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지음 / 새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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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움 출판사 서포터즈로 받아보게 된 신작 에세이 <환상의 동네서점> 사실 처음 신작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특색있는 동네서점에 대한 이야기 라고만 생각하고, 앞으로 들러보기 전에 미리 경험을 한다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나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인연이 있는 책이었다. 다름 아닌 ‘군산’의 동네 서점들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고, 나는 이년 정도를 군산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가 들렀던 서점들의 이야기가 더 깊게 다가왔다. 울고 웃으며 함께 읽는 즐거움을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저자 배지영 작가님이 ‘동네서점 상주작가’를 하게 되면서 동네서점에서 경험한 일들이 담겨져 있다. 작은 서점에서 함께 읽고 쓰고 경험하며 용기를 얻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함께 울고 웃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우리가 작고 소중한 것들을 얼마나 잊어버리고 있었는가 하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 지기도 하고, 사소한 것에 일어날 힘을 얻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울컥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꼭 독특하고 특별해야만 ‘환상적’인 것은 아니다. 환상은 우리의 바로 옆에 있는 것이었다.

-솔직히 ‘도서 정가제’가 실시 되면서 독자의 입장에서 한숨이 가장 먼저 흘러나왔다. 한 달에 다섯 권. 꽤 많은 비용이 들어 할인하는 목록을 즐거이 훑어보던 나였기 때문이다. 더더욱 출판업이 흥해야 나의 흥한 기분도 커지기 때문에, 출판사가 괜찮으련지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한 번도 서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요즈음 도서 굿즈가 정말 잘 나오기 때문에.. 일부러 읽고싶은 책을 모아뒀다가 한 번에 사기도 했는데 도서 정가제가 동네서점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글을 읽으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읽고 쓰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동료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아름다운 책을 읽으면 항상 쌩뚱맞는 것들을 반성하곤 하는데, <환상의 동네서점>을 읽고난 후에는 제발, 나무가 아니라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동네 서점에 가서 책의 향기를 듬뿍 맞자고.

-늘 읽고 쓰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네들 끼리만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도.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우리는 읽고 쓰는 행위에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라고. 우리는 우리와 같은 사람을 만나면 기꺼이 두 팔 벌려 껴안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고. 읽고 쓰는 행위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도서다. “우리 함께 읽을까요?” 하고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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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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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덜컥 구입해버린 <골동 기담집> 알고보니 일본 문호들이 사랑한 작가였다. 그의 약력을 보면 굉장히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리스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땄다가, 일본을 사랑해 생의 마지막은 일본에서 맞이한 사람. 일본에 영어를 가르치고 서양에 일본을 알린 작가다. 옮긴이가 말하듯 그의 운명적인 사랑도 꽤나 눈길이 간다. 솔직히 괴담이나 환상문학을 기대하고 읽었기 때문에 작품 자체는 괜찮음에도 적잖은 실망감을 느껴야 했는데, 마지막에 적힌 저자 약력은 정말 흥미로웠다. 그의 평론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읽어볼 것 같다.

-일단 경고를 해야 겠다. ‘기담‘이라는 글자에 혹해서 구입하려는 분들은 분명 후회할 것이다. 괴담이나 기담. 환상 문학도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글은 일본의 풍류를 알리는 글이거나 저자의 철학이 담긴 글들이다. ‘골동 기담집‘ 보다는 ‘골동 사상집‘ 이 더 어울리는 작품집이다. 괴담이나 환상문학은, 이 이야기가 이 작가의 글이었어!? 할 정도로 어렸을 적에 우리가 흔이 들었던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리고 어찌됐든 오래 된 향기가 풍기기 때문에 ‘고전은 고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괴담을 생각하고 집어든 책이었기 때문에 실망을해서 그렇지 그의 사상을 읽는 것도 사실 충분히 매력적이다. 작은 벌레에도 큰 애정과 관심을 쏟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하나로 연결 되어 있다는 그의 사상은 터무니없어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력적이기도 하다.

-일본 고전 문학의 풍류를 느껴보고 싶다면 고민없이 <골동 기담집>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일본 서민들의 일상부터 잔잔한 괴담, 그리고 죽음에 대한 저자의 사상과 작은 생명체의 아름다움까지 두루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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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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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상반기 도서 투표 이벤트에 당첨 되어서 받게 된 <여름의 겨울> 사실 ‘경의로운 성장소설’이라는 문구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성장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호밀밭의 파수꾼과 데미안은 내 인생 최악의 소설들) 꽤 늦장 부리다가 이제야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청량한 색감과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이 성장소설을 꺼리는 마음을 이긴 것이다. 이렇게 싫은 마음과 호기심이 뒤섞여 집어든 소설은, 갑갑하고 두려운 마음에 단숨에 읽어나가기가 어려웠다. 어린아이가 이 모든 것을 견디어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가슴이 미어지게 만들었다.

