범죄자를 잡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또한 가질 수 있다.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를 읽으면 법의학과 식물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뒤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삼 감사의 마음이 일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 영 ZERO 零 소설, 향
김사과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문학의 달 두 번째 도서로 손에 집은 것은 <0 영 ZERO 零>이다. 작가정신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았던 소설인데, 먼저 읽은 두 권의 ‘소설 향’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던터라 고민없이 집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책을 쓴 저의가 뭘까?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읽어나가다 중간부터는 포기하고 단순히 페이지를 넘기는 수준으로 읽었다. 의도를 모르겠는 걸 넘어서서 역겹고 아주 불쾌한 소설이었다.

-악취. 불쾌감. 이 소설에 딱 어울리는 단어다. 처음에는 자존감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타인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사이코패스 라는 단어가 (실제 저자의 의도도 이것이 맞았다) 떠올랐다. 그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처구니없고 ‘이거 미친X 아니야?’ 하는 생각으로만 페이지를 넘겼다. 스토리의 구성 자체도 이리갔다 저리갔다 종잡을 수 없으며 딱히 하나의 주제를 완결시키지도 않은 채 어정쩡하게 끝난다. 주인공 혼자만의 판타지세계랄까. 타인을 향한 과격한 단어들도 과하다 싶게 등장하면서 절로 눈쌀을 찌푸리게 된다.

-이 소설을 쓴 의도가 도대체 뭘까?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저자와 평론가의 대화를 가장 흥미진지하게 읽었으나 끝내 ‘우리도 결국 그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거나 ‘그것도 우리가 그에게 속아넘어’ 갔다는 것일 수 있다는 등의 알 수 없는 (표면적으로는 이해가 되나 이해하고싶지 않은) 대화 밖에 알 수 없었다. 내가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실제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이 소설을 읽으며 ‘나도 이런 경험, 생각을 한 적이’있다 고 느끼거나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비상식적이다. 그가 보여주는 행동들, 생각들, 망상들 모두가 일반적인 것이 절대 아니며,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 불쾌감이 허벅지에서 목 뒤 까지 올라오며 “아니 내가 이걸 지금 왜 읽고 있지?” 라는 생각 그 이상도 이하도 들지 않는다.

