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서재에서 난생 처음으로 듣게 된 오디오북. 처음에는 이게 과연 귀에 잘 들어올까? 다른일을 하면서 책을 ‘듣는’다는게 과연 효율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을 발견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에어팟을 귀에 끼고 청소하면서 들어봤다. 근데 이게 웬걸? 성우분이 아주 맛깔나게 연기를 해주셔서 실제로 소리내어 웃으며 들었다. 책을 듣는 느낌보다는 누군가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에 더 가깝게 느껴지고 나처럼 산발적 난독증이 생기는 사람들도 막힘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큰 장점이다. 5시간이라는 긴 시간이지만 매일 청소하는 30분마다 듣는다면 열흘만에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 빨리 읽어야지 하는 압박감 없이 그저 청소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틀다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기도 하다. 더욱이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행위를 할 때, 손을 움직이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느낌도 너무 좋았다. 버리는 시간 하나도 없이 책과 함께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심리적인 기쁨은 덤이다.-나쓰미 소세키의 글은 개인적으로 지루하고 장황하게 느껴져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내용 자체는 재미있었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두 권이나 읽었지만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이후에 그의 책에는 영 손이 가질 않았는데,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오디오북을 들으니 세상에 너무 재미있었다. 분명히 책으로 읽었으면 일이주는 거뜬히 걸렸을텐데 누군가가 읽어주니 이렇게 편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도련님>이 고양이와 다르게 종이책으로 읽어도 재미있는걸 수도 있지만. 앞으로 이미 읽은 도서를 들었을 때와 오디오북을 먼저 듣고 종이책을 읽을 때의 느낌을 비교해보고, 장르별로 경험해보고 어느 장르가 가장 적절한지도 파악해서 하루 빨리 안정적으로 즐기고 싶다. 마지막으로 처음 접해서 그런가 깊게 느끼기는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있었고, 가볍게 즐기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오디오북을 들으며 딥한 사색도 가능할지 궁금하다.-도쿄에서 태어난 철부지 도련님이 성장해 시골의 교사가 되어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 겉으로는 말썽쟁이에 꽉막히고 고집불통인 생각없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진실 되고 정의를 중요시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할 줄 아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이제 단 두 권 읽어봤을 뿐이지만, <고양이 로소이다>가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세상을 풍자한 내용이라면 <도련님>은 천방지축 도련님이 당시 사회를 풍자한 내용으로 시선과 분위기만 다를 뿐 결이 매우 비슷하다. 겉으로는 유쾌한 스토리와 가벼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부조리한 것들을 그와 대조되는 캐릭터로 더욱 부각되게 표현하는 그 능력에 그저 경탄하게 된다. 이제는 그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