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자세한 고양이 질병 대도감
오가타 무네츠쿠 지음, 백영기 외 옮김 / 로얄에이알씨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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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서 읽게 됐다. 무엇이 억울했냐 하면, 집사는 보통 수의사의 말을 믿고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의학적인 지식이 풍부하고 경험이 다양한 수의사를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희귀한 질병에 걸렸을 때 ‘우리 아이를 실험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적이 있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답답한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그 아이는 결국 치료 스트레스로 세상을 떠났다.) 또 여러가지 방편이 있는 질환에 대해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없겠느냐고 물어볼 수 조차 없는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었고, 무작정 수의학 서적을 찾다가 제목에 이끌려 <최신 자세한 고양이 질병 대도감>을 구입하게 되었다. 80,000원 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기대감과 긴장(얼마나 어려우련지?)이 동시에 들었는데. 솔직히 처음 받아보고는 좀 실망스러웠다. 너무 크고 얇은 책은 8만원의 값어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 읽고(공부하고)나니 그럭저럭 가격값은 한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질병 수록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많은 고양이가 걸리는 신부전이나 심장비대증 따위의 질병도 포함되어 있지만 수 많은 고양이를 기르며 흔치 않는 질병도 겪어온 내가 보았을 때 정말 발생하기 힘든 질병도 포함 되어 있다. 반면에 꽤 흔하게 발생하는 곰팡이성 피부병이나 선천성 대퇴골 이상 같은 질병은 찾을 수 없었다. 다양한 질병이 수록되어 있다고는 전혀 말 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질병이 없다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준을 판단하기 정말 어렵다만. 어렴풋이 따져보자면, 아마도 수의학에서 기초쯤으로 보는 질병들이 수록되어 있는건 아닐까 싶다. (출간 된지 십년 정도 된 걸로 봐도 이편이 납득이 된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이해되기 쉽게 표현 되고 설명 되어 있다. 동시에 그림이나 사진이 굉장히 현실적이기 때문에 혐오스러운 감정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뭐 각설하고 그림이나 사진이 있어 더 쉽게 이해 되지만, 글로도 충분히 이해 되게 잘 쓰여 있다. 누가 읽더라도 쉽게 이해가 되도록 쓰였다. 병의 증상, 발발 이유, 치료방법, 예후 까지 자세하게 쓰여 있고, 기초적인 생리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신체가 돌아가는 방식, 그로인해 병이 생기는 이유) 문제는 고양이는 정말 웃음 나오게도 예후가 좋지 않거나 치료법이 없는 질병이 80%라는 점.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 하거나 이런 병이구나 하고 예상하는 대에 ‘만’ 도움이 된다. 물론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하면 삶의 연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통의 시간이 연장 되는 것 뿐 아닌가 싶은 생각이라.(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람에 따라서 삶의 연장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나는 사람도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는 삶을 연장하는게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질병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해야 된다.

-보통의 동물 서적은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법’ ‘아이의 생각은 무엇일까’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것일까’에 대한 내용인데, 이 책은 일단 기본적인 아이들 신체 구조와 질병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이해할 수 있으며, 아이들에게 미묘한 변화가 생겼을 때 판단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다. 물론 초보 집사분들은, 이 책 외에 다른 전문서적을 읽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단 병원에 대려가 상담 받으시길 추천 드린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면 지식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 가격을 떠나서 집사와 수의사의 소통, 집사의 지식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일반인들을 위한 이런 도서가 더 많이 발전 되어서 꾸준히 출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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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말하지 않을 것
캐서린 맥켄지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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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 출판사에서 협찬으로 보내 주셔서 읽어보게 되었다. 장르문학 마니아지만 조금씩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이나 독자가 추리에 참여할 수 없도록 끝까지 숨겨져 있다가 마지막에 비밀이 밝혀지는 심리스릴러 특유의 진행 과정은 책을 읽는 동안 감정소모가 생각보다 크고, 지루함 또한 크게 느껴져서 즐겨 읽는 장르는 아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반전에 항상 전율을 느끼게 되어서 가끔씩 손에 집어들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기대 반 두려움 반 으로 읽기 시작한 <절대 말하지 않을 것>. 그러나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읽었으며 오히려 ‘내 인생 최고의 심리스릴러’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기차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고, 유산상속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맥알리스터 가족이 모이게 된다. 모두들 무언가 꺼리는 듯한 기분으로 하나 둘 캠프 마코에 도착한다. 유년시절 추억이 가득한 장소이면서 동시에 20년전 사건으로 인해 모두들 잊고 싶어하는 장소. 그 장소에서 변호사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투표를 통해 첫째 라이언에게 유산을 줄지 주지 않을지 정하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20년전 사건의 범인이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함께 남겨 5명의 남매에게 충격을 준 것이다. 그들은 공정한 유산 분배를 위해 정말 라이언이 범인인지 20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서로가 간직하고 있던 비밀에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아름다운 동시에 잊고싶은 충격적인 기억으로부터 최선을 다해 도망친 가족들. 그로인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가족 간의 사이에도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각자의 ‘비밀’은 서로에게 거리를 두게 만들면서 동시에 가슴 속에 묵직한 죄책감과 책임감이 생기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장난같은 아버지의 유서 한 장으로 그들이 숨겨온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독자들은 하나 둘 밝혀지는 비밀을 보며 범인이 누구일지 추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마치 독자들을 조롱하듯 계속 되는 반전과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에 감탄하게 된다. 제목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은 등장인물 끼리의 다짐인데, 이 다짐이 무너지면서 독자에게는 오히려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끝까지 단언할 수도, 긴장을 풀 수도 없다. 절대 풀 수 없을 것 처럼 꼬인 실타래는 작가가 마지막에 마법처럼 완벽하게 풀어내 보인다. 엉킨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모습을 보는 동안, 지루함이 들어설 틈은 조금도 없다.

