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너의 마음이 궁금해 -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한 것 투성이인 우리 아이의 행동
김지은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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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육아서적을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서” 만 읽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생각은 전적으로 틀렸다. 물론 아이를 잘 기르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나는 “자신을 위해서” 읽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유년시절에 자신도 모르게 생겼을 상처를 인식하고 스스로 치유하고, 아이를 더 잘 기르면서 자존감을 회복함과 동시에 상처를 되물림 하지 않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 이건 오롯이 아이만을 위한 과정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 한다. 나는 미래에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 종종 육아서적을 읽는데, 사실 내 자신의 문제가 뭔지 고민이 될 때 집어드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이상하게 자기 확신감이 줄어들어 자꾸만 우울해지던 와중에 북폴리오에서 <엄마는 너의 마음이 궁금해> 가 출간 되었고, QnA 형식의 육아서적이라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힘든 일이 생기면 전문가를 찾아가는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사랑은 주면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상처를 받게 됩니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에게 받는 사랑이 첫사랑이기 때문에 그 사랑을 바탕색으로 그 위에 다양한 사랑을 덧씌우게 됩니다. 그러니 부모의 사랑이 기본색이 되는 것이지요. -16p”

-나를 살아있게 해주는 존재이자, 가장 처음 만나는 사람이자, 처음 사랑하게 되는 사람은 바로 부모님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모 또한 아이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들은 다 저러면서 크는거야” 라며 방치하는 부모도 있으며 사소한 문제에도 “내 아이가 나중에 잘 못 되는 것은 아닐까?” 라며 과잉반응 하는 부모도 있다. 이런 성향은 자신의 유년시절 기억을 통해 생겨나게 되고, 안타깝게도 세상을 처음 접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알게모르게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럼 내가 모르는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아이를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 해야 할까? 아마 전문서적을 읽어나 인터넷에 검색을 하거나 전문가를 찾아갈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잘못 된 정보도 함께 퍼져있기 마련이고, 전문서적을 읽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항상 전문가를 찾아갈 수만도 없는 법이다. <엄마는 너의 마음이 궁금해> 는 QnA 형식으로 엄마들의 궁금증이 제목에 나타나 있어 목록에서 내가 원하는 것만 쏙쏙 골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저자들도 이점을 고려한 것인지 바로 앞 질문에서 알려준 내용을 뒷 질문에서도 반복해서 알려준다.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을 한다면 반복습득을 통해 더 잘 흡수할 수 있게 되고, 원하는 페이지만 읽을 경우에는 다른 페이지를 추가로 읽거나 부족함 없이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석세스 에이징>과 함께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유년시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인식 한다면 우리 아이들을 더 좋은 방향으로 키우고 싶다는 욕구도 높아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또한 <엄마는 너의 마음이 궁금해>는 단순히 엄마들의 질문에 ‘실천 행동’에 대해서만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것 부터, 잘 못 된 방식의 훈육이 앞으로 자녀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까지 일러주기 때문에 아이 문제를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내가 지금 왜 이런 성격인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심리학 도서를 보면 유년시절의 상처를 치유해야 더이상 반복 된 실수를 안한다고 하면서 그 어떤 도서도 유년시절의 상처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 도서를 읽음으로써 “나의 문제”도 직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부모 뿐만 아니라 자신을 알고싶은 사람에게도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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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합류하게 된 독서모임 도서가 독립출판물 이어서 우연찮게 ‘이막이’ 다음으로 꽤 빠르게 독립서적을 읽게 됐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고 네이버에서만 구입이 가능한 것 같은데... 독립서점에서는 구입이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구입 경로가 한정적이라는 점이 번거롭기도 하면서 동시에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처음 딱 손에 들었을 때에는 ‘와 이거 신경 제대로 썼는데?’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깔끔한 포장과 제본. 속지까지 두툼하고, 거기에 깔끔한 인쇄 까지! 심지어 책 띠지까지 단단하고 아기자기해서 마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추가로 귀여운 인스까지 몇 장 함께 동봉되어 있다. (귀찮아서 찍지는 않음) 그래서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이래서 독립서적을 읽는 거지!’ 하는 마음과 ‘이거 완전 선물 받은 느낌이잖아!?’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고, 나에게는 낯선 세계인 ‘서핑’ 과 ‘일상탈출’ 이라는 주제에 기대감이 샘솟았다.

