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닥의 머리카락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
구로이와 루이코 외 지음, 김계자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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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에 <나비 그림>을 읽고 시간과 장소, 돈에 구애받지 않고 바로 읽을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곧바로 읽기 시작한 대망의 시리즈 첫 번째 <세 가닥의 머리카락> 각 권마다 어떤 특색이 있을까? 하는게 사실 제일 궁금했다. 내용 보다는 어떤 기준으로 출간을 했을지, 각각 어떤 작품들이 모여 있을지가 더 궁금했던 것이다. 이 작품을 읽어보니 ‘일본 추리문학의 시발점’ 부터 차례를 밟아가며 일본 고전 추리 문학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심과 그런 출판 의의가 돋보였다. 그말은 이 첫 번째 작품에는 최초의 일본 추리소설이 담겨져 있다는 말이며,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일본 근대문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일단 솔직히 말하자면, 의의를 제외하면 6개의 작품 중에 단 한 작품. <세 가닥의 머리카락>만이 일본이 낳은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법정의 미인>과 <유령>은 일명 ‘호걸역’으로 원작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아닌 읽은 후 기억에 의지해 느낌을 살려 번역해 일본 문학의 느낌을 느낄 수 있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번역문이다. <검은 고양이> 와 <모르그 가의 살인>은 장르문학 매니아라면 이미 읽어봤을 너무나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직역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이나 일본 문학을 읽는 기분을 느낄 수 없다. 마찬가지로 <탐정 유켄>또한 서양 고전의 정취가 느껴지기 때문에 일본의 분위기는 느끼기 어렵다. 물론 작품 자체는 모두 즐겁기 때문에 한 권을 통째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기는 하지만 첫 번째 도서에서는 ‘일본 고전 추리’를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뜻이다. 물론 시발점부터 근대문학의 발자취를 따라가겠다는 의의는 정말 흥미롭고 뜻깊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 익숙한 작품이 두 작품이나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도 감돌지만 앞으로의 시리즈들이 더욱 기대되며 이상 출판사의 진지한 자세에 감동을 하게 된다. 더불어 서양의 고전에 대해서도 호걸역을 통해 색다르게 느껴볼 수 있다는 재미도 한 몫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갈한, 최초의 ‘탐정소설’을 읽으면서 괜스레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참지 못하고 바로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를 읽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전자책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너무 편해 종이책을 손에 잘 안들게 된다ㅜㅜ) 꼭 필요할 때만 읽으려 노력하는 중이지만.. 일단 스타트는 너무 재밌다! 아마 조만간 2번째 작품 리뷰도 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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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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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에서 난생 처음으로 듣게 된 오디오북. 처음에는 이게 과연 귀에 잘 들어올까? 다른일을 하면서 책을 ‘듣는’다는게 과연 효율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을 발견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에어팟을 귀에 끼고 청소하면서 들어봤다. 근데 이게 웬걸? 성우분이 아주 맛깔나게 연기를 해주셔서 실제로 소리내어 웃으며 들었다. 책을 듣는 느낌보다는 누군가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에 더 가깝게 느껴지고 나처럼 산발적 난독증이 생기는 사람들도 막힘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큰 장점이다. 5시간이라는 긴 시간이지만 매일 청소하는 30분마다 듣는다면 열흘만에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 빨리 읽어야지 하는 압박감 없이 그저 청소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틀다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기도 하다. 더욱이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행위를 할 때, 손을 움직이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느낌도 너무 좋았다. 버리는 시간 하나도 없이 책과 함께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심리적인 기쁨은 덤이다.

-나쓰미 소세키의 글은 개인적으로 지루하고 장황하게 느껴져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내용 자체는 재미있었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두 권이나 읽었지만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이후에 그의 책에는 영 손이 가질 않았는데,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오디오북을 들으니 세상에 너무 재미있었다. 분명히 책으로 읽었으면 일이주는 거뜬히 걸렸을텐데 누군가가 읽어주니 이렇게 편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도련님>이 고양이와 다르게 종이책으로 읽어도 재미있는걸 수도 있지만. 앞으로 이미 읽은 도서를 들었을 때와 오디오북을 먼저 듣고 종이책을 읽을 때의 느낌을 비교해보고, 장르별로 경험해보고 어느 장르가 가장 적절한지도 파악해서 하루 빨리 안정적으로 즐기고 싶다. 마지막으로 처음 접해서 그런가 깊게 느끼기는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있었고, 가볍게 즐기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오디오북을 들으며 딥한 사색도 가능할지 궁금하다.