-심리스릴러는 가족과 관련 된 스토리가 많은데, 대부분은 추악하고 이기적인 면모를 보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러나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은 다르다. 오히려 숨겨져있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가슴이 따뜻해지게 만든다. 그렇다면 재미가 없거나 심리적인 스릴리 반감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다정하고 따뜻한 등장인물 중에서 도대체 누가 범인인 것일까 하는 긴장감. 그는, 그녀는 아니겠지? 하는 믿음에 의한 불안함. 그리고 계속 느껴지는 다정함에 오히려 놀라움과 흥미진진함이 배가 된다.

-읽는 동안 정말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초반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많은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상처와 비밀에 다가가며 충격에 충격의 연속이었으며 또한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심리 스릴러 하면 가장 먼저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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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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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유전>을 읽은 후 참지 못하고 바로 손에 집어든 <안락> 이 책도 선물받아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이 풍기는 편안하면서도 두려운 느낌을 가장 먼저 받았다. ‘안락’ 이라는 단어는 편안하다 라는 의미가 있지만 여기에 한 글자만 붙이면 죽음을 뜻하는 ‘안락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감정을 전달해 줄지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역시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 이었다.

-말 했다 하면 하고야 마는 외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럽 여행을 다녀오신 후 가족들을 모아놓고 안락사를 하겠다고 선언하신다. 가족들은 저마다 다양한 반응으로 할머니의 의견을 존중 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하면서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결국 그날이 다가오게 된다.

-어려서부터 60세가 되면 스위스로 날아가 안락사로 죽겠다고 결심했다.(사실 원래는 50었는데 최근에 조금 늘어났다.) 그러니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면서 살자고. 주변 사람들이 이러한 나의 생각을 존중해주길 바랐고, 언젠가 이야기할 때가 되었을 때 아무도 충격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수시로 사방에 말하고 다녔다. ‘나는 안락사 할거야!’ 아주 어려서부터 죽음을 생각했고, 때문에 올바르고 아름다운 죽음을 바라게 되었다. 덕분에 죽음 자체는 두려워한 적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동시에 아이러니하게 질병이나 사고로 내가 원치 않는, 어딘가 망가져버린 후에 찾아오는 죽음은 극도로 두려워하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서 편안한 표정으로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는 상태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완벽한 이별의 인삿말을 한 후 맞이하는 죽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스스로 선택해서 경건히 받아들이는 죽음. <안락>은 그런 죽음을 선택한 사람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사실 나는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주변 사람들은 그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해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그 전제가 ‘죽음’이라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안락>을 읽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스스로 선택하는 평온하고 완벽한 죽음. 그 속에는 살아가는 동안 만나온 많은 사람들과의 이별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삶의 흔적을 정리하며 조금씩 죽음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 먼저 자리한다. 더욱이 앞으로 살 날이 아직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강제로 이별을 고하고 남은 생을 살아가는 동안 나의 빈자리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가장 완벽하고 편안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죽음에는 타인들의 슬픔이 자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완벽한 죽음’은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아니 ‘완벽한 죽음’은 있을지라도 ‘완벽한 이별’은 없다는 것을.

