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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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위북의 두 번째 출판물이자 신작 <착한 소녀의 거짓말> 제목부터 ‘룸메이트가 전학 오고 소녀들이 죽기 시작했다!’는 카피까지 장르문학 매니아들이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여성이 매혹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표지 디자인까지 책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켜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거기에 1인 출판사에서 두 번째로 선택 된 소설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들에게도 거짓말을 서슴치 않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언제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소설이었다.

-전교생이 200명 밖에 안 되는 명문 고등학교 구드에 애쉬라는 학생이 전학을 온다. 학교로 가는 내내 뭔가를 숨기며 스스로 ‘거짓말은 하지 말자’라고 다짐하는 아름답고 의혹스러운 소녀. 새로운 학교에서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예외적인 전학과 아름다운 외모는 다른 소녀들의 이목을 끌게 되고, 그러자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학장은 사람들이 죽을 때 마다 무언가 숨기기에 급급하다. 그들에게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영리하고 아름다운 소녀들, 거짓말, 비밀이 가득한 이야기라 처음부터 끝까지 묘한 긴장감이 넘실거린다. 거기에 학원물이기에 친구들 사이의 소문과 비밀클럽, 시기 질투가 긴장감과 의문을 더욱 증폭시킨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 될지 궁금해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특히 아름다운 주인공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발언들을 내뱉어 더더욱 그 어떤 것도 믿지 못하게 만든다. 아쉬운 점은 반전이 많이 깔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반전의 놀라움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너무 의심스럽고 너무 의미심장한 스토리가 되려 반전의 묘미를 반감시킨다. 반전이 등장하면 ‘얘기가 이렇게 된다고!?’ 하는 놀라움을 느껴야 하는데, <착한 소녀의 거짓말>에서는 반전이 등장하면 ‘그래서, 다음에 어떻게 되는거야’ 하는 호기심만 증폭 되어서 책을 다 읽고 긴장감이 풀린 후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 반전을 반전으로 즐길 수 없다는 점이 이 책의 장단점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삐뚫어진 욕망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헤치는 어린 소녀. 소름끼치는 계획과 조금의 감정도 없는 실행. 어린 소녀가 범인이라는 점이 이야기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어린 아이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으면 항상 드는 생각이 머릿속에 차오른다. 과연 그 소녀가 괴물인 것일까, 어른이 괴물을 만들어낸 것일까. 아니면 괴물이 괴물을 키우게 되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는 즐거움과, 현실에 대한 씁쓸함이 같은 크기로 마음속에 퍼진다.

-1인 출판사는 사장님의 안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신중하게 선택해서 한 권 한 권 팔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믿음이 가기도 한다. 두 번째 출간물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쏙 들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고 (위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작 소식을 보게 되었는데, 다음 신작도 사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힘든 길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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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것들의 기록
안리나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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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 안리나의 <불완전한 것들의 기록>이 에세이 맛집 필름 출판사에서 출간 되었다. 어느 순간 부터 필름 출판사 신작 소식이 들리면 찾아보게 되었는데, 이번 신작이 (이렇게 말하면 저자에게 죄송스럽지만) 한창 페이스북이 활발 할 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온 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이 큰 흥미를 끌었고, 결국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처음 그녀가 세상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을 때에는 나조차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었던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 견디려고 저런 선택을 하였을까’ 라는 생각이 가장 강했다. 개인적으로 타투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 쓸데 없다는 ‘남 걱정’에 그녀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 수록 무너지지 않고 꿋꿋한, 이제는 성공한 1인기업의 발열에 올라선 그녀가 너무나 멋지게 보였기 때문에 버티고, 올라갈 수 있었던 그녀의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했다. 책을 읽는 내내 사소한 문장에도 눈물이 쏟아졌으며, 다 읽은 후에 어쩐지 큰 위로를 받아버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의 몸에 새겨진 것들만 바라보고 그녀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겉모습으로만 그녀를 판단하고 이야기 했다. 그런 그녀가 너무도 담담하게 풀어내는 진솔하고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 들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가끔 누군가의 힘들었던 기억, 그러나 그걸 딛고 일어난 모습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녀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그렇게 다가온다. 꿋꿋하게 걷고, 사랑하고, 조금씩 성장해 나아가는 삶. 생각보다 더 여린 목소리가 담긴 그녀의 글은 유난히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작고도 확실한 위로를 건네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놀란 부분은 그녀가 온 몸에 문신을 새긴 이유다. 그녀의 성공은 그녀가 서울로 무작정 상경 했을 때 이미 정해져 있는 결과였던 것이다.

