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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간 스파이
이은소 지음 / 새움 / 2020년 8월
평점 :
-새움 출판사에서 한국 소설 신작 <학교로 간 스파이>가 출간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 표지가 마음에 안 들고 제목에 떡하니 ‘스파이’ 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되게 유치하게 느껴졌는데, ‘공화국 최대 강적’이 남한의 ‘중2’ 선생님이 된다니 신선한 발상이 아닌가 싶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이 그 무섭다는 중학생, 그것도 2학년의 선생님을 한다면 어떨까?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는 호기심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선생 노릇은 비밀 특수 훈련보다 힘들구나’ 라는 문구에 혹해서 손에 집에 들게 되었다. 다 읽은 후에는 의외로 먹먹함과 평화로운 마음이 가슴 가득 들었다.
-감정까지 거세하는 특수 훈련을 받은 정천. 임무 실패 후 남한에서 청산가리를 먹고 자결하려던 그녀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바로 중학교 선생님으로 잠입해 한 아이를 북한으로 데리고 오는 것. 스스로 북한으로 가고 싶게 만들어 데려오라는 명령으로 학교에 간 정천은 아비규환인 남한 아이들을 보며 기겁을 한다. 북한의 학생들과 비교하며 슬픔과 분노를 느끼게 되는 정천은 거세 된 감정이 조금씩 되살아나게 는걸 깨닫고 당황한다. 가족들도 오롯이 ‘지켜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하던 그녀의 가슴에 ‘좋아한다’는 감정이 올라오게 되고, 감정으로 인해 임무는 날이 갈 수록 점점 꼬이기만 한다.
-처음에는 위에서 말한 것 처럼 단순한 호기심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내내 계속 몰아치는 감정때문에 벅차게 읽어야 했다. 남북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통과 슬픔, 분단으로 인해 겪게 되는 아픔들이 폐부 깊숙한 곳을 찌르며 눈시울을 붉히게한다.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것은 이것 하나 뿐이 아니다. 감정을 죽이고 살아오던 사람이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온갖 변화는 ‘감정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하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벅차 오르게 만든다. 항상 버겁게만 느끼던 온갖 감정들이 있음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는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로 간 스파이>를 읽으며 무엇보다도 크게 느껴지는 것은 학생들의 순수함과, 선생님들의 열정과 사랑 그리고 그들이 가지게 되는 유대관계가 얼마나 돈독하고 특별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구석구석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널려있기 때문에 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드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휴지 준비 하셔야 될 걸요?”
-이렇게 가벼워 보이고 실로 편안히 읽을 수 있지만 묵직한 감동과 이야기를 전하는 소설을 읽으면 속았다는 기분과 함께 짜릿함이 느껴진다. 또 한 권의 보석을 만났구나, 이 보석이 나오기까지 얼만큼의 시간과 지혜가 필요했을까 생각하면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소년소설 느낌도 물씬 풍기기 때문에 자녀와 함께 읽거나 학교 도서관에 비치해두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