-사이코패스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그로인해 독자에게 불쾌감을 선사하고 싶다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면 완전 대 성공이다. ‘내가 이상한건가?’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고 싶었다면, 그것 또한 대 성공.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알라딘에 들어가서 서평을 뒤적거렸으니. 다행이도 나만 비정상은 아니었던 모양.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 꽤나 많아보였다. 그 불쾌감을 감수하면서 사이코패스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도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
황보름 지음 / 뜻밖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분간 달달이 주제를 정해서 읽으며 한 달에 최대 두 권 읽고 싶은 도서를 선물로 선사하며 쌓인 책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첫 시도의 달 11월은 ‘한국문학’의 달로 정했다. 그 첫 번째 도서로 새움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당시 선물로 받았던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를 집어들었다. 작고 얇아서 금새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힘든 시기가 찾아왔을 때 읽기위해 아껴두고 있었는데, 역시나 나보다 마음이 강인한 누군가의 삶을 엿보는 것은 삶의 힘든 부분을 털어내고 조금이나마 그 타인을 따라하며 이겨내보자는 마음이 생기게 만든다. 그로써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에세이를 왜 읽는 걸까? 독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이 타인의 일기와 같은 에세이를 도대체 왜 읽는 걸까 궁금했다. 처음 에세이를 집었을 때는 역시나. 200페이지 안팎의 짧은 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야 했으며 다 읽고 난 후에도 그저 타인의 일기장을 엿본 기분에 불과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에세이가 붐을 일더니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과도할정도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바쁜 현대 사람들은 손에서 책을 놓은지 아주 오래 됐는데 그런 사람들까지 손에 책을 들게 만든게 바로 에세이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인상을 쓰며 문학을 읽지 않고 타인의 일기를 읽는 것에 시간을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손에 든 책을 바라보며 생각하다 결국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많은 출판사의 서포터즈를 진행하다보면 읽고싶지 않은 도서를 울며겨자먹기로 읽어야 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러다 의외로 만족하며 책을 덮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자주 있다. 오랜만에 에세이를 서포터즈 활동으로 손에 집어 들었을 때. 자신도 믿지 못할정도로 평온한 마음으로 책을 덮으며 깨달았다. 몇 년 전의 나는 스스로에게 꽤 자신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구나. 다른 누군가의 삶을 통해 그들이 전하는 위로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 할 수 있는 거였구나. 그래서 바쁜 현대인들이 에세이를 손에 집어들었구나.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원래 좋아하는 작가들의 삶을 엿보기 위해서, 그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알고싶어서 좋아하는 작가들의 에세이를 손에 들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다 삶이 힘겨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느낄 때 집어들게 되었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힘듦을 겪어왔고, 어느 방식으로 헤쳐나왔는지. 그들도 결국 다 다른 인간이며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오고 있음을 보고느끼면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의 저자는 독자들에게 딱히 위로를 건네지는 않는다. 그저 나는 이런 경험을 했고 이렇게 이겨내었어. 이런 사람도 있고 이런 교훈도 있어 하고 잔잔히 이야기할 뿐이다. 독자들은 그것에 위로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 나도 이 정도 거리. 딱 이만큼 나의 삶을 지키기 위한 거리를 두며 살아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색의 수수께끼 밀리언셀러 클럽 81
나가사카 슈케이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고민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던 책 <적색의 수수께끼> 황금가지 밀리언셀러라니! 일본 추리소설이라니! 란포상 수상 작가들 이라니! 단편소설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뭉쳐놓은 책이라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분간은 달마다 주제를 정해놓고 쌓아둔 책들을 읽기로 결심해서(그렇지 않으면 속수무책 쌓일 것 같아서) 마지막 자유도서로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책이 너무 두꺼워서 읽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지만, 각양각색의 추리 장르를 한 번에 만날 수 있으며 그만큼 여러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밀실을 만들어드립니다> 의미심장함을 곳곳에 배치하다가 결국 놀랄만한 반전과 동기와 함께 비극적인 결말을 선사한다. 추리하는 재미는 물론 꼭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하는 씁쓸함이 가슴을 치는 작품이다.
<구로베의 큰 곰>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떤 감정에 휩쓸릴까. 누군가와 같이 생존하거나 혼자 생존하거나. 그 사이에서의 갈등과 갈등으로인한 내적 혼란을 그린 작품이다. 스토리 진행 속도가 빨라 조금 정신없게 읽어나가야 했다. 마지막에 독자를 당황시키는 깨알같은 설정이 깔끔하게 마무리 한다.
<라이트 서포트>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화차>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주인공의 발자취를 쫒아가며 이미 알고있는 것에 대한 지루함을 느끼다가 마지막에 다다라 반전을 주며 여봐란듯이 독자를 기만한다. <화차>와 비슷하다는 부분이 오히려 소설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도와준다.
<가로> 주인공이 추리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기만 해야하고, 주인공의 성격이 마음에 안들어서 개인적으로 5개의 작품 중에 가장 루즈했던 작품. 주인공이 너무 한심. 함께 추리하는 재미는 느낄 수 없음. 나름의 반전과 감동이 존재하지만, 끝내 주인공에 가려져 온전히 즐길 수도 없었다. 스토리 자체는 색다르지만 그 외의 것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아쉬웠다. 결말도 다소 뻔하다.
<두 개의 총구> 다섯 개의 작품 중에 가장 짧고, 가장 진행속도가 빠르다. 색다른 스토리에 반전을 더해 짧은 순간에 독자를 경악에 빠트린다.

-마지막 작품을 제외하면 단편이라기보다는 중편에 가까워서 읽는 속도가 많이 더뎠지만, 여러 스토리와 장치를 한 번에 느낄 수 있었기에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청색, 흑색, 백색 총 네 권의 수수께끼 시리즈가 있는데, 아마 전부 다 구입해서 읽어보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지음 / 시월이일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월이일 출판사에서 협찬받아 읽어보게 된 <#킬러스타그램> 일단 제목만으로 완전히 취했고, 진지하게 메세지를 전하는 경향이 짙은 출판사이기 때문에 고민없이 받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는 생각보다 얇고 작고 깨알같지 않은 글자라 금방 끝낼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세상에 너무 유쾌하고 재미있는 책이라 정말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것도 총기 소지 금지인 한국에서 킬러가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해도 너무 하다. 이렇게 현실적이지 않은 내용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이 소설의 초입에 들 것이다. 거기다 주인공이 너무 천역덕스러워서 얄밉기까지한데, 나도모르게 점점 ‘그럴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 장면에서 ‘이건 좀 너무했지 않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곧바로 ‘그럼 뭐 어때’ 하며 너그럽게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첫 페이지부터 능청스럽고 유쾌하게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아무렴 어떠냐 하면서 독자가 자처해서 유쾌함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게 아닌가 생각든다.

-유쾌함 그 자체인 소설이다. 소설의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지만 소설 중간에 큐알코드가 등장하는데, 찍으면 실제로 저자와 만날 수 있는 오픈채팅방이 나오는 등의 유쾌한 설정도 있어 유쾌함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유쾌하기 때문에 쉽게 장난처럼 읽힐 수도 있을 법 한데,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정확하게 독자의 심장에 와서 꽂힌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여야하는 킬러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 그들은 왜 힘든 훈련을 하며 은밀히 사람을 죽이게 되었을까. 나는 누군가가 죽이고싶어하지 않을 삶을 살았는가. 저절로 생각해보게 된다. 서로에게 너무 슬픈 일이 아닌가.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진한 여운을 주는 소설이었다. 동시에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또한 스스로에 대해서 다시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