-가볍지만 따스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유난히 힘든 하루하루를 견디어내고 있는데 무엇이 힘든지 알 수 없다면, 쉬지 않고 걷고 있음에도 미래가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그녀의 삶을 조금 들여다보면 분명 큰 위로가 될 것이다. 그녀가 건네는 위로는, 꾹 참고 있던 눈물을 밖으로 빼내어 속 시원히 울게 해주는, 그럼으로 독소가 쌓이지 않고 나아갈 용기를 주는 위로이다. 별것 아닌 문장에 소리내어 울고 팅팅 부운 눈으로 잠들어, 다음날 상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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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간 스파이
이은소 지음 / 새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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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움 출판사에서 한국 소설 신작 <학교로 간 스파이>가 출간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 표지가 마음에 안 들고 제목에 떡하니 ‘스파이’ 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되게 유치하게 느껴졌는데, ‘공화국 최대 강적’이 남한의 ‘중2’ 선생님이 된다니 신선한 발상이 아닌가 싶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이 그 무섭다는 중학생, 그것도 2학년의 선생님을 한다면 어떨까?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는 호기심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선생 노릇은 비밀 특수 훈련보다 힘들구나’ 라는 문구에 혹해서 손에 집에 들게 되었다. 다 읽은 후에는 의외로 먹먹함과 평화로운 마음이 가슴 가득 들었다.

-감정까지 거세하는 특수 훈련을 받은 정천. 임무 실패 후 남한에서 청산가리를 먹고 자결하려던 그녀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바로 중학교 선생님으로 잠입해 한 아이를 북한으로 데리고 오는 것. 스스로 북한으로 가고 싶게 만들어 데려오라는 명령으로 학교에 간 정천은 아비규환인 남한 아이들을 보며 기겁을 한다. 북한의 학생들과 비교하며 슬픔과 분노를 느끼게 되는 정천은 거세 된 감정이 조금씩 되살아나게 는걸 깨닫고 당황한다. 가족들도 오롯이 ‘지켜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하던 그녀의 가슴에 ‘좋아한다’는 감정이 올라오게 되고, 감정으로 인해 임무는 날이 갈 수록 점점 꼬이기만 한다.

-처음에는 위에서 말한 것 처럼 단순한 호기심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내내 계속 몰아치는 감정때문에 벅차게 읽어야 했다. 남북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통과 슬픔, 분단으로 인해 겪게 되는 아픔들이 폐부 깊숙한 곳을 찌르며 눈시울을 붉히게한다.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것은 이것 하나 뿐이 아니다. 감정을 죽이고 살아오던 사람이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온갖 변화는 ‘감정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하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벅차 오르게 만든다. 항상 버겁게만 느끼던 온갖 감정들이 있음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는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로 간 스파이>를 읽으며 무엇보다도 크게 느껴지는 것은 학생들의 순수함과, 선생님들의 열정과 사랑 그리고 그들이 가지게 되는 유대관계가 얼마나 돈독하고 특별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구석구석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널려있기 때문에 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드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휴지 준비 하셔야 될 걸요?”

-이렇게 가벼워 보이고 실로 편안히 읽을 수 있지만 묵직한 감동과 이야기를 전하는 소설을 읽으면 속았다는 기분과 함께 짜릿함이 느껴진다. 또 한 권의 보석을 만났구나, 이 보석이 나오기까지 얼만큼의 시간과 지혜가 필요했을까 생각하면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소년소설 느낌도 물씬 풍기기 때문에 자녀와 함께 읽거나 학교 도서관에 비치해두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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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21일만 운동해보기로 했습니다 - 체력과 습관을 바로잡는 21일 루틴의 힘
고민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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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숨쉬는 것 이상의 운동을 굉장히 혐오스러워하는 사람인데,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을 수록 (그리고 맥주가 하루에 한 잔씩 배에 쌓일 수록)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해야 된다와 하기 싫다가 싸우면서 변화 없는 삶을 살거나 일주일만에 포기하기를 반복하다가 올해 초 출간 된 <일단 21일만 운동해보기로 했습니다>를 발견하게 되었고, 흔하디 흔한 ‘홈트로 쉽게 몸매 만들기’ ‘건강하게 살 빼기!’ ‘가장 쉬운 맨몸 운동법’ 따위의 제목이 아니라 ‘일단’이 들어가서 그래 일단 해보자 라는 느낌이 풍기는 동시에, 습관이 형성 된다는 21일을 붙여 놓아서 호기심과 함께 이 책이라면 나도 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다 읽은 후에는 이대로만 한다면 나도 지속할 수 있겠다! 라는 확신이 들었다.

