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살인게임} 추리 소설이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일이야?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ㅣ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0월

-이 책도 선물 받아서 읽어보게 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이었고 <밀실살인게임> 이라는 유치한 제목과 다소 유치한 일러스트, 잔인함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듯한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서 죽인 게 아니라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죽였지’라는 유치한 소개문구에 아.. 이거 힘든 한 권이 되겠는데.. 싶었다. 솔직히 <무서운이야기>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기만 해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근데 예상 외로 읽는 동안에 너무 즐거웠고, 다 읽고 나서는 재미있는 정말 책 한 권 읽었을 때의 희열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있었다.

-온라인 채팅 멤버 ‘두광인’ ‘반도젠교수’ ‘aXe’ ‘잔갸’ ‘044APD’ 는 추리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정기적으로 화상채팅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차례로 한 명씩 추리 문제를 내고 나머지 사람들이 정답을 맞추는 방식이다. 특별할 거 없어 보이는 이 모임은 사실 ‘실제 살인’을 저지르고 문제 제출자가 트릭에 관련 된 (가령 ‘밀실’ ‘알리바이’ ‘미싱링크’ 등) 문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뉴스나 실제 사건 현장에 가서 직접 취재를 하며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물론 문제 제출자가 일정 정보는 제공해 주지만 그 외의 정보는 직접 알아내서 추리해야 한다. 그러던 중 평범한 살인에 질린 ‘두광인’은 아무도 예상치 못할 반전있는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데, 거기에 숨겨진 또 하나의 반전! 그 놀라운 반전은 과연 무엇일까? 장담하건데 여러분들 중 그 누구도 반전을 맞히지 못할 것이다.

-솔직히 처음엔 그저 그랬다. 독특한 트릭을 알 수 있다는 즐거움과 추리의 즐거움은 느낄 수 있지만 살인과 다섯 명이 추리하며 질문을 주고 받는 장면들의 연속이라 지루하다. 지루함과 즐거움이 동시에 떠오르는 정말 독특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스스로 아 이거 유치하다 지루해지루해 하면서 자꾸 손이 가서 읽는 것을 중단할 수 없는 아이러니함을 겪었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으로 책을 읽다가 책이 1/3 정도 남았을 때 부터는 반전에 놀라움에 반전에 놀라움에 반전에 또 놀라움의 연속 이어서 피곤한 눈을 하고도 도저히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다음 권이 궁금해지는 결말이라니. 시리즈를 읽어도 다음 권을 크게 궁금해하지 않던 나였는데,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 책을 덮자마자 다음권을 어서 읽고싶다는 기분 때문에 안절부절 못할 정도였다.

-중간중간 유쾌한 장면들 덕분에 단순한 유쾌함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너무 귀엽다. 살인자에게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인간미 넘치고 귀여워서 등장인물들한테 정이 들게 된다. 개인적으로 엄청 맘에 안들던 잔갸군도 마지막 즈음에는 귀여워져버렸다,,,

-스포하지 않겠다는 나만의 철칙 때문에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꾹 눌러 참아야 겠다. 스포를 해야만 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서평은 다소 짧지만 우타노 쇼고. 무서운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유치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며 가벼이 읽던 책에 엄청나게 몰입하게 만들고 한 권 만으로 다른 책들도 궁금한 정도가 아니라 그의 모든 책을 읽고 싶게 만들다니 무서운 작가가 아니면 뭘까. 지루하고 유치한 느낌 때문에 자신있게 추천하지는 못할 책이지만, 생각 있으면 한 번 읽어봐~ 하고 가볍게 여기저기 말하고 싶은 책이다. 무엇보다 옮긴이가 김은모다. 이 말은 번역 확실하니 안심하고 읽어도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