-독특하게도 스토리 형식의 만화와 수필이 번갈아 나열되는 구조다. 그림에 글, 거기에 자신의 마음까지 담으려고 하니 얼마나 많은 노력과 부담감이 이 책에 실려 있을지 생각이 들어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많은 노력이 담겨져 있는 책이구나, 하는 기분이 책을 펼쳐서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 까지 이어져 누군가의 자식을 손에 안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과 마음은 독립출판물을 읽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만화의 내용은 저자가 상상한 ‘서핑의 역사’ 부터 서핑을 사랑하는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괴리감, 그리고 그로부터의 과감한 탈출, 탈출 후기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림체가 독특하면서 아기자기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만화의 중간중간에 끼여 있는 수필은 각 만화 파트에 어울리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져 있고, 조금은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이 드는 문체였다. 전체적으로 ‘서핑을 사랑하는 사람의 일기장’ 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풍겼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과 그럼에도 일을 해야하는 마음 사이의 갈등이 담겨져 있어다. 그러나 아쉽게도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이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엮은 책 같은 느낌이 크게 들었고, 일과 취미생활 사이에서의 갈등과 그 갈등 해결 과정을 제외하면 공감이 크게 가지는 않는다. (너무 서핑!!!!!!!!! 하는 느낌)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과감하게 일상을 탈출하는 모습에서 용기와 삶의 적절한 조절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역시는 역시인지 가독성이 굉장히 별로였다. 만화 속의 글씨는 너무 작았고 폰트 선택도 큰 미스로 판단 된다. 읽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마치 눈이 안보이는 사람 처럼 자꾸만 책이 얼굴 앞으로 와있었다... 그리고 빈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하려 한 것 같은데 글쎄.. 오히려 자꾸 흐름이 끊기는 부작용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에 좋다고 느꼈던 단단한 종이가 페이지 넘기기가 무척 힘들다는 깨달음을 전해줬다. 굉장히. 심각하게 불편했다. 그래서 여러모로 내용이 마음에 다가오기 전에 불편함 부터 느껴지니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잘 받아들이지 못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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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 생각의 동반자, 소크라테스와 함께하는 철학 수업
허유선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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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은 아니다. 빛나는 것이 모두 다이아몬드는 아닌 것처럼 -76p
우리의 생각으로 인해 그들은 이미 우리의 세계 안에 포함되어 있다.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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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하면 괜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철학책을 읽으면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고, 나만 어렵게 느끼는 것인지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찾아 읽게 되는 입문서는 또 너무 쉽거나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건 내가 생각하는 철학이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 내가 만나게 된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는 바로 이 물음에서부터 출발한다. ‘철학함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고자 할 때 조급하게 꼭대기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초심자용은 너무 재미없고, 전문가용은 너무 어려워서 자존감이 낮아짐의 반복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치 그런 독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기초부터 차근차근 꼼꼼하게 다지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철학하는 재미를 독자에게 건네준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놀란건, 독자를 실천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철학을 막연히 어려워 하거나 철학이 무엇인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대화 형식의 독특한 전개 방식과 독자가 직접 적어볼 수 있는 페이지를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철학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다른 입문서 처럼 철학의 역사부터 유명한 역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나열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것만 담겨져 있으며 그것도 유쾌하고 참여하고 싶은 방법으로 담겨져 있다. 적절한 설명과 적절한 참여유도, 적절한 기록적 역사까지 모두 적절히 모여 완벽한 모두를 위한 철학 입문서가 완성 된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나의 ‘인생 철학’을 정리해 봤고, 책에 나와있는 상세한 철학하는 과정을 따라 나의 생각을 정리해 봤다. 아직은 처음이라 어색하고 번거롭고 귀찮기도 했지만, 가슴 속에 뭔가 뜨거운게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많은 참을 향해 가고 싶고, 참이 아니라면 참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싶어졌다. 그로인해 내 삶이 조금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도 하게 됐다. 도서 추천을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에게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를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 철학하는 삶을 살아가며 인생을 유의미하게 바꿔나가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생각만큼 철학은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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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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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지독하도록 매혹적인 책들이 있다. 홀린 듯 품에 안아 놓고도 왠지 모를 두려움에 손에 들기를 망설이게 되는 작품. 한스미디어에서 작년 3월에 출간 된 <XX : 남자 없는 출생> 이 나에겐 그런 책이었다. 과학의 발전으로 난자와 난자를 결합해 ‘여자’아이 만을 낳을 수 있다는 가상의 이야기. 시작하기 전부터 흥분되고 긴장되는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페미니즘이 유행을 하면서 본래의 의도와 다르게 성과 성의 무의미한 전쟁이 반복되는 시대라 더욱 손에 들기 무서웠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호기심이 이겼고,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절대 단순히 sf 소설이나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라 우리에게 좀 더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즈비언인 줄리와 로지는 로지의 강렬한 소망으로 아이를 가질 계획을 하게 되고, 마침 ‘난자 대 난자’ 결합의 임상 실험자를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르는 남자의 정자 없이, 오롯이 두 사람을 닮게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작성하게 된 그녀들은 운좋게도 첫 번째 실험자로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고, 정상적으로 임신에 성공한다. 기자로 일하는 줄리는 언론에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임신 과정과 사실을 전한다. 그런데 어느날 기자가 찾아와 인터뷰를 권하고, 줄리는 누군가 유명 신문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신감은 잠깐, 수 많은 언론과 사람들의 적대심을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힌 줄리는 로지와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고자 하루하루 발버둥 치며 살아가게 된다.

