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하우스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모든 것은 달라져, 한때 그랬던 것은 예전과는 꽤나 다른 것이 되어 버려, 사소해지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 그런 식인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147p
-


-바다와 아름다운 석양의 조화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표지디자인과 “작가들의 작가”라는 욘 포세의 초기작 <보트하우스>로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다” 였고, 이 작품의 기본 모티브인 “불안”을 정확하게 해석하려 한게 얼마나 쓸모없는 노력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일단 온 몸으로 느끼면서 읽어야 되는 작품이다.

-교육도 받지 않고, 사람들과 만남도 잘 가지지 않으며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나’는 지난 여름, 어렸을 적 절친한 친구였던 그러나 갑자기 자신을 떠나버린 ‘크누텐’과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이윽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조차 꺼려하기 시작한다. 그는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럽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신선하고 서스펜스적인 문체에 읽으면 읽을 수록 더욱 쉽게 빠져들며 긴장감이 조금씩 쌓이면서 끝날 때 까지 결코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일상적인 내용이지만 무언가 벌어질 것 같은, 혹은 벌어진 것 같은 느낌은 인간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감이라는 감정을 독자로 하여금 저릿하게 느껴볼 수 있게 한다.

-그는 왜 불안해 하는 걸까? 그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도대체 무엇 일까?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그때였는데, 그 어떤 것도 이전과는 같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98p”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것이 그가 불안해하는 이유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말을 단순히 표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 속에는 사실 더 많은 것들이 내포 되어 있다. 가령 모든 것은 달라졌고 또 달라지지 않았다. 그게 그를, 그리고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보트하우스>는 주인공이 무엇을 불안해하는 것인지는 전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또한 사건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저 감정이다.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혹은 많은 것이 변했음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 것들에 종종 두려움을 느낀다. 사소하지만 우리를 두렵게하는 것들. 우리는 그가 전하는 그 감정의 앙금을 음미해야 된다.

-일상적인 상황과 언어 그 속에서 발견하는 진짜 우리의 감정. 과거의 기억이 우리의 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과거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것은 언제나 치고 있는 파도였고, 점점 더 자라고 있는 살갗이었다. 그녀의 키스는 내 살갗에 자국을 남겼다. 그 자체가 내 몸속에 파고들어 그 자리에 남았다. -105p” 작중 ‘나’는 어렸을 적의 일을 평생 잊지 못하고 간직하면서 그로부터 나오는 불안감을 불안감의 이유를 찾지 못하며 두려워한다. 이것이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이며, 우리를 두렵게하는 것이다. 욘 포세는 마치 이 감정을 정확하게 알고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작품은 처음 읽는다. 우선 문체의 독특함과 낯선 문단의 구성에 신선함을 느끼고, 스토리 전개 방식에 소름이 끼친다. 과연 “작가들의 작가”는 달라도 뭔가 다르다. 이 작가가 그리는 다른 세계들은 어떠할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빠른 시일 내에 그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