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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9년 12월
평점 :
-사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 부터 눈썹이 절로 찌푸려 졌다. ‘서울대 나라’? ‘헬리콥터 맘’? 둘 다 보기만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근데 사람 심리라는 게 그렇다면 또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이 소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어떤 글자로 우리를 감동시킬까? 이 호기심에 작가의 말도 한 몫 보탠다. “욕심 많고 어리석은 헬리콥터 맘의 이력서, 길고 긴 엄마의 반성문이다.”
-집안이 가난해서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마순영씨. 그녀는 가난을 죄악으로 여기며 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 뿐이라고 굳게 믿으며 자신이 이루지 못한 서울대라는 꿈을 아들에게 전가한다. 3살 난 아들이 천재라고 믿으며 길고 긴 ‘서울대 입학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공부하기 싫다는, 게으름뱅이에 놀기 좋아하는 아이를 억지로 공부시키며 수학경시대회에는 죄다 참여하고, 주변의 ‘엄친아’들이 따는 자격증 까지 공부 시키려는 마순영 씨. 그 과정에서 아들의 자살소동까지 벌어지는 등 다사다난한 일상을 보내면서 마순영씨는 ‘내가 아이를 낭떨어지로 밀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끝내 서울대를 포기하지 못한다. 과연 마순영 씨는 아들 고영웅을 서울대에 합격시킬 수 있을까?
-시작부터 가슴 한구석이 아린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탄핵한 나라, 국민이 주인인 나라 민주공화국이다. 하지만 말만 민주공화국이지 실제로는 금력을 가진 1퍼센트 진짜 금수저들만의 공화국이다. -13p’ 라는 문장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찌르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애써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나름대로 나의 삶을 열심히 개척해 나가고 있는데, 누군가 현실을 바로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은 아이를 꼭 서울대에 입학 시키겠다는 ‘흔한’ 엄마의 일기이면서 동시에 비합리적이고 치열한 대한민국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긴 소설이다.
그녀를 나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를 읽다보면, 마순영 씨가 영웅이를 닥달하며 아이를 옥죄는 모습에 치가 떨려 “아이 좀 그만 냅두세요!” 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순영 씨 또한 공부에 삶을 바치는 다른 아이들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런 그녀는 왜 자신의 아이를 그렇게 괴로운 상황으로 몰아가는 걸까? ‘마순영 씨는 좋은 학벌을 가져야만 저 높은 곳에 올라가 멋진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27p’ 왜 그녀는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자신과 1,2등을 다투던 금수저 아이는 손쉽게 서울대로 들어갔지만, 자신은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해야했던 기억 때문에 학업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그 높은 곳에 올라가야 비로소 가난도 해결 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속담 보다는 치열한 삶에서 서울대는 그녀에게 마지막 꿈과 희망이 었던 것은 아닐까? ‘사람이 저 쓸모없는 물건과 무엇이 다른가 싶어 씁쓸하기 짝이 없다. 가난은 가족을 정육점 고기처럼 해체시키고 도륙내는 잔인하고 무자비한 칼날 이었다. -89p’ 가난에 이토록 큰 고통을 느낀 그녀가 선택한 최종수단에 그 누가 어떤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 까. 스스로도 자기 자신에게 진저리를 내는 그녀에게 친구는 이렇게 말해준다. ‘실패해도, 넘어져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무조건 미친 듯 달리는 거야. 불안해서. -106p’ 나쁜 것은 그녀’들’이 아니라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는 사회가 아닐까? ‘아이 문제라면 이성을 잃는 대한민국 학부모는 자식 가진 죄인이고 자식 앞에서는 작아지기만 했다. -122p’ 사회는 끝끝내 그녀들을 죄인으로 만들었기에..
-‘우리나라 모든 사회문제의 근원은 서울대. 바로 스카이야. 니가 그토록 흠모하는 서울대가 사회악의 뿌리라니까. -335p’ 다소 과한 발언이지만 틀린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서울대라는 곳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에.. 대한민국은 바껴야 할 것이 아직도 산더미처럼 많다. 그중 아이들의 학업. 한 길로만 갈 것을 강요하는 풍습은 아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더 나아가 발전 되는 대한민국을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이 책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맘 마순영 씨>는 이러한 문제점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도서다.
-‘시어머니는 마순영씨 품 안에서 아이처럼 흐엉, 흐엉, 서럽게 울었다. -131p
12년간의 긴 싸움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 아이들은 힘든 전투를 벌이느라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병사들 처럼 보였다. -345p’
이 두 장면을 보면서는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실이 너무 가혹해서, 혹은 느껴보지 않아도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잘 알기에..
-영웅이가 자라는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에 발생한 작은 사건사고들이 소설 속에 언급 된다. 그동안 대한민국에 있었던 사건사고를 새삼 다시 떠올리고, 그 사고들이 개인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는 일은 소설을 더욱 현실감있게 만들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더 변화하는 우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