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
황보름 지음 / 뜻밖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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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달달이 주제를 정해서 읽으며 한 달에 최대 두 권 읽고 싶은 도서를 선물로 선사하며 쌓인 책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첫 시도의 달 11월은 ‘한국문학’의 달로 정했다. 그 첫 번째 도서로 새움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당시 선물로 받았던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를 집어들었다. 작고 얇아서 금새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힘든 시기가 찾아왔을 때 읽기위해 아껴두고 있었는데, 역시나 나보다 마음이 강인한 누군가의 삶을 엿보는 것은 삶의 힘든 부분을 털어내고 조금이나마 그 타인을 따라하며 이겨내보자는 마음이 생기게 만든다. 그로써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에세이를 왜 읽는 걸까? 독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이 타인의 일기와 같은 에세이를 도대체 왜 읽는 걸까 궁금했다. 처음 에세이를 집었을 때는 역시나. 200페이지 안팎의 짧은 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야 했으며 다 읽고 난 후에도 그저 타인의 일기장을 엿본 기분에 불과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에세이가 붐을 일더니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과도할정도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바쁜 현대 사람들은 손에서 책을 놓은지 아주 오래 됐는데 그런 사람들까지 손에 책을 들게 만든게 바로 에세이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인상을 쓰며 문학을 읽지 않고 타인의 일기를 읽는 것에 시간을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손에 든 책을 바라보며 생각하다 결국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많은 출판사의 서포터즈를 진행하다보면 읽고싶지 않은 도서를 울며겨자먹기로 읽어야 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러다 의외로 만족하며 책을 덮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자주 있다. 오랜만에 에세이를 서포터즈 활동으로 손에 집어 들었을 때. 자신도 믿지 못할정도로 평온한 마음으로 책을 덮으며 깨달았다. 몇 년 전의 나는 스스로에게 꽤 자신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구나. 다른 누군가의 삶을 통해 그들이 전하는 위로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 할 수 있는 거였구나. 그래서 바쁜 현대인들이 에세이를 손에 집어들었구나.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원래 좋아하는 작가들의 삶을 엿보기 위해서, 그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알고싶어서 좋아하는 작가들의 에세이를 손에 들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다 삶이 힘겨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느낄 때 집어들게 되었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힘듦을 겪어왔고, 어느 방식으로 헤쳐나왔는지. 그들도 결국 다 다른 인간이며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오고 있음을 보고느끼면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의 저자는 독자들에게 딱히 위로를 건네지는 않는다. 그저 나는 이런 경험을 했고 이렇게 이겨내었어. 이런 사람도 있고 이런 교훈도 있어 하고 잔잔히 이야기할 뿐이다. 독자들은 그것에 위로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 나도 이 정도 거리. 딱 이만큼 나의 삶을 지키기 위한 거리를 두며 살아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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