-도쿄에서 태어난 철부지 도련님이 성장해 시골의 교사가 되어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 겉으로는 말썽쟁이에 꽉막히고 고집불통인 생각없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진실 되고 정의를 중요시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할 줄 아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이제 단 두 권 읽어봤을 뿐이지만, <고양이 로소이다>가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세상을 풍자한 내용이라면 <도련님>은 천방지축 도련님이 당시 사회를 풍자한 내용으로 시선과 분위기만 다를 뿐 결이 매우 비슷하다. 겉으로는 유쾌한 스토리와 가벼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부조리한 것들을 그와 대조되는 캐릭터로 더욱 부각되게 표현하는 그 능력에 그저 경탄하게 된다. 이제는 그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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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 기분 따라 행동하다 손해 보는 당신을 위한 심리 수업
레몬심리 지음, 박영란 옮김 / 갤리온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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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은 조화를 이루려는 경향이 있다.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 우리 몸도 그에따른 변화가 생겨 철저한 방어 자세로 돌입한다.

당신이 해야 하는 것은 당신이 해내야 하는 일이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이 아니다. (중략) 우리는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고 있다.

나쁜 기억이 오래가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 당시에 감정을 바로바로 처리하지 않은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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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기분따라 행동하고, 한 번 분노하면 스스로 자제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분노조절장애는 없습니다ㅠ) 기분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존경심 이전에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곤 했다. 특히 타인에게는 감정을 잘 숨기지만(그마저도 표정에서는 티남) 혼자 있을 때나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감정을 오롯이 보이곤해서 부끄러운 마음이 자주 든다. 때문에 처음 출간 되었을 때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가 밀리의서재에 있길래 바로 읽어보았다. 생각보다 딥하지 않고 가볍게 진행 되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었다.

-각 감정이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하거나 사례를 들어 상세한 예를 들지 않고 기분(감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에 대해 전체적으로 가볍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세한 컨설턴트나 딥한 심리학 지식을 얻고싶은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책이다. 그러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챕터 한 챕터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며 필요한 정보를 쏙쏙 뽑아 먹을 수 있어 빠르고 편리하게 심리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알찬 정보를 어렵지 않고 가볍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더욱 유용한 도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나 각 챕터의 제목과 딱 맞는 내용만 간결하게 풀어놓기에 정리가 잘 되어있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순식간에 페이지를 넘기게 되기도 한다. 각 장의 마지막마다 포인트로 다시 한 번 짚어주기에(이역시 간결하게 짧은 문장으로) 반복 주입이 되는 부분도 좋다. 언제든지 목차를 보고 원하는 페이지를 열어 원하는 도움을 받기에 편리해 종이책으로 구입해 인덱스를 붙여가며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상처받은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하면서 꾹꾹 눌러담고 웃으며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꾹꾹 눌러 숨겨둔 상처는 언젠가는 얼굴을 내민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언제나 감정적인 스스로가 원망스러우면서도 스스로 어찌할 줄 모르기도 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는 우리가 그런 표현을 하는 이유를 너무 어렵지 않고 산뜻하게 설명하면서 또한 이건 누가 봐도 정답이다 싶은 도움의 말을 제시한다. 물론 실천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특히나 감정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지식을 습득하기에도 적절한 상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우리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읽기 좋으면서도 알찬 도움을 받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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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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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정보를 입수했다고 해서 의사결정이 항상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결정이 더 좋아지려면 예외 없이 정보가 더 좋아야 한다. -19p
개소리에 기반한 추론은 자신의 행동을 부정확하게 기억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37p
개소리에 취약한 사람은 부정직하다는 신호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 상대적으로 생각이 게으른 사람들이다. -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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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구일 출판사에서 협찬받아 읽어보게 된 <우리가 혹하는 이유> ‘혹’하는 제목에, 우리가 어떤 것에 혹하는지, 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에 저절로 손이 가게 만든다. 특히 제목 밑에 쓰인 ‘개소리’라는 단어가 더더욱 흥미를 이끈다. ‘사회심리학’이라고 해서 겁낼 것 하나도 없다. 여러 사례를 들어 흥미롭게 저자의 탐구를 풀어놓기 때문에 조금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네이버 사전에 검색해보면 개소리는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조리 없고 당치 않은 말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 이라고 한다.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개소리를 ‘개인의 주장이 참이든 거짓이든 입증하려고 구태여 노력하지 않는다면 개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218p’ 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우리를 혹하게하는 말들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과학적인 입증이 되지 않은 주장이 차고 넘치는데, 적당히 걸러서 보면 되지 굳이 따져서 피할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혹하는 이유>에서 저자는 개소리의 정의와 그때문에 발생한 피해 사례, 우리가 왜 그것에 혹하게 되는지 부터 어떻게 그것을 탐지하고,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입는 금전적 손해에서 더 나아가 국가적인 재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개소리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우리는 세상에 판을 치는 개소리에 이미 익숙해져 그러려니 받아들이려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나부터도 ‘쉽게’ 판단하고 ‘간편하게’ 선택하기 위해서 겉으로 보여주는 것을 덥석 믿어버린다.) 여기에는 ‘남들도’라는 궁중심리도 한 몫하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 피해가 얼마나 클 수 있을지, 스스로 개소리를 받아들이다보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 알게되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말하지만 ‘비판적’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와는 반대로 부정적으로 들리는 경우가 많아 심리적으로 꺼리게 된다. 그러나 비판적 사고를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나약하고 게으른 사람이 된다면? 그로써 사회적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 <우리가 혹하는 이유>에서는 그 필요성을 말하며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행동을 촉진한다. ‘성격이 어떻든 누구라도 개소리에 취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95p’ 그렇기 때문에 연습을통해 조금씩 실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우리를 혹하게 만드는 개소리를 더이상 그냥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물론 스스로 개소리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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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그림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9
히사오 주란.마키 이쓰마.하시 몬도 지음, 이선윤 옮김 / 이상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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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에서 장르문학을 둘러보다가 단편소설이 있길래 고민없이 바로 읽기 시작한 <나비 그림> 안그래도 종이책과 이북 모두 비문학을 읽으니 문학이 읽고 싶어서 근질근질 했는데 일본, 고전, 단편, 추리 라는 4박자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요소라 신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묘사하는 내용들이라 진지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기쁘게도 시리즈 전 권이 밀리에 있어서 앞으로 1권부터 전 권을 탐독하려고 한다.