-난자와 난자의 결합이라는 매혹적일 수 밖에 없는 발달한 과학이 담긴 sf적인 큰 틀에 현대 시점으로 펼쳐지며 현 시대의 문제가 담긴 사회정치적인 소재, 거기에 외부의 방해로 어긋나기 시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내적인 갈등까지. 이 모든게 한 권의 책에 담겨져 있다. 게다가 모든 과정이 다소 느리고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스토리 전개는 빠름에도 불구하고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답답함은 책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너무 뛰어나서 느껴지는 답답함이다.

-제목을 쓰는데 한참을 고민했다. 어떤 제목이 적절할까 생각하다가 아직 채 수그러들지 않은 분노를 담기로 하고 조금 과감한 단어를 선택했다. 내가 분노한 이유는 이 책이 ‘페미니즘 도서’이기 때문이 절대 아니다. 내가 페미니즘 도서를 읽을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페미니스트도 반페미니스트도 아니다. 그냥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이 문제를 조금 깊게 들어가자면, 요즘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칭하며 역성차별을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네이버에 ‘페미니즘’을 다시 한 번 검색해보길 권한다. 페미니즘은 차별을 없애자는 움직임인데 왜 역성차별을 하는지?) 내가 분노한 이유는 선택의 자유와 개인의 존엄성이 무참히 밟히고 그걸 조롱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넓고 깊게 묘사 되어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숨이 막혔고, 숨이 막힌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 답답하고 먹먹했다. 타인에 의해 받는 고통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조금씩 서먹해지는 장면에서는 모든 감정이 극에 달해 페이지를 계속 넘기기가 힘들었다. 첫 작품으로 이런 글을 써낼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 경외롭게 느껴진다.

-마지막 페이지로 다가갈 수록 감정이 벅차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XX>를 읽는 동안에 현실과 소설이 구분이 안 되어서 힘들기도 했다. 조금도 스포하지 않고 이 모든 감정을 적어내려하니 너무 어려워서 (아직은 내 능력 밖의 일이라) 결국 조금도 담아내지 못했지만, 재미와 감동 그리고 현대 사회의 문제까지 가득 담긴 소설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정말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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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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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덕후로 살다보면 별의 별 책을 다 만나게 된다. 세상에는 정말 놀랍도록 다양한 도서가 존재한다. 어떻게 이런 책을 출간할 수가 있지? 싶을 정도로 성의가 없는 작품을 만날 때도 있고, 프롤로그 부터 감동해서 그 여운이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 까지 살아 있는 작품, 처음에는 영 별로다 싶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빠져드는 작품 등 정말 다양한 책을 만난다. 믿고 읽는 아르테에서 새로 출간 된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은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거지? 싶으면서도 페이지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는 도서였다. 출간 된 책을 처음 봤을 땐 표지 디자인, 제목, ‘짧은 소설’ ‘농담들’이라는 출판사 소개 문구 까지 도무지 어떤 책인지 예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호기심에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에는 한국 문학의 새로운 이면을 볼 수 있는 도서를 발견 했다는 뿌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어떻게 해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정말 많이 고민했다. 사실 간단명료하게 표현하자면 “난해하다” 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 한다.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한국문학 이면서 초단편 소설이기 때문에 고전문학이나 세계문학에서도 이런 도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단편을 쓰다보면 장편처럼 다 담지 못하는 말들이 파편으로 남게 되고, 장편을 쓰다보면 몇 권에 나눠지는 소설처럼 다 담지 못하는 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초단편이라니. 어쩔 수 없이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하다고 생각드는 이면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놀랍게도 작가는 이 ‘짧은 소설’에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예술과 종교 그리고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들의 강인하고 애잔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농담처럼’ 담아 냈다. 어째서 출판사는 아무리 초단편이라고 할지라도 ‘농담들’ 이라는 표현을 했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다 읽고난 후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농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나 삶의 부조리함, 혹은 진실 된 마음들을 친구에게 넌지시 던진 후 친구가 “뭐라고?” “무슨 소리야?” 라고 되물으면 “아니, 농담이야” 하고 쓸쓸하게 웃으며 가슴속에 묻어 둘,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잊혀질 이야기 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글을 쓰는 입장으로써, 이야기를 짧게, 함축해서 쓴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니까 초단편 소설로 감동을 주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지독하게 잘 알고 있다. 단편 소설도 쓰다보면 분량이 자꾸만 늘어나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해서 깔끔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심지어 무려 40여편. 이 많은 이야기 중에서 유난히 마음을 울리는 몇 편을 따로 표시해놓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찾아보면 그 감회가 또 새로울 것 같다.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은 어쩌면 단편 같고 어쩌면 시 같고 어쩌면 세계문학 같고 어쩌면 한국문학 같고 어쩌면 누군가의 일기장 같은 색다르고 흥미로운 경험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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