-솔직히 진부한 이야기나 21일 스케줄, 그리고 간단한 운동 정도만 있을 것 이라는 예상을 하고 너무 구구절절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시작 되는 이야기에 한숨이 나왔는데 읽어보니 구구절절 개인적인 이야기나 나는 이렇게 운동해서 성공했다!!! 는 자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운동으로 무엇을 얻게 되었는지, 운동을 어떻게 즐기게 되었는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딱 적절하게 이야기 하면서 ‘운동’이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글자 자체를 호감이 가는 글자로 느껴지게 바꾸어 준다. 그리고 너무 과하고 다양한 운동이 아니라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정도로 가볍고 적은 양의 운동을 그림을 이용해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정도라면 해볼 수 있겠는데?’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저자는 너무 과하면 거부감이 드는 인간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21일 스케줄을 짜주며 운동을 지속하게 해주는 마인드, 역시나 가벼운 식단 등을 알려준다.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는 티가 나는 책 한 권 이었다. 습관에 관한 유명한 자기계발서들 만큼 도움이 되는 책이어서 굳이 운동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나처럼 운동을 혐오하는 사람들에게는 강력추천 하고싶다. 하루 단 10분 21일 이라면 일단 해보고 싶다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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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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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이자 영화화 후에도 성공을 거듭한 작품이다. 사실 나는 책도 영화도 언젠가 봐야지 하면서 미루고만 있었는데, 이번에 북폴리오 출판사에서 신작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죽이기 시리즈 중 가장 최근에 나온 <팅커벨 죽이기>를 읽고 전작에까지 흥미를 가지게 된 경험으로, 또 ‘멘토‘라는 기존과 다른 방식이 도입 되었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지고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읽으면서 생각보다 탄탄한 세계관과 캐시미어 니트처럼 부드럽고 촘촘하게 짜여진 스토리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고, 다 읽은 후에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과 작가가 던지는 메세지에 경외롭다는 생각 외의 그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몰락한 가문을 되살리기 위해 하루하루를 굶주림과 거짓 속에서 발버둥 치던 코리올라누스는 ‘헝거게임’ 멘토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점점 추락해가는 가문을 다시 일으킬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맡게 된 조공인이 12번 구역의 여자아이 루시 그레이라는 사실에 좌절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신에게 이득이 될 방향으로 게임을 이끌기 위해 코리올라누스는 루시 그레이와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고, 점점 자신의 미래 보다는 그녀가 살아남길 간절히 바라게 되어서, 게임 전 그녀와의 작별 키스 후 끝내 반역에 가까운 행위에 손을 뻗게 된다.

-처음에는 총 583페이지로 어마무시한 분량이라 쫀득한 스릴감을 위주로 어린 소녀소년들이 서로를 죽이는 장면이 많은 분량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실제로 읽어보니 생각보다 코리울라누스의 분량이 많고, 헝거게임에 할애된 분량은 적어서 스토리를 도대체 어떻게 진행 하려고 이렇게 여유롭게 진행이 되는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다가갈 수록 ‘헝거게임은 미끼에 불과했구나’ 하는 생각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전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 이렇게 진행이 되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일었지만, 지루하거나 과하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 시리즈를 모두 읽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고, 그들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책을 손에 들면서 했던 나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나는 이전 시리즈를 읽어볼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는 저자의 의도에 이끌려 따라 가게 된다. 그녀의 손아귀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흥미롭고, 짜릿하고, 쫄깃하고, 경악스럽고, 공포스러운 모든 장면들과 몰아치는 감정들에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모든 감정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는 와중에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고개를 들고 있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가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므로, 너무도 추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코리울라누스가 느꼈듯 그들은 본능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동물일 뿐인 것일까? 감정이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규칙이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이 너무 슬퍼서 뇌리에서 잊혀지질 않는다. 가냘픈 목소리로 노래하는 새의 모습. 완전한 신뢰도 결국은 부서지는 모습. 한순간에 흩어지는 사랑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냥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지나가는 낯선 사람에게 불쑥 책을 권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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