-<호반> “네 엄마를 죽였다” 라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단편을 첫 번째 이야기로 실은 것은 우연일까, 편집자의 노림수일까. 충격적인 스타트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다음에 주인공의 생애를 통해 사건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심리적인 작용을 읽으면 혐오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소한 반전에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가 마지막에는 끝내 뒤틀린 주인공의 정신상태에 경악을 하게 된다. 자신이 죽는 모습을 “예술” 이라고 이야기 한 걸까, 자신이 벌인 모든 상황에 넋을 놓고 “예술”이라고 느낀 것일까.
<햄릿>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제목의 이 단편은 엽기적인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아름답고 미스테리한 노인으로 시선을 붙잡은 다음 그 노인의 이야기를 풀어주는데 햄릿을 연극하다 벌어진 사건으로 머리를 다치고 본인이 진짜 ‘햄릿’ 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야기. 정신분석적인 내용에 감탄하다가 그 상황을 만들어낸 인간의 이기적인 탐욕의 묘사와 결말에 전체적인 구조를 다시 복기하며 두 번 생각하게 만든다.
<나비그림> 너무나 심약해서 많은 일들을 엄마와 누나들이 대신 해주던 사람이기에 당연히 전쟁터에서 살아오지 못할거라 여겼는데, 새하얀 피부색 하나 변하지 않고 멀쩡히 살아 돌아왔다. 그러나 전쟁에 다녀온 직후 이상한 행동을 보이며 사람들에게 의혹을 안겨준다. 그에게 숨겨진 사연들과 그가 느끼는 괴로움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가 그에게 가한 압박, 괴로움과 죄책감에도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잔혹한 행위를 해야했던 상황. 과연 누가 누구에게 삿대질을 할 수 있을까? 아름다우면서도 충격적인 결말은 우리의 영원한 과제인 피해자와 가해자, 괴물과 괴물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사라진남자> 다섯 편의 작품 중에 가장 스릴 넘치는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애매모호함을 유지하면서 독자들을 경계하게 만든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충격을 안겨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고집하는 이기적인 심리와 사회의 악습에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작품이다.
<춤추는 말> 사랑? 관심? 질투심? 어떤 것 때문이었을까, 얄팍한 감정으로 시작한 장난에 과몰입하게 되어 어떤 것이 진실인지 결국 모호하게 되어버렸다. 본인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상처가 되어버린 장난은 결국 최악의 결과를 내놓는데, 그 결과는 사건일까 사고일까. 마지막까지 장난을 내려놓지 못하고, 무엇이 진심인지 본인도 잊어버린, 어리석은 여성의 이야기. 혐오스러우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생겨난다.
<감옥방> 가장 심플하게 많은 것을 건네는 작품이다. 해석학 것도 생각할 것도 없는 뚜렷한 작품. <동물농장>이 생각난다. 타인에게 휘둘리고마는 인간의 심리를 정확하게 그려냈다. 공포에 대한 복종이라고 해야할까 포기라고 해야할까. 완벽한 한 편의 희극.

-솔직히 스릴감이나 추리 요소는 별로. 처음에는 읭? 이게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이미 펼쳤기 때문에 억지로 페이지를 넘겼는데, 매 작품이 마지막에는 확실한 충격을 안겨줬다. 가벼움과 산뜻함은 전혀 없고 묵직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미스터리의 심연에 집중했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인간상을 꿰뚫어보는 작품들이라는 느낌이다. 특히 고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 시대’의. 시리즈마다 비슷한 결의 작품들을 모아놓았는지 아니면 모든 시리즈가 이와 비슷한 느낌일지 궁금해서 더욱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만약 매 작품마다 다른 분위기라면 정말 너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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