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ㅣ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1
배명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10월
평점 :
-한동안 단편 장르문학은 읽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기분좋게 알코올이 들어간 어느날 밤 기분 좋게 읽기 시작해버렸다. 밀리의서재 구독을 시작하고 거의 곧바로 찜해놨던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높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현실과 동떨어져있어 오싹한 작품, 현실과 닮아있어 소름돋는 작품들로 어느것하나 빠짐없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허수아비] 아내가 죽고 휴직하다 복귀한 주인공. 그는 피디로 방송거리를 찾아 어느 시골을 찾아가던 중 폭우 속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산길에 고립 된 그는 한 노인의 집에 머무르게 되는데, 그 노인의 밭에는 수많은 허수아비가 서있다. 기괴한 장면에 이 노인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로 결정하게 된다.
현실 속에서도 있을 법 하면서 어딘가 묘하게 어긋난 이야기로 이야기 내내 긴장감이 감돈다. 죄책감속에서 발버둥치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에 대한 징벌까지.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조화 덕분에 마지막의 괴이한 장면까지 괴리감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증명된 사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소에 취업하게 된 주인공. 그는 조금씩 진실을 향해 다가가게 된다.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두려움을 건들이는 작품. ˝우리는 죽어서 무엇이 되는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오싹하다. 결말에 다다르면 독자들은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죽음에대한 두려움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게 된다.
[이화령] 주말동안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게 된 주인공. 홀로 떠난 길 위는 밤이되자 어두캄캄하고,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윽고 그의 뒤를 바싹 쫒아 따라오는 한 남성이 있다.
시작부터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수록함으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읽게 된다. 자전거에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담겨져 있음에도 자전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조금도 어렵지 않다는 점이 특히 감탄스러웠던 작품. 이 작가, 뭘 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탁관리] 프리랜서를 시작하고 어떤 만남이라도 거절하지 않고 무조건 나가는 주인공. 어느날 한 남성과 술자리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 남자만 만나면 필름이 끊기고 무언가 이상한 것을 싸게 된다.
이 작품집 중에서 가장 현실과 동떨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거절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끌린다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독자를 깊게 빨아들이는 sf 괴물물(표현하는 단어가 생각이 안난다)이다. 조금씩 조금씩 긴박한 상황에 끌려가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동안 긴장감이 넘쳐흐르는 작품이다.
[그네] 아이의 친구가 사라졌다. 사라진 아이의 부모가 자꾸만 전화하고 심지어는 집에 찾아와 자던 아이를 억지로 깨워 억센 손으로 어깨를 흔들며 어떻게 된 일인지 자꾸만 되풀이해 묻는다. 주인공은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려고 한다.
현실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아이‘를 잃은 부모와 그 부모로 인해 자신의 ‘아이‘가 괴롭힘을 당한다는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라 더욱 흡입력이 있으며 긴장감이 커진다. 거기에 마지막 반전. 대단한 반전은 아니지만 이 반전덕분에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천장세] 월세, 월세집 안에 세들어사는 월월세, 그 위 천장에 세들어사는 천장세가 존재하는 미래. 복잡하게 얽힌 관계로 세입자를 마음대로 쫒아낼 수도 없는 세상. 주인공은 좋은 기회로 해외로 파견근무를 나가게 되고, 나가기 전에 집을 정리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월월세 세입자와 천장세 세입자에게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천장세 세입자가 도장 찍어주는걸 거절하여 직접 천장으로 올라가보기로 한다.
미래 언젠가 실제로 발생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 더욱 간담이 서늘한 이야기다. 특히 낯선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찝찝한 불쾌함으로 다가오며 한 번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나 결말은 좀 아리송했다. 공포심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애매하게 쓴 것 같기도 한데, 의도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겠다.
[완벽한 죽음을 팝니다] 삶이 각박해지면서 티비 뉴스 아랫 화면에는 그날의 자살자 수가 실시간으로 띄워지는 세상. 주인공은 ‘완벽한 죽음‘을 판매하는 회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게 된다.
이 작품 또한 미래에 실제로 발생할 수 있을법한 이야기라 더욱 소름이 끼쳤다. 죽음을 원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과 죽음을 파는 사람의 대화를 읽다보면 괜스레 감정이입이 되면서 더욱 서늘한 작품이다. 그와 별개로 주인공의 완벽한 결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른 새벽의 울음소리] 전업주부로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아하는 주인공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아내. 아내의 폭력과 아이의 울음소리에 하루하루 지쳐가던 주인공은 어느날 집을 나간 아내가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현실성이 짙은 이야기라 빠르게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갔으며, 생각할 거리도 많고 반전도 대단했던 작품이다. 길게 말 할 필요가 없는 작품. 이 짧은 단편 속에 이만한 내용과 반전이라니.
[고속버스] 한 여성에게 바람맡고 잔뜩 화가나 고속버스 막차에 올라탄 주인공. 텅텅 빈 고속버스 안에서 굳이 자신의 바로 옆자리에 앉은 남성에게 불편함을 느끼던 그에게 옆자리 남성이 대뜸 ˝나는 킬러이며 당신을 죽이러왔다˝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장소, 열려있으면서도 폐쇄된 장소이기에 현실적인 긴장감이 느껴진다. 거기에 제한시간안에 킬러가 낸 문제를 똑바로 맞춰야한다는 긴박함까지. 결말에 다가가면 다리의 힘이 풀리는 듯한 전율이 느껴진다.
[더 도어] 일본의 건설회사 중역이 주인공의 회사에 방문하여 술자리를 가지게 되고, 자신의 별장으로 가자는 이야기를 뿌리치지 못하고 함께 가게 된다. 건설회사 중역은 주인공에게 자신의 취미인 그림 수집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 잡아먹는 그림‘이 있다고 한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으스스한 분위기와 복수극이 통쾌하고 짜릿한 작품이다.
-하나같이 퀄리티가 높아서 깜짝 놀랐다.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으면 작가님들의 다른 작품을 바로 읽을 수 있게 링크가 걸려 있어서, 마음에 드는 작가님이 계시다면 바로 그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읽을 수 있다. 덕질을 바로바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황금가지 , 브릿G 완전 최고다. 다음 작품이 너무 기대되서 큰일이다. 정말이지 밀리의 단점은 좋아하는 작품을 손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장점이기도 하지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827/pimg_7461661123993674.jpg)