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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 있었다 - 이시우 괴기 소설집
이시우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2월
평점 :
-황금가지 출판사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게 된 <넷이 있었다>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좋아하는 장르의 좋아하는 단편집이라니 처음 받았을 때부터 엄청나게 설레던 마음을 꾹 참고 협찬도서를 다 읽자마자 바로 손에 집어들었다. 개인적으로 황금가지의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시리즈는 믿고 읽는 편인데, 특히 장편 추리 소설 <악의>를 한국 장르문학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더욱 설렐 수 밖에 없었다. 기대감이 큰 상태에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내 인생 최고의 한국 장르문학으로 한 번에 올라갔다. 호러부터 미스터리, SF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의 총 집합이라 재미가 멈출 틈이 없다. 한 챕터가 끝나 여운을 느끼기고 있자면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짜릿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넷이 있었다> 결말이 조금 애매모호한데, 열린 결말로 두 가지 중 하나로 독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다. 스포가 될까봐 말은 못하겠지만, 사라졌거나 죽였거나. 입맛대로 골라서 생각하면 될 것같다. 공포감을 너무 조성하려 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결말을 후자로 생각하면 또 정신이상자의 수기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오거> 최첨단 AI 오거가 널리 퍼진 세상.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생각해 주인(?)을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데 그 AI의 적이 되면 어떻게 될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은 미래 환경과 소재로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해서 좋았다.
<996,997> 나만 이런 상상을하나? 싶은 상상을 누구나 한 번은 해봤을 것이다. 불 꺼진 집 안에 누군가 있다고 상상하며 ˝있는거 다 알아˝를 외치며 들어갈 때처럼. 이런 상상이 주제가 되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 다만 결말이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
<Brain Freeze> 뱀파이어와 같은 장르를 구상한 것 같다. 솔직히 전체적으로 이해를 제대로 못하고 그냥 넘겼던 작품. 결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색다르고 도전적인 작품으로 생각하고 읽었다.
<개와 고양이와 소녀와...> 호러와 감동이 접목 된 작품. 첫 장면이 굉장히 혐오스러운데, 사랑과 감동으로 사이다처럼 복수하며 아련하게 끝난다. 결말이 다소 허무하기도 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호러와 감동을 섞었다.
<괴담> 이 작품집 중에서 가장 단순한 작품이다. 흔한 괴담에 대한 이야기. 신선한 작품들을 즐기다가 평범한 이야기를 만나니까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심플하게 읽어넘길 수 있다.
<동호회>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소름끼치게 정말 잘 표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더 잘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 읽어나가면서 정말 경악을 했던 작품인데, 정말 잘 쓰여진 작품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하면서 감탄을 하게 된다.
<괴물의 아내와 28층의 기사> 추격 스릴러로 봐야 할까? 조금 쌩뚱맞고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랑에 미치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 읽고 다시 한 번 곱씹어보면 제목에 충실했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초월> 고전의 향이 풍기는 배경에서 미래를 미리 보고 와 좌절하고만 사람들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 사후세계에 대한 공포심을 건드리는 작품이다.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얻기위해 결말이 다가올 때까지 살아가는 것일까. 그 결말이 두려운 것이라면,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내가 열지 않았어> 솔직히 다소 억지스러운 내용에 애매한 결말. 처음부터 끝까지 공포심을 억지로 조성하려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던 작품. 내가 열지 않은 문이 열려 있었고, 내 공간이 사라졌다? 글쎄...
<웃겨 봐요, 울어 줄 테니> 예쁜 여자아이와 하룻밤을 보내기위해 돌아가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남자아이들. 내용 자체는 심플하게 즐길 수 있었지만 마무리가 흐지부지했던 작품.
<종로의 개> 공포감 조성을 굉장히 잘한 작품. 무언가를 발견하고 쫒긴다. 클라이맥스에 무언가가 나타나서 짠! 마무리까지 깔끔하다. 무엇보다 앞에서 읽은 <개와 고양이와 소녀와...>에 나오는 등장멍멍이 나와서 더욱 반갑게 읽을 수 있다.
<이화령> 이 작품집의 넘버원. 주제 선정도 완벽하고 줄거리 완벽하고 결말까지 완벽하다. 완벽한 한 편의 추격 스릴러면서 순식간에 독자를 책 속으로 끌어당겨 집중시키는 이야기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너무 재밌었다. 몇 번이고 이 작품을 억지로 읽어야 된다고 해도 기쁘게 읽을 것 같다.
-총 14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서 최대한 짧게 쓰려고 노력했음에도 글이 너무 길어졌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음에도 다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아무쪼록 믿고 읽어보시라고 이야기 하고싶다. <넷이 있었다>를 읽으면서 일본 문학에는 관대하면서도 한국 문학에는 너무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완벽한 결말을 고집하기 보다는 미세하게 어긋난 것 같은, 쓰다 만 것 같은 글도 때로는 그렇기 때문에 공포감을 준다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중반부의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아무튼 이 작품집은 정말 즐겁게 읽었다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