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00만 가지 죽는 방법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평점 :
-장르문학 욕구를, 황금가지 밀리언셀러클럽 욕구를 참지 못하고 손에 집어든 [800만가지 죽는 방법] 최근에는 새로운 책을 사지 않고, 구입해놓고 안읽고 쌓아둔 책 탑을 줄여나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밀리언셀러클럽 도서는 거의 구입하자마자 읽어버려서 몇 권 남아있지 않았다. 아쉬워서 아끼고 아끼던중이었는데 정말로 참지 못하고 펼쳐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재미있게 즐기려고 했는데, 500p를 읽는 내내 우울감이 나를 집어 삼켰다. 황금가지 밀리언셀러클럽은 믿고 읽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한채로 읽기 시작했는데, 막연히 여러 죽는법에 관한 단편소설 혹은 연작소설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있는 사람의 깊고 진한 이야기, 그것도 지금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있는 이야기라 우울하고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실직에 알코올중독에 아내와 이혼까지한 주인공은 간혹 들어오는 탐정일로 하루 벌어 하루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한 창녀에게서 자신을 포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고, 일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다. 그런데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살해당한 그녀를 보고 주인공은 큰 충격에 휩싸이고 그녀를 죽인 범인을 직접 찾아나서게 된다.
1982년 미국에서 쓰여진 이 글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어서 깜짝 놀랐다. 동시에 끝도없이 밑으로 가라앉는 기분에 어쩔줄 몰랐다. 이제 사람들은 참지 않는다. 원한에 의한 살인이면 그나마 괜찮다고 할 수 있을 지경이다. 이유도없이 모르는 누군가에 의해서 죽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정말이지 ˝참기보다 총을 꺼내 쏘는 것이 더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칼이지만) 그런 세상에서 죽는 방법은 800만가지가 있다. 놀이공원에서 즐거운시간을 보내다 놀이기구 오작동으로 죽던가, 음주운전 차량이 치여 죽던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벽돌로 뒤통수를 맞아 죽던가, 길을 걷다 누군가의 발길질에 머리를 세게 강타당해 죽던가. 이 외에도 계속해서 말하자면 적어도 100페이지는 넘는 책으로 출간할 수 있지 않을까? 800만가지 죽는 방법이 이 도시에 만연해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제정신으로 살아있는 것이 더욱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 주인공은 금주하기위한 노력을 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도시에서 술에 취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걸 잘하는 짓이라고들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책장을 덮고 생각해본다. 알코올에 중독되어 서서히 죽어가는걸 스스로 선택하는게 정말 잘 못하고 있는 행동인지. [800만가지 죽는 방법]을 읽으면서 도시의 암울함, 주인공의 암울함, 그리고 온갖 아이러니에 빠져 한 없이 우울해졌다. 그러나 주인공은 끝끝내 정의를 위해 싸우고, 끝끝내 술을 입에 대지 않았으며, 결국은 살아남았다. 어두운 세상에 가느다란 희망을 한 점 뿌리듯 우울함에 빠진 독자의 마음 속에 ˝그래도 사람답게 살자˝는 깊은 울림을 주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어떻게 보면 별거아닌 내용이지만 그 속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의 딱딱한 문체도 이러한 감정에 빠져드는데에 큰 도움을 준다. 우리는 혼란스럽고 무서운, 이기적이고 역겨운 세상에서 살아가고있지만. 술 없이 밤을 보내기에는 너무 짧고도 짙은 어둠이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오늘 하루를 또 버텨본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무언의 위로와 희망을 건네주는 책이다. 정말 굉장한 책이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820/pimg_7461661123985096.jp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820/pimg_7461661123985097.jp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820/pimg_746166112398509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