-<안락>을 읽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을까. 죽음에 관해 이토록 담담하면서도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책이 한국 작가의 손에서 탄생 했다는 것이 마냥 기쁘게 느껴진다면, 아무래도 나는 이상한 사람인걸까. 은모든 작가님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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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플랫폼 - 빅데이터의 가치가 현실이 되는 순간
이재영 외 지음, 김길래 감수 / 와이즈베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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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활동 도서로 받게 된 와이즈베리 출판사의 신작 <인사이트 플랫폼> 지금 우리는 빅데이터,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새 시대가 도래하며 노동의 종말을 두려워하는 사람,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신경쓰지 않는 사람, 데이터 관련 직업을 가지며 미래를 준비중인 사람 등 다양하게 맞이하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이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는지 와는 상관 없이 빅데이터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초연결 시대가 바짝 다가온 미래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담겨있는 책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드는 궁금증은 이런 것일 것이다. 빅데이터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빅데이터 시대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데이터는 어떻게 모이고 처리되고 활용 되는 것일까.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렴풋하게 ‘슈퍼 컴퓨터로 인터넷상의 모든 것을 모아서 처리하고 관리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계시던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그 한가운데에 속해 있으며 이미 데이터 기반 기업들의 홍보 전략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점점 더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사이트 플랫폼>은 초연결 시대에 사회, 경제, 교육, 정치는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대비해야 좋을지 부터 시작해서 빅데이터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깔끔하게’ 정리하여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플랫폼이나 초연결,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처음 접해도 조금도 어렵지 않게 쓰여졌으며, 경제경영 도서 특유의 딱딱함이 느껴지지 않아 쉽고 부드럽게 읽혀서 깜짝 놀랐다.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과 기본에 충실하며 중요한 포인트는 조금도 놓치지 않는 알찬 내용에 초연결 시대를 맞이하며 기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도서이다.

-거의 두 달 만에 읽는 경제경영 도서를 쉽고 빠르게 흡수하며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더불어 앞으로 이 분야를 더욱 많이 공부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다가오는 시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명하게 살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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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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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출판사 ‘작은책 시리즈’ 신작이 출간 되었다. 심지어 무려 강화길 작가님의 작품.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시리즈라 제대로 감을 잡지 못했음에도 읽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감사하게도 협찬을 받아 빠르게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다른 책들은 다 제쳐두고 가장 먼저 손에 집어 들었다. 넓고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면, 바다를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든다. 어쩌면 이렇게 잔잔할 수 있을까, 저 깊은 곳에는 무엇을 감추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괜시리 울컥하게 된다. 아름다움 속에 감추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정한 유전>은 그런 호수와 닮은 이야기였다.

-자신이 갇힌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글을 쓰는 사람들. 그리고 글 속에서 벗어나고자 또 다시 글을 쓰는 사람들. 첫 번째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가 있지만 끝끝내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 끊임없이 쓰여지고 그려지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쓰고 그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태어나는 동질감과 혐오. 그들은 왜 쓰는 것인가 그들은 왜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그들은 고통을 잊기 위해 쓰는 것인가 쓰고난 후 고통을 알게 된 것인가.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야기는 끊임없이 생겨난다. 그리고 어쩌면 모든 이야기는 현실과 닮아있다. 그리고 어쩌면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끝없는 평행선을 따라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쓰고 읽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혐오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쓰여진 것과 쓰는 것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속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 것이다. 그럼, 이야기와 현실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다르다는 것이,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라는 것이 그렇게나 중요한 일일까. 어찌 되었든 쓰이고 위로 받고 쓰고 혐오하고 읽고 질투하고 쓰고 사랑하는 것은 모두 하나일 것이다.
여기 암수술을 마친 한 사람이 있다. 나는 그 고통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 하지만, 어느새 배를 부여잡고 끙끙 작은 신음을 내뱉고, 나는 어느새 수술침대에 누워있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람은 남자친구에게 맞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쩌면 그건 나의 이야기를 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덮으면서 발바닥에 느껴지는 한기에 뒷덜미가 싸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는 그런 것이다. 결국 현실과 같은 것이다. 다르다고 부정해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인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감을 잡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사실 지금도 감은 잘 안잡힌다. 얼마전에 <인터내셔널의 밤> 서평을 쓸 적과 지금의 느낌이 똑같다.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짓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떻게든 흡수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쉬이 흡수되지 않는 이야기에 답답함이 느껴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해하려는 마음을 내려 놓으니 이해가 되었다. 모두 같은 이야기(하나의 소설) 혹은 소설 속의 소설로 정의를 내리며 읽어 나가다 “아무렴 상관 없지”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니까 보이게 된 것이다. 모두가 꼭 하나의 이야기일 필요도, 모두가 꼭 다른 이야기라고 정의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어쨌든 어디선가 이 이야기는 또 다시 생겨나고 있을테니까. 그럼 나는 이 소설의 어디쯤에 자리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분명히 나도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내 삶의 일부가 이 속에 쓰여져 있으니까.

-나는 파편들을 만나면 모아서 이어붙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었다. 그것들은 각자로 존재해도 그 자체로 특별하다는 것을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요즘 오디오북을 접해볼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아르테 작은책 시리즈도 오디오북이 있다고 하니 아르테 작은책 시리즈 재독으로 접해볼까 한다. 누군가 읽어주는 글은 또 어떻게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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