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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ㅣ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평점 :
-헝거게임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이자 영화화 후에도 성공을 거듭한 작품이다. 사실 나는 책도 영화도 언젠가 봐야지 하면서 미루고만 있었는데, 이번에 북폴리오 출판사에서 신작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죽이기 시리즈 중 가장 최근에 나온 <팅커벨 죽이기>를 읽고 전작에까지 흥미를 가지게 된 경험으로, 또 ‘멘토‘라는 기존과 다른 방식이 도입 되었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지고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읽으면서 생각보다 탄탄한 세계관과 캐시미어 니트처럼 부드럽고 촘촘하게 짜여진 스토리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고, 다 읽은 후에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과 작가가 던지는 메세지에 경외롭다는 생각 외의 그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몰락한 가문을 되살리기 위해 하루하루를 굶주림과 거짓 속에서 발버둥 치던 코리올라누스는 ‘헝거게임’ 멘토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점점 추락해가는 가문을 다시 일으킬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맡게 된 조공인이 12번 구역의 여자아이 루시 그레이라는 사실에 좌절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신에게 이득이 될 방향으로 게임을 이끌기 위해 코리올라누스는 루시 그레이와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고, 점점 자신의 미래 보다는 그녀가 살아남길 간절히 바라게 되어서, 게임 전 그녀와의 작별 키스 후 끝내 반역에 가까운 행위에 손을 뻗게 된다.
-처음에는 총 583페이지로 어마무시한 분량이라 쫀득한 스릴감을 위주로 어린 소녀소년들이 서로를 죽이는 장면이 많은 분량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실제로 읽어보니 생각보다 코리울라누스의 분량이 많고, 헝거게임에 할애된 분량은 적어서 스토리를 도대체 어떻게 진행 하려고 이렇게 여유롭게 진행이 되는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다가갈 수록 ‘헝거게임은 미끼에 불과했구나’ 하는 생각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전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 이렇게 진행이 되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일었지만, 지루하거나 과하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 시리즈를 모두 읽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고, 그들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책을 손에 들면서 했던 나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나는 이전 시리즈를 읽어볼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는 저자의 의도에 이끌려 따라 가게 된다. 그녀의 손아귀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흥미롭고, 짜릿하고, 쫄깃하고, 경악스럽고, 공포스러운 모든 장면들과 몰아치는 감정들에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모든 감정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는 와중에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고개를 들고 있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가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므로, 너무도 추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코리울라누스가 느꼈듯 그들은 본능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동물일 뿐인 것일까? 감정이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규칙이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이 너무 슬퍼서 뇌리에서 잊혀지질 않는다. 가냘픈 목소리로 노래하는 새의 모습. 완전한 신뢰도 결국은 부서지는 모습. 한순간에 흩어지는 사랑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냥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지나가는 낯선 사람에게 불쑥 책을 권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