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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뼈
송시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장르문학은 한국 작품을 기피하는 편이다. ‘어차피’ 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내 기억에는 거의 읽어본 적이 없는 거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송시우 작가의 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아이의 뼈>라는 작품이 출간 된 후 단편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손에 집어 들었다. 한국 작가가 쓴 미스터리 소설. 거기에 내가 환장하는 단편집이라 조금은 기대를 조금은 긴장을 하고 읽었는데, 결과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이 작가 단순히 장르문학 작가라고 칭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건 작가에게 굉장히 실례가 되는 말일 이기 때문이다.
-총 9편의 작품이 수록 되어있다. <아이의 뼈> <사랑합니다, 고객님> <좋은 친구> <5층 여자> <원주행> <이웃집의 별>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 <어느 연극배우의 거울> <누구의 돌> 이 중 나란히 붙은 <5층 여자>와 <원주행>은 같은 주인공이 등장해서 경찰에게 사건 해결에 ‘우연히’ 실마리를 제공하는 도움을 주는데 마치 조금 어수룩한 탐정 연작 소설을 보는 것 같은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참고로 ‘책 끝을 접다’에 소개 된 이야기는 마지막 작품인 <누구의 돌> 이다.
<아이의 뼈> - 찾지 못한 아이의 시신을 되찾기 위해 살인범에게 거액의 돈을 지불한다며 변호사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노파.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살인범의 시체가 발견 된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 콜센터 직원에게 언어폭력을 가하는 고객과 직원을 지켜주지 못하는 시스템에 조금씩 지쳐가는 여성, 그녀는 자신에게 언어폭력을 가한 고객의 집을 직접 찾아가게 된다.
<좋은 친구> - 강아지를 맡기고 갑자기 사라진 주인. 직접 주인을 찾아나선 수의사는 주인이 살해 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5층 여자> - 분리불안 증상을 앓고있는 강아지 때문에 새로 이사한 집에서 강아지의 행동 교정을 하면서 하루하루 긴장하며 살던 여성, 어느 날 가정폭력을 마주하게 되고,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원주행> - 남편이 자신과 의논도 하지 않고 거액의 아파트를 사고, 거주자에게 월세도 전세도 받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 거주하는 여성은 나가라해도 나가질 않는다. 결국 친구들과 연극을 해서 그녀를 내쫒으려고 찾아가는데, 집 안에서 그녀의 시체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웃집의 별> -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으로 지목 된 여성을 변호하기 위해 경찰서에 출두한 남성. 그의 말은 은근히 범인을 가르킨다.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 - 작은 마을에서 한 아이가 사라졌다. 모든 이웃이 어떤 한 집을 가르키며 그곳에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그곳에는 절대 열리지 않는 문이 있다. 세상과 등을 진 아들이 ‘문을 열면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며 살고있는 방이다. 마을 사람들은 다 함께 그 집으로 찾아 가게 된다.
<어느 연극 배우의 거울> -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버리고, 그녀를 동경해 그녀와 같은 삶의 방식을 선택한 한 여자의 이야기.
<누구의 돌> - 세 명의 친구가 산으로 대학 과제를 할 겸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와 산을 오르다 분쟁이 생기고, 실수로 그를 죽여버리게 되는데..
중요 포인트는 전혀 적지 않고 큰 스토리만 간략하게 적어 보았다.
-2번째 단편을 읽을 때 까지는 살짝 밋밋하게 느껴졌다. 자극적인 책을 많이 읽다보니 추리소설 이라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이 단편집에는 놀랄만한 반전도, 통쾌한 추리도, 허를 찌르는 트릭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는 차별, 편견, 소시민의 고통 등이 진하게 담겨져 있어 ‘지루하다’는 말로 이 책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 든다. 게다가 잔잔하기는 하지만 재미있다. 너무나 현실적인 인간의 본능이 표현 된 대목이나 우연찮은 사건 해결 장면 등을 읽어내려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막게 된다. 강렬한 장면 보다는 모든 장면이 손을 합쳐 독자의 머리를 강하게 울리는 단편들이다. 특히 마지막 작품인 <누구의 돌>에서는 경의로울 정도로 인간의 본능적인 이기심을 날카롭게 묘사하기 때문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마지막 작품에서 독자들에게 보다 강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책을 덮고도 한참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단순한 장르문학을 넘어서, 사회의 문제를 진하게 담아낸 미스터리라는 재미가 있다. 장르문학과 한국문학을 동시에 읽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송시우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지만, 작가의 작품들을 단순 장르문학이라고 말하기에는 작가에게 굉장히 실례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송시우 작가는 한국 장르문학의 미래이자 문학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보다 쉽고 즐겁게 문학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작가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송시우라는 작가를 통해 한국 장르문학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 또 작가의 작품이 더욱 놀라웠던 이유는 모든 단편의 서술 방식, 문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고, 오히려 모든 단편을 새로운 마음으로 신선하게 읽어나갈 수 있어 가독성이 올라간다. 굳이 아쉬운 점을 뽑으라면, 여운을 주려고 무리한 부분들이 오히려 흥을 깨친다는 점. 정도이다.
-단순 장르문학을 꺼려하거나, 한국 장르문학을 꺼려하거나, 문학 작품은 너무 어렵다. 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단순히 사건과 사건의 해결을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각 단편에 담아 놓은 어떤 사연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