-사냥을 좋아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동물을 사랑하고 아버지의 폭력에 무력한 어머니 사이에서 남동생 질의 환한 웃음만 볼 수 있다면 된다는 마음으로 살고있는 소녀. 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눈 앞에서 한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질은 그날 이후로 웃음을 잃어버리게 된다. 소녀는 타임머신을 발명해서 동생의 웃음을 되찾겠다는 마음으로 공부에 전념하는데, 자신의 신체에 변화가 생기면서 자신도 아버지의 먹잇감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데미안와 호밀밭의 파수꾼이 내 인생 최악의 소설이었던 이유는 지루함 이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성장 소설은 어쩔 수 없이 지루함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름의 겨울>을 읽으면서는 성장 소설이, 어린 소녀의 하루하루를 기록한 이야기가 이토록 갑갑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갑갑하고 두렵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희망과 씩씩함이다. 가정폭력과 동물학대가 빈번한 환경에서 소녀는 쉬이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고 굳건하게 일어서 있는다. 두려움이 조금씩 마음을 죽여갈 수 있는 환경에서 이 씩씩한 소녀가 끝내 무너지면 어떡하지 그리고 얼마나 더 과한 상황이 이 아름다운 소녀를 괴롭힐지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기가 힘들어 몇 번이고 쉬었다가 읽어야 했다.

-진정한 성장소설이란 이런 걸 의미 하는 것이 아닐까 철학적 사유와 끊임없는 고민과 생각을 거듭해 ‘나’를 찾아가는 것도 분명 성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성장은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을 잃지 않는 것, 멈추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경이로운 성장소설이라는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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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 - 주변에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 않은 어쩌다 보니, 시리즈 2
안지영 외 지음 / 북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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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작가님께 선물 받아서 읽어보게 된 <보통 사람들> 방송국 기자단을 통해 알게 된 인연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지극히 보통의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과연 어떤 사연이 담겨져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책을 집어들게 되었고, 책을 읽는 동안 다섯 명 각자의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인연, 그리고 나 결국은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범하다거나 특별하다는 수식어는 사람들을 일정한 틀 안에 욱여 넣어 개개인의 특별함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그 평범함 속에 자신이 속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인간관계를 원할하게 맺는 우리 모두는 평범한 사람이고, 동시에 그 속에서 개개인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특별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평범하다는 것도 특별하다는 것도 결국 수식어에 불과하고, 그러한 이중잣대로 쉽게 판단 될 수 없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이야기들은 결국 글이 되어 남는다.

-유난히 ‘관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고, 그런 관계들이 소중하든 소중하지 않든, 지금의 나를 만들고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고. 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나가고, 인연을 만들면서 또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들에게 어떻게 해왔는지를 생각하며 반성을 하게 된다. 나도 오늘은 진부한 한 마디를 해보려고 한다. ‘내옆에 있어주어 고마워’ 라고.

-끊임없이 많은 생각을 하며 많은 활동을 하고 많은 사람들과 호의적인 관계를 맺는 저자들의 이야기를 보며 많은 자극을 받게 되었다. 결국에 책을 출간하고야 만 저자들의 실행력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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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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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선물 받아서 읽어보게 된 아르테 작은책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박솔뫼 저자의 <인터내셔널의 밤> 작은책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휴대하기 용이하면서 읽기에 불편하지 않은 사이즈와 현대적인 표지 디자인이다. 방에다 세워 두기만 해도 인테리어가 되는 감각적인 디자인이다. 거기다 한국문학 시리즈라는 점도 한국문학을 어려워 하거나 많은 페이지에 압도 되어 소설을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가볍게 접근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실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었지만, 마냥 가볍기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친구의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에 가기 전 부산에 들른 한솔. 부산행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나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한솔은 기차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나미는 어딘가로 도망가고 있었고, 한솔은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사람은, 한솔이 부산에 잠시 머무는 동안 몇 번의 만남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책을 읽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책 속의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들. 모든 이야기는 어떻게든 생겨나고 흘러가고 사라진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인지라, 사람과 이야기를 따로 떼어 놓을 수는 없다. 사람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많은 생각들을, 어쩌면 쓸모없는 단상에 지나지 않는 생각들을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야하는 생각들을 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다시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와 만난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나누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다시 또 이야기가 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자의 의도는 눈곱만큼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으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고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저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그래서 한국 현대 소설을 회피하는 경향이 조금 있기도 ^^;) 이야기 자체가 크게 어렵거나 복잡하게 숨겨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문장에 현기증이 느껴지고, 모든 이야기들이 이해는 되는데 흡수가 되지 않아 답답했다. 한국 현대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성장한 후에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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