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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
스콧 버그스트롬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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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위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내가 선택을 해야한다. 어린아이로 남아 아무것도 하지 않든가, 어른이 되어서 스스로 행동에 나서든가. -1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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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아서 읽어보게 된 <크루얼티> 영화 ‘테이큰’이 생각나는 표지 소개문구에 기대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읽는 추격 스릴러에 압박감을 주는 페이지 수가 오히려 기대감을 더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커졌던 건지..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역시 무엇이든 그렇듯 책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봐야 더 호기심이 생기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외교관 아빠 밑에서 자라며 세계 곳곳을 이사다녔던 그웬돌린. 덕분에 여러나라의 언어를 배울 수 있었지만,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생각하며 외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가족이자 유일한 자기편은 아빠 뿐이다. 그런데 아빠의 생일 다음날, 출장을 간다던 아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웬에게 두 번째 시련이 닥쳐온다. 난데없이 CIA가 쳐들어오더니 집안의 모든 물건을 쓸어간 것이다. 사진까지. 아빠가 사라진 것도 견딜 수 없이 속상한데, 아빠를 범죄자 취급하는 CIA의 행동에 분노를 느낀 그웬. 끝내 아빠를 찾는 일을 포기해버린 그들을 대신해 그웬은 직접 아빠를 찾으러 나서기로 결심한다. 염색하고, 머리도 자르고, 위조 여권을 가지고. 진짜 자기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초짜 스파이가 된 그녀는 과연 안전하게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첫 소설책에 이정도 퀄리티라면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미국,프랑스,독일,체코까지 총 4개국이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각 배경에 대한 사전조사가 철저한게 느껴진다. 해당 배경을 읽는 동안에는 눈 앞에 그 도시가 그려질 정도로 생생했다. 스토리도 탄탄해서 기승전결이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특히 장르문학은 결말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특별한 반전이 있거나 여운을 남기는 내용이 있어서 소름이 돋는게 아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완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 다시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아무리 외롭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는 결말은 누구에게나 전율을 느끼게 할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스토리를 질질 끄는 느낌이 강해 지루함과 조바심이 함께 느껴진다는 것이다. 상세한 설정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느낌 보다는 ‘넣고 싶어서’ 넣은 느낌이 강해서 아쉬웠다. 또한 ‘강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싶었다는데 싸움을 잘하게 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누군가 항상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말도 안 될 정도로 운이 좋아 모든 일이 술술 풀려서 해낼 수 있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서 아쉬웠다. 오히려 ‘강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문장이 책의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았나 싶다. 그 문장이 없었다면 아마도 “역경과 두려움을 극복하며 모험을 하는 씩씩한 여성”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을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유치하고 진부한 느낌이 강했다. ‘스파이’물을 너무 쉽게 보고 접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었고, 너무 빨리 싸움 신이 되었다는 것도 한 몫 한다. 속된 말로 하자면 “싸다 만 느낌”이 들어서 너무 아쉬웠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이유는 사실 하나로 통합 되기도 한다. 상세하게 그려졌으면 좋았을 것들 대신 없어도 될 것 같은 내용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
-이런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별표를 준다면 무조건 다섯 개를 줄 것이다. 아쉬운 점은 아쉬운 점일 뿐이고, 그 부분을 보완할 만큼의 재미가 책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대한 스케일과 깔끔한 끝맺음은 이 소설이 저자의 첫 작품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게 만든다. 그가 자신의 미숙한 부분을 보완하며 앞으로 펼칠 활약을 기대해 본다. (덧붙여 영화도 굉장히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